최근 한국 금융시장에 특이한 현상이 출현했다.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1400원선을 넘어서는 등 강력한 원화 약세 속에 코스피가 4000선에 육박하는 증시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9월 한 달에만 외국인 투자자가 상장주식을 6조680억원어치 순매수했음에도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상승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수는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는 요인인데, 어쩌다 원화 약세가 출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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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2022년부터 달러 가치와 한국 환율의 방향성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 궁금한 독자가 많을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한국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붐 때문이다. 해외 투자 붐을 주도한 것은 국민연금이었다. 2001년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 비중은 0%였지만 2010년에는 6.2%로 불어나고, 2024년 말에는 35.5%에 이르게 된다. 적극적인 해외 주식 투자의 이유는 투자 다변화 및 고수익 추구에 있다.
국민연금의 투자 규모가 날로 불어나는 과정에서 ‘연못의 고래’ 꼴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게 문제였다. 2030년까지 국민연금의 자산 규모가 크게 불어날 가능성이 큰데, 국내 주식에만 투자처를 한정하면 국민연금의 운용에 많은 제약이 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기업 인수·합병 등 핵심 이슈에서 항상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를 쥔 것을 기억하면 좋을 것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투자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문제는 2016년 이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국내 투자자도 해외 주식 투자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시작되었다. 트럼프 당선과 브렉시트, 코로나19 팬데믹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국내 증시가 무너진 것, 더 나아가 주식 가격이 조금만 상승해도 증자 및 상장 붐이 발생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한 것이 “국장(국내 주식시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유행을 탈 정도로 해외 주식 투자 붐으로 이어졌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차가 크게 벌어진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강력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맞서 한국은행은 정책금리를 3.5%까지 인상했지만, 미국 정책금리(5.5%) 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한·미 금리차가 역전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두 나라 성장률의 격차 때문이었다. 정책금리를 인상한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가 발생하고 은행 연체율이 곧장 상승한 것이 좋은 예다. 연체율이 끝없이 상승하고 금융 회사 위험이 커지는데, 정책금리가 3.5% 이상 수준으로 높아지기는 힘들었던 셈이다. 반면 미국 경제는 5.5%의 고금리에도 연 2%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했음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미국 채권이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이 결과, 매 분기 대외 금융자산이 1000억 달러 전후 늘어나고 있다. 아직 올해 3분기 통계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난 21일 기준 국내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이 1609억 달러에 이르고 단 20일 만에 46억8000만 달러를 순매수한 것을 보면 당분간 이 추세가 꺾이기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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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격차 해소와 국내 자본시장의 개혁 없이는 환율이 정상(1000원)으로 돌아오기는 힘들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