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문방구는 나에게 또 하나의 우주였다.
문방구 안에는 벽을 따라 수많은 프라모델과 장난감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마치 하늘의 별들이 반짝이는 것처럼.
나는 매일 문방구에 들렀다. 하루에도 두세 번씩, 틈만 나면 가서 구경하곤 했다.
나는 특히 프라모델 만들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문방구에 진열된 수백 개의 상자를 모두 살 수는 없었다.
매일 보던 박스 하나를 또 보고 또 보고, 또다시 바라봤다.
어느 날 새로운 상자가 들어오면, 나는 단번에 알아챌 수 있을 정도였다.
진열된 상품 하나하나의 배치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 문방구는 사장님 부부가 운영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지금의 내 나이 또래셨을 것이다.
보통은 아이들이 문방구에 들어가면 “뭐 사러 왔니?” 하고 물으시곤 했는데,
나는 하루에도 여러 번 내 집 안방 드나들 듯 들렀다.
언제부턴가 사장님도 뭘 사러 왔는지 묻지 않으셨다.
새 제품이 들어오면 얘기해주시던 것도, 내가 먼저 알아차리기 시작하면서 사라졌다.
나는 매일 똑같은 별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왜 그리 모두 갖지도 못할 것들을 보는 걸 좋아했을까.
그중에서도 가장 갖고 싶던 건 하나였다.
문방구 입구를 들어서자 왼쪽 3단 선반, 가장 높은 곳에 올려져 있던 RC카.
아마 그때 가격으로 2만 5천 원 정도였던 것 같다.
수년 동안 수천 번을 들락날락하며, 한 번도 빠짐없이 바라만 봤던 상자.
살 수는 없었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나는 그 RC카를 보며 꿈을 키웠다.
시간이 흘렀다.
멀리 학교를 다니게 되고, 커가면서 문방구에 들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결혼 준비로 서류를 복사할 일이 생겼다.
15년 만에, 그 문방구를 다시 찾았다.
문방구 간판을 보는 순간, 어린 시절이 스치듯 떠올랐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풍경은 달라져 있었다.
프라모델 상자가 빽빽히 자리하던 선반에는 학용품이 놓여 있었고,
가게도 한결 조용해 보였다.
그나마 다행히, 조금 나이가 드셨지만 사장님은 여전히 그 자리에 계셨다.
나는 그분이 나를 기억하진 못하실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서류 복사를 부탁드렸다.
그런데 사장님이,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다.
“어, 왔구나.”
그 한마디에 15년이라는 시간이 무너져내렸다.
나는 잠시, 어린아이로 돌아갔다.
그리고 자리에 없던 그 RC카가, 눈앞에 그대로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날의 나는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그것이 소중한 줄 아는데 말이죠...
그동안 우리 아이에게 너무 쉽게 필요한 것들(장난감 포함)을 사다주지 않았나 반성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