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도 그냥 저냥 잘 지내고 계십니다
저번주에 팀원 애기 돌잔치가 있어서 다들 갔다 왔는데
거기서 찍은 사진들 단톡방에 올린 거 보니 부장님도 그새 많이 늙으셨더군요
제 눈엔 항상 젊은 시절 호랑이 같은 모습 그대로인데
제 눈에만 그렇게 보이고 카메라로 본 모습은 많이 늙으셨습디다
7월 초였던 거 같습니다
마감하고 뭘 보내줘야 되서 제 밑에 후임이랑 마무리 하고
점심 시간 넘어 밥을 먹으러 가는데 노팀장님과 마주쳤습니다
노: 둘이 어디 가요?
저: 아..저희 뭐 마무리 할 게 있어서 하다가 이제 밥 먹으로 가요
노: 뭐 먹을려구?
저: 그냥 간단하게 햄버거나 먹고 올려구요
그러자 팀장님이 지갑을 주섬주섬 꺼내시더니 5만원짜리 두장을 주십니다
노: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와요
글쎄..1장이었으면 고맙습니다 하고 감사히 받았을껀데 2장은 너무 많은 거 같아 제가
저: 1장만 감사히 받고 1장은 갖고 계시다가 다음에 같이 맛있는 거 사 주세요
노: 어허허...그래요 그렇게 해요..맛있게 먹고들 와요
그렇게 하고 엘베 타니 옆에 있던 후임이 한 마디 합니다
후: 아.....왜 형이 어르신들한테 인기 있는 줄 알겠다
저: 왜? 또 뭐가
후: 지금 둘 점심값으로 10만원은 좀 많긴 많은데 형은 기분 좋게 상황을 만들잖아
팀장님은 5만원을 쓰셨지만 기분좋게 10만원을 쓰신 기분이실거고
형도 5만원을 받았지만 10만원 받은 기분일거잖아....역시 디테일이 달라
저: 너는 그거 모르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거...나 악마임 ㅎㅎㅎ
암튼 그렇게 점심 먹고 업무를 하는데 너무 졸립니다
커피라도 마셔야겠어서
저: 커피 사 올께요..커피 주문 받습니다..말 없으면 아아로 통일합니다
그러니 부장님이 제 책상위로 카드를 던지십니다
법인 카드였으면 그냥 들고 갈랬는데 부장님 개인 카드를 주시길래
저도 똑같이 부장님 책상위로 카드를 다시 던집니다
저: 아까 노팀장님이 밥 먹으라고 주신 돈도 좀 남았고 모자란 거는 제가 보태께요..
오늘은 제가 쏩니다
부: 노팀장이 밥 먹으라고 돈을 줬다고?
저: 어...팀장님이 맛있는 까까 사 먹으라고 용돈 한번씩 주시는데
부: 어쩐지....그래서 니가 노팀장 앞에서 맨날 알랑방구를 끼는 거였구나...쳇
저: 뭐라노..나 돈 앞에서 그러는 사람 아니거든..팀장님이 억만금을 줘 봐라
내가 할배 옆에 있지 노팀장님한테 가는가..
그러면서 아까 점심 같이 먹은 후임을 처다보니 엄지를 치켜 세우고 있습니다..ㅎㅎ
그날 저녁 그날이 복날이어서 삼계탕이나 한 그릇하자 하셔서
6명 정도 삼계탕을 먹으러 갑니다
제 옆에 수저통이 있어서 제가 수저 세팅을 했는데 부장님이
부: 이봐..이봐 다른 사람은 다 놓고 나는 쏙 빼 놓는다
다 놓은 줄 알았는데 보니 부장님 앞에만 수저가 없습니다
제가 아차 싶어서
저: 할배는 내가 떠 먹여 줄랬지..우리 애기 이제 혼자 밥 먹을 수 있어요?
이제 다 컸네..장가 보내도 되겠쪄요..
그렇게 수저 놓아 드리고 좀 있으니음식이 나옵니다..
얼른 부장님 앞에 젤 먼저 놓아 드리고 다들 맛있게 드세요
하고 먹으려는데 부장님이 가만 있습니다....또 뭐가 빠졌나
저: 왜 안 드세요?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부: 씨....나는 니가 떠 먹여 준다메
그러시길래 또 가만 있을 제가 아니죠..
한 숟가락 떠서는
저: 우리 애기 맘마 기다렸어요? 자...아 해봐요
부: 이씨..됐어 치워
다들 킥킥댑니다 ㅎㅎ
삼계탕 먹고 그냥 가기 그래서 맥주 한잔 더 했는데
쏘맥 몇 잔 먹으시더니 술이 취하시더군요
삼계탕은 부장님이 사셨으니까 맥주는 제가 사고
사람들 보내고 둘이 걸어 가는데
부: 생일 선물도 고맙고 맥주도 고맙고 다 고맙다
평소 고맙단 말씀 잘 안 하시는데 요새 노팀장님 때문에
위기 의식을 느끼셨는지 고맙단 말씀 자주 하십니다 ㅎㅎ
암튼 완전 스타일 다른 두분을 모시고 또 사랑 받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번 여름 별탈 없이 지냈는데 오늘 일어나니 목이 칼칼합니다
이렇게 목이 아프면 몸살 나던데 잘 버티다 병 난 것 같네요
약 먹고 빨리 자야겠습니다
다들 주말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