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었던가요..
점심 먹고 들어오니 노팀장님이 이거 좀 다른 사람 시켜서 하라길래
딱히 누구 시키기도 그래서 그냥 제가 했습니다
4시쯤인가 팀장님이 오시더니
노: 아까 그거 누가 하고 있나요?
저: 아..그거 다 했습니다 제가 했어요
노: 내가 다른 사람 시키라고 한 거 같은데 그걸 왜 김팀장이 해요?
할 거 없어요? 시간 많아요?
저: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제가 많이 해 본거라 다른 사람 시키는 거보다
제가 금방 할 수 있는거라 했는데....알겠습니다 다음엔 안 그러겠습니다
에휴..하고 한숨을 쉬시더니 자리로 가시더군요..
저러고 나니 기분이 바닥을 치더군요
퇴근 시간만 기다리다 6시 땡 치자 수고들하세요 하고 자리를 나섭니다
그러니 노팀장님이
노: 김팀장..잠깐만요 잠시만 기다려요
하시더니 가방을 챙겨서 나오시더군요
노: 밥이나 먹어요..
저: 아니 제가 다른 약속이나 볼일 있으면 어쩌실려구요?
노: 아..맞네 그 생각을 못 했네..미안해요 내 생각만 했네..시간 되나요?
그냥 말없이 식당에 들어섭니다..
그러더니 메뉴판도 안 보시고는
노: 여기 제일 비싼 코스로 2개 주세요
저: 아니.....잠시만요 메뉴판 좀 보고요
메뉴판을 보니 코스가 비싼 거 너무 비쌉니다
저: 그냥 B코스로 주세요
노: 그럼 B코스로 2개랑 오늘 전어 들어 왔나요? 있으면 전어회도 한 접시 따로 주세요
김팀장 전어 먹고 싶댔잖아요
누가 전어 사 달랬나 하며 있는데
안절부절하는 팀장님이 보입니다
노: 아까 미안했어요..그냥 다른 사람 시키면 될 걸 김팀장이 했다니까
일도 많은 사람한테 더 일 시켰나 싶어서 순간 그랬어요..
내가 약속을 저 버렸네...둘이 트러블 있으면 내가 지기로 했는데 그러지 못 했네
저: 아닙니다...일적으로는 팀장님 말씀 따르는 게 맞구요
지금도 제 기분 상했을까봐 먼저 밥 먹자고 하시는 거잖아요..
안 그랬으면 저는 한동안 먼저 팀장님한테 말 안 걸었을거에요
팀장님이 이번에도 저 주신 거죠
이러며 제가 웃음을 띄우니 팀장님도 약간 안심하시는 분위기입니다
노: 나랑 딱 10년만 같이 해요
저: 10년이면 퇴직인데요
노: 그래요 딱 10년 같이 하고 같이 퇴직해요
저: 아..맞다 10년 뒤에 내가 없겠구나
노: 왜요? 어디 가요?
저: 제 꿈이 환갑되는 날 제가 아는 사람 불러서 파티하고
유산 나눠 주고 스위스 가서 안락사로 행복하게 죽는 거에요
팀장님도 파티에 초대할거니까 꼭 오셔야 되요..
어이가 없으신지 팀장님이 말씀이 없으십니다
노: 아니 제일 오래 살 거 같은 사람이 왜 그런 생각을 해요?
저: 이건 누구 때문도 아니고 무슨 문제 때문도 아니고
웰빙도 중요하지만 웰다잉도 중요하잖아요
그냥 행복한 기억만 있을 때..가장 행복할 때 죽고 싶어요
노: 나 때문이라도 오래 살면 안 되나..내가 행복하게 해 주께요
저: 그럼 팀장님 믿고 좀 더 살아보까요..분위기 너무 처진다
이 얘긴 고만 하고 다른 얘기해요..
이 얘기 저 얘기하다 팀장님이 묻습니다
노: 부장님이 좋아요? 내가 좋아요?
저: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이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요랑 똑같은 거 같은데
아...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팀장님이 부장님보다 확실히 잘 생겼다는 거 ㅎㅎ
노: 근데 부장님도 옛날보다 성격 많이 유해진 거 같더라..다 김팀장 때문인 거 같아요
저: 잉? 팀장님이랑 부장님 아는 사이에요? 부장님한테 물어보니 모른다고 하시던데
노: 앗..들켰다
예전에 내가 잘못한 게 있어서 그래요..그때는 지금처럼 팀별로 쪼개져 있는 게 아니라
큰 부서였는데 부장님이 내 직속 상관은 아니셨는데
내가 사수랑 싸우고 회사 그만 둔다고 하니 부장님이 조용히 부르시더라구요
나갈 때 나가더라도 갈 곳 정해 놓고 나가라구요..
아님 지방에 자기 동기 밑으로 갈래 하시길래 그래주세요 하고 거기로 갔죠
그 뒤로 안부라도 물어보고 했었야 되는데 그게 참 안 되더라구
그러다 직무 교육에서 김팀장을 만난거야..
그래서 부장님한테 연락드려서는 그쪽으로 가고 싶은데 혹시 적당한 자리 있냐고 하니
지금 옆팀 팀장 자리가 비었는데 거기로 오면 될 거 같다고 하셔셔 오게 된거지
사실 출근하기 전날 부장님 따로 만나서 인사 드렸어요
부장님이 김팀장도 불러서 셋이 같이 보자시는데 내가 그냥 그날은 둘이서만 보자고 했어요
부장님께 사죄의 말씀도 드리고 감사의 마음도 전해야 되서 말이죠..
사건의 전말을 듣고 나니 여러 가지 의문들이 풀립니다
제가 노팀장님이랑 친하게 지내는 걸 부장님이 별로 개의치 않더라니
팀장님이랑 헤어지고 나서 부장님께 전화를 겁니다
저: 할배탱아..내 속이니까 기분 좋더나
부: 또 무슨 소리야....이거 술 취했구만
술 먹었으면 곱게 집에 가서 잠이나 자
저: 그냥.....사는 게 뭔지....사람이 뭔지 모르겠다
부: 주정할거면 끊어라
저: 그래도 할배랑 팀장님이랑 있어서 행복하다..사랑해
부: 그래 조심히 들어가고 나도 사랑한다 씨붕아
다음주면 추석이네요
저는 팀장님이랑 **스탄에 갑니다
내 팔자에 **스탄 갈 일은 없을 거 같았는데
사람일은 모를 일이네요
다들 운전 조심하시구요
저는 오늘 나갔다가 옆차로에서 소방차가 끼어 들어와서
큰 사고 날 뻔 했네요
다들 메리추석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