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주가가 재차 상승세를 타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 강화 백지화 등 단기성 호재 요인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 여당은 1·2차 상법 개정에 이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또는 처분 정상화)를 담은 3차 개정을 추진한다. 재계와 보수언론은 이에 대해 세계적으로 입법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반발한다. 상투적인 주장이지만, 주요 선진국의 경우 자사주 소각을 법으로 강제한 나라가 드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부 여당이 무리일까? 자사주는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이다. 나라마다 자사주 처분 관련 규제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처럼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 경영승계에 멋대로 활용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굳이 법으로 강제할 필요가 없다.
재계와 보수언론은 1·2차 상법 개정 때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명시,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반대했다. 일본은 법 대신 연성 규범인 ‘기업지배구조 코드’에 “주주 권리 보장”을 명시했다.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반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코드 위반이다. 중요한 것은 일본 기업이 자율 이행을 원칙으로 하는 연성 규범을 지킨다는 점이다. 반면 한국에서 연성 규범은 무용지물에 가깝다. 법도 구멍만 있으면 빠져나가는 현실 아닌가? 사정이 이러니 정부와 국회는 가능한 법으로 기업을 규제하려고 한다. 기업은 이를 지키지 않고, 정부와 국회는 더 강한 법을 만든다. 악순환이다. 재계는 ‘규제 공화국’이라고 성토하지만, ‘자업자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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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밸류업(기업·주주가치 제고) 개혁을 기업지배구조 코드와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두가지 연성 규범을 축으로 추진해,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과 일본 기업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최근 일본에서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취재하는 동안 줄곧 머리를 떠나지 않은 화두였다. 일반적으로 일본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규범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평판 훼손 리스크가 한국보다 크다고 한다. 정부 등 규제자의 신뢰 리스크도 거론된다. 한국은 법이나 정책 집행에서 신뢰성이 떨어진다. 당연히 기업은 규율을 준수하기보다, 잠시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이런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기업처럼 법 규제에 조직적으로, 완강하게, 장기적으로 저항하는 경우는 글로벌 선진경제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기업 역량을 총동원해 정부, 국회, 법원, 언론, 학계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다. 사회적 이익이나 국민의 바람 등 그 무엇보다 지배주주와 회사의 이익이 우선이다. 설령 법 규제가 도입돼도, 온갖 편법으로 무력화시킨다. 외환위기 사태 이후 경영진의 감시·견제를 위해 도입한 사외이사제가 ‘거수기’로 전락한 게 대표적이다.
결국 근본적인 차이는 재벌이라는 특이한 존재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한국 재벌은 총수가 평균 3~4% 지분만 갖고도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절대권력을 휘두른다. 기업을 가족의 사유재산으로 취급하고, 경영승계를 당연시한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재벌이 해체됐다. 대만도 가족기업이 있지만, 재벌 중심 경제와는 거리가 멀다. 반도체 회사 티에스엠시(TSMC)의 경우 최고경영자였던 모리스 창의 카리스마가 절대적이었지만, 경영승계는 생각도 안 했다고 한다.
재벌은 지금까지 규제에 반대하면서도 자율 개혁에 성공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이런 전근대적 태도는 재벌에도 도움이 안 된다. 정부는 기업 범죄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을 완화하려 한다. 여기에는 민사적 피해구제 활성화라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원고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디스커버리제(증거개시제도) 도입이 선결 과제다. 하지만 재계는 이에 절대 반대다. 이렇다 보니 규제 합리화가 특혜 시비로 이어진다. ‘제 발등 찍기’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