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비는 최근 몇 년간 좋지 않았다. 재화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3분기부터 2024년 4분기까지 무려 2년 6개월 동안 매 분기 감소했다(전년 동기 대비). 그나마 올해 들어서는 소매판매가 1년 전보다 증가했던 달이 2월, 6월, 7월 3번이었다. 소매판매는 7월 2.7% 증가했고, 8월에는 다시 2.4% 감소했다.
사람들은 일자리나 소득에 불안함을 느끼면, 일단 저축을 늘려 미래에 대비한다. 우리나라 총저축을 보면 2024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난다. 총저축은 218조원대에서 2024년 4분기 232조원대까지 늘었다. 올해 1분기 230조원대로 잠시 줄었지만, 2분기 총저축은 전 분기보다 3% 이상 증가한 239조원대까지 늘어났다.
(중략)
침체기에 소비를 활성화하려면 저소득 근로자들의 임금을 늘려주는 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마틴 수시에(Martin Souchier)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영대학원 교수가 올해 2월 발표한 ‘기업 내외부의 보험’이라는 논문은 소비 활성화에 관심이 있는 정부라면 참고할 만한 자료다.
기업의 매출이나 이익이 줄어들 때 연봉이 많은 직원들의 임금 감소율은 평균보다 1% 이상 높았지만, 저소득 근로자들의 임금은 대체로 일정했다. 무엇보다 저축할 여유가 없는 가난한 근로자들은 임금이 늘어났을 때 소비에 돈을 쓰는 비율인 한계소비성향이 고소득 근로자들보다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기업이 저소득 근로자들의 임금을 높이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대신 수시에 교수는 보조금을 활용한 대출이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저소득 근로자들이 정부 보조금으로 외부에서 대출을 쉽게 받는다면, 이들의 생계 보험 역할을 하므로 기업에도 좋고, 소비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결과적으로는 소시에 교수의 주장과 유사한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9일 “은행이 고신용자들에게 이자 부담을 0.1%만이라도 더 시키고, 그중 일부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좀 더 싸게 돈을 빌려주면 안 되냐”고 말했다. 강제하기는 어렵지만, 재원만 마련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근로자·기업·소비 모두 이익이다.
이탈리아는 2023년 조르자 멜로니 내각이 은행들의 초과 순이자마진(NIM)에 40% 세율로 횡재세를 부과해 서민들의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대신 내줬다. 윤석열 정부도 비슷한 시기에 관치 비난을 무릅쓰고 비슷한 명목으로 은행들로부터 상생금융 자금 수조원을 걷었다. 주춤한 소비를 다시 회복하려면 저소득 근로자가 먼저 살 만한 세상이 돼야 한다.
현재의 최저시급이 많이 부족하다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