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단지 아파트와 공공보행로 갈등을 보면, 단지를 소유한 민간이 주도하고 의도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 단위의 개발은 사실상 국가가 민간에 개발을 위탁한 국가 주도형 개발이라고 봐야합니다.
우리나라의 재개발 방식은 표면적으로는 민간이 사업을 이끄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찰서, 도서관, 학교 같은 공공시설까지 포함한 대규모 블록 개발을 국가가 설계하고 민간 자본으로 추진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식의 개발의 장점은, 우선 국가가 돈이 안들고 빠르게 개발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지구단위 개발을 보면 아주 오래 걸리지만 저렇게 한 필지처럼 되어있으면 행정적으로도 처리와 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처럼 공공보행로 폐쇄 문제는 단순히 단지 내 출입 통제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 전체의 보행 동선과 공간 구조 설계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블록이 거대한 ‘성벽’처럼 고립되고, 과거 마을길이던 생활도로는 단지 내부로 흡수되어 일반 시민이 통행할 수 없게 됩니다.
서울은 런던, 파리 등 대도시 보다 용적률이 낮은데 불구하고 아파트 밖에 안 보이는 이유는,
낮은 용적률에 비해 건물과 주택 사이 공간이 넓습니다. 유럽 도시들은 길도 좁고 한 4-5층 되는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게 우리가 생각하는 유럽 도시의 느낌이잖아요.
그럼에도 체감상 밀도가 높아보이고 빌딩숲처럼 보이는건, 나머지 용적률을 저런 초고층 대단지 아파트들이 많이 차지하고 있고,
위에 언급했다시피 그 단지 블럭 자체가 메가 블럭화되어 2~4블럭들을 합쳐놓았기 때문에 그 단지들을 우회해아하기 때문에 상권 접근과 이용이 아주 불편합니다.
그 결과 유럽 도시처럼 상권과 주거가 혼재된 구조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분리된 도시가 형성됩니다.
이런 여러가지 요소로 인해 아파트 단지들만 보이고, 막상 길은 넓은데 유럽보다 뭔가 도보로 생활하긴 어렵고 차량을 많이 이용할 수 밖에 없는 도시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단지 내 공공보행로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사유지 출입의 문제가 아니라, 현 개발 방식이 유지되는 한 반복될 수밖에 없는 도시 구조의 결과입니다.
결국 핵심은 ‘보행의 권리’와 ‘도시의 공공성’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저희 아파트도 이 문제로 골치 아픈 실정입니다.
공공보행로를 기부체납 받아 지자체에서 직접 관리하는 쪽으로 법이 바껴야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