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여름이다 보니 주위에 결혼식은 없고 돌잔치는 계속 있었습니다
일요일날도 돌잔치가 있었는데 의정부라 너무 멀어서 부조만 하고 말랬는데
금요일날 퇴근하는데 후임이 꼭 오시라고 하길래 갔다 왔습니다
차 끌고 갈려다 행사장이 지하철역에 바로 붙어 있길래
그냥 기차 여행한단 기분으로 지하철을 타고 갑니다
멀긴 멉니다 ㅎㅎ
연착 맞아서 시작 시간 거의 딱 되서 홀에 들어가니
저를 보자마자 노팀장님이 자기 옆 빈자리를 가리키십니다
제가 안 보이니까 계속 찾고 계셨던 거 같기도 하고...
돌잡이 순서가 끝나고 식사를 하는데 테이블에 와인이 있길래
살짝 땡겨서 잔에 따라 입을 대니
노: 잉? 술 마셔도 되요? 차 안 가지고 왔어요?
저: 낮술 한잔하까 싶어서 지하철 타고 왔어요 ㅎㅎ
노: 갈 땐 어떻게 가려고?
저: 뭐 지하철 타고 가면 되죠..
노: 그럼 내차 타고 가요..태워 줄께요
저: 그럼 그럴까요..그럼 편하게 낮술 때립니다 ㅎㅎ
뭐..돌잔치가 흥청망청 마시는 분위기는 아니니까
적당히 먹고 일어섭니다
팀장님 차 타고 가는데 날씨도 좋고 술도 한잔 하고
틀어 놓으신 노래도 좋고 그래서 그런지 기분이 붕 뜹니다
저: 아~~누가 운전해 주는 차 타니 너무 좋다
왜 부자들이 기사 두고 사는지 알겠네요
노: 그럼 날 기사로 쓰면 되겠네
저: 집이 다른 방향인데 어떻게 그래요? 이사라도 가야하나 ㅎㅎ
음악 들으며 이런저런 얘기하다 집에 도착합니다
저: 팀장님 가실려면 30분 정도 더 가셔야 하는데 화장실 괜찮으세요?
노: 음....갔다 갔으면 좋겠는데 어디 갈 데가 있나?
저: 그럼 집에 잠깐 올라갔다 가세요
노: 그럴까요..그럼 실례 좀 하께요
그렇게 집에 올라와 옷방에 보니 저번달에 산 패딩조끼 쇼핑백이 보입니다
사 놓고 쇼핑백에서 한달째 자고 있는거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저: 팀장님 이거 제가 산건데 입어 보시고 괜찮으시면 드려도 될까요?
체격이 저랑 비슷하니까 사이즈는 맞으실 거 같은데
노: 이거 비싼 브랜드 아니에요? 이 비싼 걸 줘도 되나?
저: 비싼 거니까 드리는 거지 싼 거면 안 드리죠 ㅎㅎ
노: 하아......그러면 입어나 보까요
그렇게 입어 보시는데 잘 어울리십니다
저: 이쁘다 이뻐 옷걸이가 되니까 뭘 입어도 멋지네
고객님 이거 딱 고객님 옷이에요
노: 너무 옷가게 점원 같은데 안 이뻐도 이쁘다고 하는 ㅎㅎ
저: 하나 팔아 주세요..오늘 마수도 못 했어요 ㅎㅎ
이게 하나 있으면 겨울에 의외로 잘 입히더라구요
그럼 옷은 됐고 뭐 더 드릴껀 없고 커피 한잔 드려요?
아니다..좀 쉬시다가 된장찌게 해 드릴테니까 저녁 드시고 가세요
노: 아니 뭐 귀찮게...그냥 배달시키거나 나가서 먹어요
저: 어디 먹을 게 없어서 그러나요
그냥 팀장님 밥 한번 해 드리고 싶었어요
저도 저녁 먹어야하고....제 밥 먹는데 밥한공기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거라고 편하게 생각하세요
그렇게 티비 보시라고 리모컨 던져주고 저는 잠깐 잤습니다
1시간쯤 자고 일어나니 팀장님도 주무시고 계시더군요
주무시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떻게 또 이 사람이랑 인연이 되어서 나와 이렇게 함께 하고 있을까
더 이상의 인연은 없었을 줄 알았는데..
불과 4달 전만 해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말이죠 ㅠㅠ
물 마시려고 냉장고 문을 열고 탁탁 인기척이 나니까 팀장님이 일어 나십니다
노: 나도 깜박 졸았네..김팀장 집터가 좋은가봐..완전 꿀잠 잤어요
저: 운전하신다고 피곤하셨나봐요 운전이 은근히 피곤하잖아요
노: 나 코 안 골았어요?
제: 네..안 고시던데 애기처럼 쌔근쌔근 잘 주무시던데요 ㅎㅎ
잠깐만 계세요 금방 밥 해 드리께요
노: 아니 귀찮게 안 그래도 되는데 아이고..
저: 진짜 뭐 많이 해 드리고 싶어도 재료가 없어서 안 되요
된장찌게에 음...계란은 계란찜? 아님 계란말이?
노: 아무거나 하기 편한걸로 해요
저: 둘 다 편한데...에잇 계란찜이랑 계란말이 둘 다 해 드리께요 ㅎㅎ
그렇게 밥 해 드리니 맛있게 드십니다
암요 누가 한건데..제가 요리를 좀 합니다 ㅎㅎ
밥은 제가 했으니 설거지는 팀장님이 하신다길래
설거지 잘 못할 거 같은 관상이라고 빨리 가시라고 쫓아 보내고
저는 설거지 하고 집 좀 치우고 있는데 인터폰이 울립니다
저: 누구세요?
폰: 과일 배달 왔습니다..1층 현관 문 좀 열어 주세요
저: 잉? 저 과일 안 시켰는데요?
폰: 노**님이 시키셨는데요 김**님 댁 맞으시죠?
아..아까 올라 오다가 집에 먹을 거 없다고 과일 좀 사 가까
했는데 배 부르시다고 아무 것도 필요 없으시다고 하셔서
과일집을 그냥 지나쳤는데 가시면서 그집에서 주문하셨나 봅니다
팀장님께 카톡을 보냅니다
저: 아.....팀장님 무슨 또 이렇게 과일을 ㅠㅠㅠ
노: 밥값 대신이에요..너무 잘 먹었어요
저: 그럼 저도 잘 먹겠습니다..쉬시고 내일 뵈께요
그렇게 또 1시간이 지났나 팀장님한테서 톡이 옵니다
노: 집사람이 뭐 이렇게 비싼 걸 받아왔냐고 타박을 하네..
애인이 주드냐고 ㅎㅎ
저: 애인 맞죠....팀장님 좋아하니까 애인 맞죠ㅎㅎ
노: 그럼 우리 오늘부터 1일?
저: ㅋㅋㅋㅋㅋ 팀장님 센스 많이 느셨네..잘 따라오고 계십니다
만난지 3달 쯤 됐으니 100일 이라고 해 두죠
노: 그래요..그럼 200일 되는 날은 내가 좋은 거 해 주께요
저: 아...진짜 설레발 치실까봐 미리 공지합니다..
필요한 거 갖고 싶은 거 생기면 말씀 드릴테니 뭐 사주실려고 하면 안 됩니다
노: 김팀장 입으려고 샀는데 내가 입게 됐으니 그러지
저: 저는 저거랑 비슷한 거 2개나 있어서 살까말까 고민 했었는데
팀장님 옷이 되려고 그런 거 같아요..그러니 잘 입어 주세요
노: 그래요 잘 입으께요....빨리 겨울이 와야 할텐데
그래야 입고 가서 김팀장이 사 줬다고 자랑을 하지
저: 안돼.....안되요 사람들한테 절대 말하시면 안 됩니다
노: 왜요?
저: 일단 부끄럽고...부장님 아시면 삐낍니다
할배 삐기면 답도 없습니다 ㅎㅎ
노: ㅋㅋㅋㅋ 듣고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네요
잘 자고 내일 봐요
저: 네~~편한밤 되세요
아마 저거 제가 가지고 있었으면 이번 겨울도 아니고
내년 겨울이나 내후년 겨울이나 되야 개시했을 거 같은데
옷이 임자 만난 거 같아 다행입니다
부장님 할 이야기도 많은데 요샌 팀장님과의 일이 더 많네요
그러게 있을 때 잘 하지 할배탱아~~ㅎㅎㅎ
ㄷㄷ
집에서 밥도 해주시구요?
제가 수양이 부족한가 봅니다…
마음이 널으신 분이시네요!
그러니 저도 뭘 자꾸 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