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열심히 출근한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웬 오토바이가 제 앞에 멈춰 섭니다
속으로 어느 상놈의 쉐이가 사람 가는길을 막는거야 하고 있는데
멈춰 선 오토바이에서 헬멧을 벗는데 노팀장님이었습니다
저: 오호~~팀장님 오토바이도 타세요?
노: 날씨가 좀 선선해진 거 같아서 한번 타고 나와 봤어요
근데 오토바이가 클래시컬한 게 예쁩니다
옛날 t.g.i 프라이데이나 락카페 같은 곳에 인테리어 돼 있음직한 디자인이더라구요
나중에 보니 로얄엔필드 오토바이더군요
저: 오토바이가 넘 예쁜데요..이건 대체 어디꺼야?
노: 맘에 들어요? 한번 타 볼래요?
저: 아....저 곱게 자라서 오토바이 같은 거 탈 줄 몰라요 ㅋㅋㅋ
노: ㅎㅎ...그래요 그럼 나중에 일 마치고 라이딩 한번 갈래요?
저: 네~~좋죠..알겠습니다
그리곤 그냥 잊어 먹고 일하고 있는데 5시쯤 돼서 노팀장님한테 카톡이 옵니다
노: 오늘 일찍 마치나요? 정시퇴근?
저: 네~~라이딩 갈려고 일 다 해 놨습니다..이따 뵈요
그렇게 보내고는 부장님한테
저: 나 오늘 노팀장님이랑 데이트 있어서 칼퇴한다..남아서 열심히 해라
그랬더니 얼굴로 할 수 있는 욕이란 욕은 다 하십니다
저: 어허이~~잘생긴 얼굴로 그리 욕을 하면 쓰나..그냥 말로 해라
그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혀를 쯧쯧 차십니다 ㅎㅎ
노: 근데 어디 갈래요? 가고 싶은 데 있나?
저: 글쎄요..어딜 가나? 그냥 한강이나 가까요? 가서 라면 먹어요
그렇게 오토바이 뒤에 탔는데 손을 잡을 곳이 애매해서 팀장님 옷자락을 잡으니
노: 그렇게 잡으면 뒤로 헤까닥 넘어져요
하시면서 제 손을 허리춤에 갖다 놓으시더군요
근데 팀장님....좀 험하게 모시더군요
진짜 뒤로 헤까닥 넘어질 거 같아서 자연스럽게 팀장님 배 쪽을 잡게 됩니다
저: 팀장님 배도 하나도 없으시고 은근 근육질이신데요..배에 왕짜 있는 거 아니세요?
노: 옛날엔 있었죠..근데 지금은 없어 다 물살이야..
아버지가 체격이 좋으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나도 통뼈에 운동 안 해도 근육이 좀 있는 편이었죠
저: 얼굴도 잘 생기고 몸도 좋고..진짜 세상 불공평하다 ㅎㅎ
라면이랑 핫바에 이거저거 거기다 저는 맥주 한잔 사서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습니다
참고로 팀장님 술도 거의 안 하시고 담배도 안 피우십니다
노: 라면 갖고 되겠어요? 뭐 좀 더 시키까?
저: 저는 이거면 괜찮은데 팀장님 라면 잘 안 드신다면서요? 팀장님이 안 괜찮으실 거 같은데
노: 그래도 일년에 몇번은 먹어요..오랫만에 먹으니 맛있네
저: 말이 나와서 말인데 팀장님 저한테 너무 비싼 거 좋은 거만 사 주실려고 하지 않으셔도 돼요
팀장님이 비싼 거 사 주시다가 싼 거 사 주신다고 해서
제가 팀장님이 변했구나 나한테 소원해졌구나 생각 안 할테니까요
돈의 크기로 팀장님 마음의 크기를 재지 않는단 말씀 드리는거에요
노: 나 이 정도 김팀장한테 사 줄 수 있을 정도는 돼요..나도 옛날엔 돈 아꼈죠
근데 뭐 이제 이 정도 하고 살 정도는 돼요..
저: 네..저야 팀장님이 좋은 거 비싼 거 사 주시면 좋지만 제 돈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 돈
더군다나 팀장님 돈도 소중해요
노: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잘 될지 모르겠지만 노력해 볼께요 ㅎㅎ
저: 팀장님이 그러시니까 저도 자꾸 뭐를 주고 싶어지잖아요
노: 그래요..나한테 많이 줘요..근데 돈으로 할 수 있는 거 말고 다른 걸 줘요
저: 그럼 줄 수 있는 게 노래 밖에 없는데 어떡하지..
줄 수 있는 게 이 노래 밖에 없다
그래도 불러본다 니가 받아주길 바래~~~~본다~~~~아아아아
팀장님도 노래를 좋아하십니다
저는 거의 사람들이 쥬크박스라고 할 정도로 모르는 노래가 없구요
아무래도 1살 차이 밖에 안 나는 동년배이다보니
팝송 영화 등 동시대에 누렸던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서로 좋아하는 팝송이나 영화 유투브 보면서
얘기를 계속하다 잠시 뜸을 들이십니다
그전주에 팀장님이 여름 휴가를 갔다가 저날 출근하신건데
노: 나 안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었다고 할까 아니면 받아칠까 고민하다 받아 치기로 합니다
저: 네..안 보고 싶었는데요..팀장님 생각 1도 안 나던데요
노: ...............
저: 에잇..팀장님 마상 입으셨구나....왜 안 보고 싶었겠어요
노: ...............
저: 어....왜 말이 없으세요...사람 겁나게
노: 아..미안해요 잠시 생각을 했어요
안 보고 싶었냐고 물어보는 나도 좀 우습고 농담인 거 같은데 안 보고 싶었단 말에
기분이 무너지는 내가 이상한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저: 하.....이제 클났다 클났어 아......저라는 파리지옥에 빠지시면 헤어 나오기 힘드실껀데 ㅋㅋㅋ
노: 빠져 나오는 방법은 없나요?
저: 네...없습니다..그냥 제 파리지옥에 갇혀서 행복하게 지내시면 됩니다
부장님 보세요 제 파리지옥에 갇혀서 20년 동안 행복하게 지내시잖아요 ㅎㅎ
노: 그럼 다행이구요 ㅎㅎ
저: 근데 저 팀장님 좋아해도 되요?
노: 그런 걸 왜 물어봐요 그게 내 허락이 필요한건가요?
저: 아니 저야 제 마음을 아니까 팀장님이 저를 좋아해 주시는 게 너무 좋은데
팀장님은 제가 좋아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거고 싫으실 수도 있는 거잖아요
노: 그게 왜 싫어요...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다는데 그것보다 좋은 게 어딨어요
근데 김팀장은 내가 왜 좋아요?
저: 사람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나요? 좋으면 그냥 다 좋은거지
모르겠습니다..팀장님이랑 이렇게 잘 지내다가 떨어져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껀데
글쎄요..저는 상황이 그럴 수 밖에 없어서 그런거지 제 마음이 팀장님한테서 멀어져서가 아닐 거 같아요
그만큼 팀장님이 제 인생에 임팩트 있는 존재가 되신 거 같아요
이거 하나만은 약속 드릴께요....팀장님은 언제든 두팔 벌려 환영이니까 언제든 저한테 오세요..
진짜 우리 사이에 자존심 같은 거 세우지 말구요....
노: 알겠어요..그런 상황이 안 일어나는 게 제일 좋겠지만요
일 이야기도 하고 남 험담도 하고 그냥 사는 얘기도 하고
그러다 또 제게 물으십니다
노: 김팀장은 휴가 안 가요? 사람이 좀 쉬어야지
저: 저 이상하게 어느 순간부터 여름 휴가를 안 가게 되더라구요
이번엔 추석이 길어서 그 때 쉬면 되죠
노: 추석 땐 어디 가시나? 가족들 만나러 가는건가요?
저: 그럴려고 했는데 어차피 거긴 그 때 평일이니까 애도 학교 가야하고
애 엄마도 회사 가야 하니까 저 혼자 놀아야 되서 영국엔 차라리 크리스마스 시즌 때 갈까 생각중입니다
노: 나 추석 때 ~~스탄 가는 거 알죠? 그럼 나랑 같이 갈래요?
진작에 같이 가자고 할랬는대 나는 일땜에 가는거라 김팀장 혼자 돌아 다녀야 할 수도 있고
동네가 작아서 한 3일이면 다 볼 수 있는데라 선뜻 가자고 할 수가 없더라구
저: 네.....같이 가요 어디가 중요하겠습니까..팀장님이랑 같이 가는 게 중요한 거지요 ㅎㅎ
말이 나오자마자 바로 뱅기표 예약했습니다
정말 팔자에 없는 ~~스탄에 가게 되었습니다
저희 회사에 안식년 같은 제도가 있는데 팀장님은 그 기간 동안
~~스탄에 놀러 갔다가 거기다 사업체를 하나 만드셨더군요
근데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뭔가 잘 안 되는 분위기이고
이번엔 가서 보고 정리를 할지 계속 유지할껀지 해서 가시는거고요
집사람한텐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부장님이랑 놀러간다 하면 더 이상 말이 필요하지 않는데
회사 사람들이랑 놀러간다 하기도 그렇고
노팀장님 얘기를 구구절절이 해야되나
그보다 부장님이랑은 그렇게 붙어 다녀도 마음의 가책이 없었는데
노팀장님이랑은 양심의 가책이 좀 듭니다....
어렵습니다....ㅜㅜ
남자끼리 로멘틱하게 연애할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