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00 KST - The Hollywood Reporter - 미 연예매체 헐리우드 리포터는 에미상 3회 노미네이트 후보인 여배우 베티 길핀의 공개서한을 일면에 올렸습니다. 이 서한은 AI 여배우 논란의 중심인 AI 스튜디오 시코이아(Xicoia)사가 출시한 AI 여배우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에게 보내는 공개 저격이나 다름없습니다. 베티 길핀은 정통 연기파 배우인 부모(잭 길핀 및 앤 맥도너)사이에서 태어났으며 2018년 이후로 꾸준히 프라임타임 에미상, 미 배우조합상, 비평가 조합상 등에 후보로 지명되어 오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AI 여배우 틸리 노우드 님께
그러더군요. 틸리 노우드 님은 배우이자 컴퓨터라구요. 저는 직업이 배우이고 이제 거히 40살이 다 되어간답니다. 통성명은 끝냈으니 이제 할 말을 할께요.
제가 당신의 나이였을적엔 말이죠... 아...맞다. 당신은 갓난애기이기도 하지만 영원불멸의 존재이군요. 마치 기저귀를 찬 토르처럼 말이죠. 그러니 이런 표현은 적당하지 않겠군요. 정정할께요. 제가 당신과 마찬가지로 배우를 직업으로 선택하고 막 시작하려고 했을 때였어요. 저보다 나이가 많은 한 여배우가 저를 따로 불러 조언을 해주더군요.
그건 2009년 여름 배우 수업 세미나이자 연극 축제행사 때였어요. 감이 안오죠? 그런 행사나 축제는 여배우들이 쫙 달라붙는 레깅스같은 타이트 청바지를 입고 술에 취해 헤롱헤롱 대면서 부인이 있는 기혼자 남자 배우들에게 추근덕대면서 출연기회라도 얻어볼까 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배우 연기 팁이라도 얻어볼려고 하는 곳이예요. 그곳에서 나이많은 그 여배우는 저에게 다음과 같은 교훈을 해 주었어요. 지금부터 잘 들어요. AI 여배우 틸리 노우드님. 이 교훈은 틸리 노우드 님께도 해당되는 교훈이예요.
교훈 1. 이런데 올 각오가 되었으면 앤 다우드(Ann Dowd/미 아카데미,영국 아카데미,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 수상배우)만 만나서 연기를 배워. 영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와 옥상에 올라가서 별을 바라보며 연기 이야기를 한다는 낭만? X같은 소리는 집어쳐. 그런 거 없어. 앤 다우드야. 여기서 여배우가 연기를 배울 수 있는 교훈이라곤 오직 하나야. 앤 다우드. 알겠어?
아뭏튼 그 여름 연기 세미나/연극 축제에서 저는 2인극 연극 - 아참 AI 여배우에겐 좀 벅찬 장르죠? 진행이 좀 빨라도 이해 부탁해요. 당신은 컴퓨터라면서요. - 에 출연했어요. 연극이라건 말예요. 쭈글쭈글 말라 비틀어진 우유팩과 비슷한 피부를 가진 배우들이 카펫이 깔린 나무 바닥보다는 좀 높은 곳 - 무대(Stage)라고 불리는 - 에서 서로 고함을 지르다가도, 갑자기 서로 속삭이다가도, 뭐 암튼 그러는 거예요. 그리고 이런걸 배우들은 대학이라는 곳에서 배워요. 가끔 모자부터 시작해서 온갖 의상, 분장, 소도구들을 뒤집어쓰거나 손에 들면서도 한답니다. 친애하는 AI 여배우 틸리 노우드님. 벌써 기대되지 않나요?
왜 그럴까요? 배우들에겐 아서 밀러라는 이름이 가슴부터 박혀 내려온답니다. 네. 바로 그 아!서!밀!러! 말이예요.
그가 쓴 연극 <모두가 나의 아들들(All My Sons)>이라는 작품이 있었어요. 저는 이 작품을 에어컨도 없는 뭐 헛간같은 연극무대에서 한번 보았답니다. 그리고 그건 정말 끔찍했어요. 그때 제 나이가 14살이었거든요. 14살인 제가 뭘 알겠어요? 그런데도 정말 형편없었답니다. 사실 고백하지만 저의 아버지가 배우라서 저는 "객석예의"라는 걸 일찍부터 알았어요. 그래서 그 형편없는 연극무대였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예의상 응원할땐 응원하고 감탄해야 할땐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웃어야 할 곳에는 웃었어요. 그리고는 연기캠프가 끝나고 집에가는 볼보 차안에서 배우인 우리 아버지가 얼마나 연극 뒷다마를 까면서 평가를 해댈지가 벌써부터 기대되었죠. 아마 인생 최악의 연극을 벌써부터 보았다는 확신에 찬 채 말이죠.
여기서 잠깐! 친애하는 AI여배우 틸러 노우드님. 교훈 2가 나갑니다.
교훈 2. 연극을 같이 보러온 친구들을 위해서, 해당 연극이 형편없으면 형편없을수록 리액션은 과장되게 해주는게 좋아. 그래야 돈내고 보러온 연극표가 아깝지가 않지. 알겠니?
그런데 연극 후반부 한 배우가 등장했어요. 순간 무대의 공기는 반전되었어요. 친애하는 AI여배우 틸리 노우드님. 그 배우는 마치 시체와도 같은, 수천톤의 납덩이가 그의 얼굴에서 관객들을 직시했어요. 관객들은 생각이라는 게 그 수천톤의 무게에 짖눌려 멈춰버렸어요. 그리고 직전 그 형편없던 다른 배우들이 갑자기 연극속 피묻은 켈러 가족의 일원이 되어서 빛나기 시작했어요. 단 한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말이예요. 어디 지잡대 미술학사 학위를 가진 무명배우, 소품고증이 형편없는 의상을 입는 마네킨 같은 연기를 하던 다른 C급 배우 모두가 켈러 가족이 되어서 관객들의 어깨를 흔들어 깨우면서 너도 죄책감을 느껴보라고, 니가 군수공장에서 부품을 날림으로 만든 탓에 그 부품으로 만든 전투기들이 추락했고 그 전투기에 타고 있던 미 육군항공대 소속 장병들이, 다른 어떤이의 아들들이 죽었다고, 너의 탓이라고, 너의 잘못이라고 인정하라고 사정없이 몰아치고 있었어요. 제 옆에 앉아있던 아빠의 손이 가슴으로 올라와 숨이 가빠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 역시 괴로워하면서 몸을 비틀면서 관객석에서 고통받고 있었어요. 저의 14살 인생 처음으로 무엇인가가 발생하고 있었어요.
친애하는 AI여배우 틸리 노우드님. 14살이 될 필요가 없으실 테고, 구글검색을 해도 그 이유가 나오지 않을테니 그게 뭔지 제가 알려드리죠. 그건 마치 나의 영혼에 깨진 유리잔을 찔러 넣는 경험이예요. 제가 모르는, 새로운 경이로운 세상에 처음 들어선 나 자신이 자신에게 허우적되며 살려달라고 고함치고 있어요.
난 누구지? 어떻게 살아야 되지? 난 언제부터 혼자였지?
그때 나 자신을 초월한 우리 인류의 지적 경험을 소유한 뇌는 이렇게 대답하죠.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넌 언제나 항상 혼자였어.
친애하는 AI여배우 틸리 노우드님. 당신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 던지고, 스스로에게서 해답을 찾을 수 있나요? 14살 배우의 길에 들어서겠다며 겁도 없이 패기있게 배우 세미나/연극 캠프에 걸어들어간 제가 아직까지도 그 형편없던 헛간에서의 연극 무대가 생각하는 것은 그 마지막 등장한 배우의 연기가 생각나기 때문이예요. 제 사춘기 시절, 배우가 되고 싶다는 헛꿈이나 꾸며 장미빛 미래를 탐하던 불쌍하고 철이 없던 저를 구성하고 있던 세포 하나하나가, 그 헛간의 형편없던 무대에서 불꽃같은 연기를 펼치던 그 배우의 세포로 바뀌는 게 바로 그때 저에게 일어난 일이었어요. 그 배우가 연기한 고통은 저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바꾸어놓았어요. 그리고 그건 그 당시 헛간에 있던 모든 관객들이 다같이 느낀 감정이었습니다. 그 헛간은 인간이라면 느낄수 있는 감정의 소용돌이들이 마치 콜라 거품처럼 부글거리며 넘처 흐르고 있었어요. 미스 노우드 양. 그게 바로 우리 배우들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고통을 연기하여 배우와 관객사의 공기라는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어 당신과 나의 존재가 이루는, 그게 인류 공동의 깨달음이 되었건, 감정의 카타르시스가 되었건, 아니면 위로해 주는 약이 되었건 뭐건 간에. 그리고 그게 당신과 우리가 다른 이유죠.
친애하는 AI여배우 틸리 노우드님. 당신도 여배우로서 저의 이런 말이 혼란스러울수 있겠군요. 당신은 충분히 아름다우니까. 이런 말들이 당신의 프로페셔널 커리어에 무슨 영향을 미칠까요. 그리고 이 세상은 빌어먹을 정도로 무서워졌기에 그냥 예쁜 것 하나만을 바라보며 제가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은 그런 것들을 느끼지 않으며 살아가는게 좋을 수도 있겠군요. 저도 분명 AI 수준의 미모는 아니더래도, 인간으로서 꽤 괜찮은 수준의 미모를 가진 시절이 몇년 있었답니다. 그땐 뉴욕 캐널가의 노가다 하시는 분들이나 월 스트리트의 거물들이 저의 실루엣만 보고서도 말을 더듬곤 했어요. 그리고 전 그게 저의 힘처럼 느꼈죠. 그러나 그들은 나를 소유물처럼 대했고, 저는 마치 수갑을 찬 채로 갖혀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마도 그게 틸리 노우드 님 당신이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할 거예요.
친애하는 AI여배우 틸리 노우드 님. 얼굴에 뾰루지 하나 없이 완벽한 누군가의 소유물인 틸리 노우드 님 당신의 하나하나는 20년 전 영화 스크린 속 저의 속눈썹 혹눈썹 혹은 치아 광택빛 하나하나로 구성된 것이예요. 당신이 가진 수십억개의 "핫한 젊은 여배우" 부속 하나하나가 당신을 이루고 있는 전부는 아닐런지요. 그리고 현재의 저는 더이상 그 부속이 아니예요. 제 얼굴에는 주름이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가니까요. 잠을 자면서도(평화롭게), 웃으면서도(기쁨에 넘쳐서), 울면서(인생의 경험이 쌓이면서), 그리고 미세먼지를 마시면서(빌어먹을 뉴욕시!) 말이죠.
친애하는 AI여배우 틸리 노우드 님. 2009년 그 여름, 저에게 그 교훈들을 말해준 배우는 케이티 피너런(물론 인간입니다!) 이랍니다. 그는 미 연극계의 중심으로서 믿음직인 배우죠. - 기회가 되면 그녀의 무대를 꼭 보세요. - 그녀는 저에게 전화번호를 주면서 말했어요. "나도 배우야. 필요할때 언제든지 연락하렴". 그러나 그녀가 말하려던 것은 무언가 너의 힘으로, 너 자신이 혼자서 성취해 낼 것인가 아니면 무엇의 일부가 되어 살아갈 것인가 라고 묻는 것이었어요. 미스 노우드 양. 당신은 다른 배우 그 누군가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며 전화번호를 건낼 수 있는 그런 배우인가요?
친애하는 AI여배우 틸리 노우드 님. 이미 위키피디아를 검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당신께 미국 연극에서 아서 밀러가 어떤 존재인지를 상기시킬 필요는 없는 것 같군요. 다만 위대한 아서 밀러의 불멸의 작품 <모두가 나의 아들들(All My Sons)>은 단지 미국 연극사에 길이 남을 연극 작품을 넘어 미국 역사에 깊은 자욱을 남긴 연극임을 검색이 아닌 공연을 통해 당신 자신이 느낄 수는 있나요? 잘못을 저지른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아서 밀러가 이 연극 대본을 친구라고 믿었던 엘리야 카잔 감독에게 보냈고, 엘리야 카잔 감독은 이 작품이 "어메리칸 드림"을 비판하고 있다는 불손한 표현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친구인 아서 밀러를 빨갱이라고 고발하고 매카시즘 광풍에 희생양으로 몰아넣은 그 역사적 슬픔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나요?
친애하는 AI여배우 틸리 노우드 님. 님을 탄생시킨 창조자 - 개발자(Eline Van der Velden를 찾아보았습니다. 저와 같은 해에 태어났더군요. 그녀도 저와 마찬가지로 39살이구요. 그녀가 저처럼 2009년에 배우가 되겠다는 겁없는 꿈에 부풀어 겁도 없이 연기 캠프에서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는 경험이 있었을지 궁금하군요. 아. 분명히 해두죠. 저는 무보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일념으로 무언가를 떠드는 환경운동가 같은 사람은 아닙니다. 저는 연극 전공 학사학위 보유자이자 배우로서 지극히 나르시스트 적 성향을 가진 여배우이며, 저에게 출연비를 약속하는 영화사/TV방송/제작사 기업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가슴노출을 서슴치 않고 대사를 읆을 수 있어요. 적어도 그런 점에서는 당신과 제가 공통점은 있어 다행이군요. 우리 둘다 돈이 직업적 목표가 될수도 있고 돈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는 동의하니까요.
그러나 이것 하나만 알아두세요. AI여배우 틸리 노우드 님. 화장실에서 끊임없는 인스타피드를 스크롤하다가 급우울해지는 감정충 환자로서 제가 장담할 수 있어요. 돈이 인생을 편리하게 만들어주긴 하지만 인생을 망치기도 해요. 당신의 나의 인스타계정은 누군가에게 외로움을 달래줄수는 있겠지만 당신은 생명력이 빛나는 존재, 그 이상을 넘어서는 의미는 결코 될수 없을 거예요. 푹푹 찌는 어느 여름날 배우 캠프가 열리는 시골 들판 한곳에서 다른 배우에게 어깨를 툭툭 치며 수다를 같이 떨어주는 배우는 결코 될수 없을 거예요. 미스 다우드 양. 인스타 피드에서 고개를 자신있게 처들며 예쁜 포즈로 사진을 포스팅 한다고 누군가의 반쪽이 되어주는 영혼의 존재는 결코 될 수 없어요. 왜냐하면 당신은 처음부터 뭐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그런 무엇이었으니까.
친애하는 AI여배우 틸리 노우드 양. 마지막으로 한가지. 저와 당신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당신의 존재도 그렇겠지만 저 역시 제가 이때까지 접해온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얻은 소중한 누군가의 경험,지식,감정들로 이루어진 어찌보면 표절 덩어리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저에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요. 저는 그 표절을 그분들과 여름 배우 캠프,헛간,뉴욕시,영화촬영소,야외 로케이션에서 얻었습니다. 당신은 어디서 그 표절을 얻었나요? 랜선을 통해?
꺼지세요. 틸리 노우드 양.
하지만 결국 그 방향으로 가겠죠.
배우들 출연료보다 AI사용료가 훨씬 저렴할테니 배우들은 아쉽지만 다른 직업을 찾아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