폄글)입니다.
라면의 한자는 ‘랍면(拉麵, 끌 랍(납), 밀가루 면)’으로 표기하는데 밀가루 반죽을 잡아당겨 늘여서 여러 겹으로 접기를 반복하는 우리의 수타 짜장면과 같은 방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글자다. 도삭면이나 우동처럼 칼을 대는 게 아니라, 손재주로 면을 늘리는 방식이다. 한때 짜장면과 자장면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한국인은 서양인이 정한 한글 맞춤법 규범에서 헤매고 일제의 식민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예처럼 살다가 현대에 와서 중화 짜장면이라는 오해와도 싸워야 하는 문화 심리적 삼중고를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철가방 짜장면으로 배를 불리고 국력을 키워왔다. 가련하고 불쌍한 민족이 되어버렸지만, ‘부내’ 나던 시절의 입맛을 잃지 않아 소비자의 욕구를 누구보다 빨리 깨달았고 어느 틈엔가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라면 선진국이 되었다. 이 정도 단계까지 발전해 왔으면 원조 논란을 한 번 건드려 볼 만하다.
일본에서 라면의 원조는 ‘중국의 서북부’라고 한다. 전 세계를 전쟁터로 만들던 시절 군사 강국은 인문학도 강국이었다. 그래서 아시아의 역사는 모르는 게 없던 일본의 주장인 만큼 근거는 다 갖고 있다. 그러나 막상 현대 중국에서는 라면에 관한 설명이 매우 간략해 의아하다. 자신들이 라면의 원조라고 강하게 주장하지 못한다. 사실, 중국의 인문학은 일본 제국주의가 연구한 자료를 2차 대저 후에 중국 공산당이 넘겨받아 발전시킨 것이라서, 일단 일본의 손을 탔다. 그 일본이, 라면 원조를 중국의 서북부라고 주장한 내용을 받지 못하는 중국은 괴이한 정권, 괴이한 정체성의 공산 정권이다.
일본 라면은 에도 시대 말기에 개항한 항구도시에 많은 외국인 이주가 계기가 되어 들어간 음식으로 소개한다. 에도 말기 즉, 메이지 유신 직전의 시기로 개항 지역은 고베, 나가사키, 요코하마, 하코다테 등, 이곳에는 서양인이 주로 유입되었지만, 라면이 시작된 것은 서양인의 면이 아니라, 중국의 면 요리다. 이보다 앞서 일본 문헌에서 말하는 일본 라면의 원조 격인 중화면(中華麺)이라는 단어도 일본 내부가 아닌, 중국 땅 어딘가에서 유래된 면 요리를 지칭한다. 즉 라면의 원조가 되는 면 요리는 그곳이 어디이든 서양권이 아닌, 중화권 어딘가에서 파생된 것이다.
그러나, 2차 대전 패전 후, 7년 동안이나 일본을 지배하게 된 연합군 최고사령부의 미국은 ‘지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 그때부터 이른바 ‘중화 소바’가 라면의 일반 호칭으로 변했다. ‘지나 소바’에서 ‘중화 소바’로 바뀐 명칭 변경은 지정학이 음식에 반영된 중요한 사건이다. 조선의 멸망과 일제 식민지, 3.8선의 민족 소멸과 기억의 상실 기간의 소위 중국은 지나였던 사실을 싹 지운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를 연구하려면 ‘중국’이라는 용어로 해설하는 기록물이 아니라, ‘지나’라고 쓴 자료를 읽어야 한다.
일본은 자신들이 라면의 원조라고 여길 만큼 라면에 자부심이 컸다. 마치 조선의 문물을 가져가 일본화한 물건과 맛으로 일본 전통을 만든 재연출처럼, 모든 것에 장인 정신을 부여하고 아날로그 스타일을 온몸과 집안을 받쳐 지켜내면서 전통, 전통하고 노래를 불렀다. 라면 역시 그렇게 찬란했던 식민지 착취와 현지에서 재생산한 문화로 코로나 19 이후, 폐점하는 개인 또는 체인이 급증해 경기 불황의 실태를 여실히 드러내며 소리 없이 사라져 가는 중이다. 그러고 보면 사실 일본의 전통 요리에는 무엇이 있나 생각할 때, 딱히 떠오르는 요리가 없다. 카이세키(懐石)요리는 끽차 문화와 연관이 깊지만, 오세치(お節)라는 정월 요리와 마찬가지로 음식 그 자체는 현대적인 내용물이다. 전통인 듯 현대화한 레시피다. 카레가 영국의 정통음식이라고 아는 영국 백인들처럼, 식민지의 혼종 문화가 입맛도 생각도 바꾸고 새로 만들어 전통의 범주에 넣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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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韓 1인당 라면 79개 ‘후루룩’ : 단상斷想 | PUM 지금
전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네요
그걸 인스턴트로 도입한 우리는 일본서 들여온 음식 취급이고
세계인들은 일본 음식점에서 라멘 먹는 경우 일본 음식 취급이고 한국 인스턴트로 먹는 경우 한국 음식 취급이고요.
근데 애초에 중국 내에 라몐이라는 요리가 많이 있는 걸로 아는데 딱히 중국서 원조 아니라고 할거 같진 않은데 말이죠.
보통 라면은 면을 튀긴걸 말하고요.
중국 랍면은 그냥 수타면이라 지금 라면과 아무 관련 없다는데,
라면은 일본이 이름 그냥 아무거나 가져다 붙인게 유래인듯요.
면을 튀기는 라면은 인스턴트 라면이고 그건 일본이 원조 맞습니다만 면을 튀기는 요리 자체는 그 전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라면 문화 자체가 인스턴트 위주로 형성되었지만..일본 같은 경우엔 전국 도처에 생면으로 파는 전문 라멘집이 널려있죠. 그래서 면 튀긴거=라면이라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한국과 일본의 라면 정의가 다르군요.
당장 한국에도 일본 라멘집 꽤 있잖아요. 일본 가면 훨씬 더 많습니다. 우리로 따지면 짜장면이나 국수를 인스턴트화 하면서 튀긴 그런 개념이에요.
그리고 요즘은 한국도 안 튀긴 건면 라면이 많이 나와서 더더욱 라면=튀긴 거라고 보긴 어려워졌고요.
/Voll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