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장르의 소설 좋아하시는지요?
만약 좋아하신다면 제가 연재했던 웹소설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https://novel.naver.com/challenge/list?novelId=900725
제가 썼던 다른 글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현재 제 본업은 외주개발/기획입니다. 하지만 원래 개발자나 기획자였던 건 아니고 외국계 유통사 희망퇴직 후 시작했던 여행자 대상 사업을 코로나로 접게 되어서 외주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일을 시작했던 건 아닙니다. 사업을 접은 후에는 정신적 데미지 때문에 꽤 오랫동안 하루종일 아무 것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그러다 네이버 웹소설에서 2020 지상최대 공모전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우승 상금이 3천만원이니 당장 할 것도 없는 제가 도전해 볼 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완전히 놀았던 건 아니고, 비대면 사회로 전환 이후에 이커머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라 물류창고 일용직으로 몇달 일하긴 했습니다. 함께 냉동창고에서 픽업 일하던 형님이 헝가리에서 현지 가이드를 하던 분이었는데 저처럼 일자리가 없어진 케이스였습니다. 참 힘든 시기였다는...)
암튼 다시 공모전 이야기로 돌아가서... 당시에는 공모전에 로맨스, 로판, 미스터리 3가지 부문이 있었습니다. 저는 호러 장르니 이와 가장 유사한 미스터리 부문에 공모를 했습니다. 원래 술을 좋아하는 저였지만 공모전 기간에는 술을 단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술을 의도적으로 참은 게 아니라 하루종일 글쓰기 하나에 모든 신경이 집중되서 술 생각이 아예 안 나더군요. 주변 분들에게 매일 연재 회차를 공유하고 좋은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참 아쉬운 점은 공모전의 운영방식이었습니다. 독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모토 아래 조회수와 좋아요 같은 정량적 지표로만 우승작을 가려내다 보니 조회수, 좋아요를 조작하는 사례가 무척 많았습니다. 실제로 미스터리 부문 대상 수상작은 모든 회차의 조회수가 3800회, 4200회, 5100회... 등 100단위로 정확히 떨어지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읽어보니 의성어를 남발하는 초등학생 수준의 문장력과 내용 전달력을 가진 작품이었습니다.
배경설명을 하다보니 네이버 웹소설을 디스하는 글이 된 거 같아 공모전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암튼 저로서는 주위분들의 평도 그렇고 제 소설이 재미있다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카카오페이지에 지금까지의 연재분량을 투고했습니다. 카카오페이지는 네이버웹소설과 달리 담당자가 직접 원고를 읽어보고 연재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이쪽이 더 희망이 있다고 봤던 거였죠. 그리고 일주일 후 카카오페이지 담당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회신이 왔습니다.
"공유해주신 원고 검토하였습니다. 모바일 연재에 맞는 수월하게 읽히는 전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반 판매는 가능합니다만,
최근 젠더 감수성이 높아진 터라 초반부터 예쁜 여성과 원나잇을 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나오고 등장하는 여성인물들에 대해 외향적인 묘사가 많고 표현하는 방식(ex. OO녀) 등에서 독자 분들의 CS가 충분히 인입될 여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전반적으로 수정의 여지가 있을지 문의 드립니다."
연재가 가능하다면 당연히 몇몇 표현은 수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용 수정 후 연재하기로 하고 카카오페이지와 콘텐츠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이 때 발목을 잡는 문제가 3가지 있었습니다.
첫번째, 호러는 웹소설판에서 비인기 장르라는 점입니다. 2020년 네이버 공모전 당시에도 로맨스, 로판, 무협이 3대 인기 장르였고 글을 쓰는 시점인 2025년 공모전에는 공모 부문이 로맨스, 로판 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웹소설의 독자층은 10대 후반~30대 초중반 여성 독자층이 대다수이고 카카오페이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제 소설에서 여성에 대한 표현이 외설적이거나 강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젠더 감수성에 맟게 수정해야 한다는 담당자의 요구가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는 것이었습니다.
두번째, 대형 플랫폼에서 연재를 시작한다고 수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최소 3~6개월은 무료연재를 해야 하고 그 기간을 거쳐 독자의 눈에 들어오는 작품 일부만이 유료판매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웹소설 연재 하나로 월 400~500만원의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아파트 담보대출 이자, 아이 둘 학원비 등등... 돈이 참 많이 들더군요)
세번째는 지금 와서 보면 마이너한 문제이긴 한데 카카오페이지는 원고를 이미지 파일로 매 장마다 분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소설 집필에만 집중하기 힘들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이런 문제들 때문에 계약만 하고 연재를 시작하지는 않았고 올해 고3인 첫째가 대학에 진학해서 부담을 좀 덜게 되면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물론 25회차 이후 시즌 2 이야기도 새로 집필해야 하겠죠.
연재를 시작히기 전에 클리앙에 원고를 공유해 드리는 이유는 클리앙 유저분들이 기존 웹소설의 독자층과는 다른 시각과 시대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아마 저와 같은 시대를 살아오신 분들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충분히 재미있다고 하면 카카오페이지에서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계속 글을 써 나갈 좋은 동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머리에서 호러 장르의 소설을 좋아하시는지 여쭤보긴 했지만 호러 장르에만 국한된 소설은 아니기 때문에 꼭 호러 팬이 아니라도 부담 없이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시고 솔직한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새로운 출발 너무나 멋져 보이네요. 저도 한때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고 버킷리스트에도 있지만
하고 있는 생업과 부족하지 않은 물질(그렇다고 넉넉하다는 뜻은 아닙니다)이 주는 귀차니즘이
글쓴이 같은 출발을 못하게 하는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전화위복이 되어 권토중래하시기 기원드립니다.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로판은 순수 로맨스가 아니라는 건가요?
그렇다면, 순수 로맨스에는 무협적인 것도 안 되고, 역사적인 것도 안 되고, 전쟁도 안 되며, 온전히 순수한 로맨스만이 된다는 뜻인가요?
로맨스 판다지도 판다지 요소만 있을 뿐 로맨스는 로맨스이며, 로맨스의 성격상 순수한 로맨스를 다룰 수도 있습니다.
좌우간 우리가 어떤 항목을 열거할 때에는 그 항목들이 서로 배타적일 것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에 어긋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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