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눈팅만 하다가 es클리앙앱이 자꾸 오류를 일으켜서 지우고
클리앙 앱을 설치하고 로그인을 해보니 모 회원님께서
요새 글도 없으시고 근황이 궁금하시다고 쪽지가 와 있더군요..
부장님이랑 에피소드도 궁금하시다면서 그러길래 오랫만에 글 적습니다
부장님이랑 저는 여전히 잘 싸우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ㅎㅎ
근데 그 사이 살면서 더 이상은 없을 줄 알았는데 새로운 인연이 나타나셨습니다
저보다 1살 많은 옆팀 팀장님인데 노팀장님과의 첫만남은 5월달 직무 교육에서였습니다
제가 좀 늦게 도착해서 그냥 빈자리 아무 자리나 앉았는데 옆자리에 앉은분이 노팀장님이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서로 명함 교환하고 일과 끝나서 자연스럽게 같이 저녁 먹고는
팀장님이 쉬다가 차 한잔하러 자기 방에 오라시길래
8시쯤 팀장님 방에 갔습니다
처음엔 그냥 가볍게 일 이야기 하다가 자기 살아온 얘기 해 주시는데
음....어릴 때 우여곡절이 많으셨더군요
젖동냥 다녔다는 거 보니 어머니가 팀장님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신 거 같고
아버지는 그 길로 집을 나가셔셔 10살 되던 해 처음 얼굴을 봤다네요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랑으로 키워 주셨다는데 어릴 때 거의 고아나 마찬가지였다고
암튼 아버지가 집에 돌아 오셨는데 다행히 돈은 많이 벌어 오셨나 봅니다
그래서 몇년은 사람사는 것처럼 살았는데 아버지가 약간 불법적인 일로 돈을 버신 거 같은데
(무슨 일인지 얘기해 주셨는데 그건 스킵하겠습니다)
고등학교 들어가던 해 국가에서 재산 몰수 같은 게 나와서 또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 앉게 되셨다네요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어서 자퇴하고 이 일 저 일 닥치는데로 돈 벌다가 신검이 나와서
병무청에 신검 받으러 갔는데 게시판에 보니 hid (북파공작원 ) 모집을 하길래 지원을 하셨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기는 가면 살아온다는 보장이 없는 곳이라 알고 있어서
저: 아니 자기 체력이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으시면 SSU나 UDT 같은 곳도 있고 해병대 같은 곳도 있는데
어떻게 그런 곳에 지원하셨어요?
노: 내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어서가 아니었어요..내가 살 운명인지 죽을 운명인지 알아보고 싶었어요..
가서 죽을 운명이면 그냥 죽는거고 살 운명이면 살아 오겠지 하고 말이죠
그 얘길 듣는데 하.....정말 가슴이 아프더군요..
팀장님 보면 아무 어려움 없이 잘 큰 부잣집 도련님 같이 보이는데 살아오신 거는 정 반대시더라구요
20살 21살...지금 그 나이 애들 보면 아직 어린애 같이 보이는데 그 나이에 그냥 죽고 싶었단 말씀이시죠
말하는 팀장님은 담담하신데 듣는 저는 가슴이 미어져 옵니다
이게 면접도 몇번 보고 마지막으로 부모 동의 받으러 조사관이 직접 집으로 방문을 하는데
팀장님이 아버지께 조사관이 오면 무조건 동의 해 달라고
그게 자기가 아버지께 하는 마지막 부탁이라고 해서
조사관이 방문했는데 아버지께서 반대를 하셔서 결국 거긴 못 갔다고 하시더군요
하기사 아들이 군대 가는데 살아오는 사람보다 죽어 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곳에
어느 부모가 동의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결국 일반 군대를 갔다 와서는 중학교 시절엔 물론 시골이었지만
전교 1등도 하고 고등학교도 오래 다니지 못 했지만 전교 10등안에 들었던지라
공부를 해 보자해서 검정 고시 패스하고 대입 6개월 준비 하셔서
우리 나라에서 제일 좋은 대학 들어 가게 되셨답니다
가서도 돈은 벌어야 했기에 과외를 했는데 인기가 좋아서
그 당시에 거짓말 조금 보태서 집 한채 살 수 있었다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팀장님 사교육 쪽으로 나가셨어도 성공했을 거 같습니다
일단 비주얼이 됩니다
제가 아는 일반인 중에는 제일 잘 생기셨습니다
보통 남자들이 남자 보고 엥간히 잘 생기지 않으면 잘 생겼다고 안 하는데
주위에서 잘 생겼다는 말을 하는 걸 저도 몇번이나 들었을 정도니까요
일 하다가 짜증 나도 팀장님 얼굴 보면 피로가 확 갈 정도입니다 ㅎㅎ
팀장님 은퇴하고 나시면 제가 매니저 할테니
시니어 모델 같은 하시라고 꼬시고 있습니다
하루는 회사에서 행사가 있었는데 진행자를 맡으신 적이 있어서
양복을 풀착장 하고 오셨는데 완전 대존잘이시더군요
저: 팀장님..행사고 진행이고 나발이고 그냥 이대로 방송국 갑시다
이 비주얼이 여기 있기엔 아깝다
노: ㅎㅎㅎ....힘 좀 줘 봤는데 괜찮은가요?
저: 완전 멋지세요..이제 팀장님이랑 같이 안 다닐란다
옆에 같이 다니면 내만 손해다..저도 어디가서 못 생겼단 소리 안 듣는데 팀장님이랑 다니면 넘 비교된다고요
노: ㅎㅎㅎ....그렇다고 나 버리면 안 되요
암튼 이야기가 중간에 샜는데 다시 돌아와서
팀장님이랑 그렇게 첫날 새벽 3시까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일 일정이 있으니 조금이라도 눈 부치자 해서 저는 제 방에 왔는데
가슴이 벅차서 잠을 붙일 수가 없더군요..
한 남자의 인생이..ㄴㅎㅅ이란 사람이 큰 파도처럼 저한테 밀려 오는 거 같았습니다
팀장님..사실 어려운 분이세요
저런 자기 얘기를 쉽사리 하실 분이 아닌데
생기신 건 교회 오빠처럼 생기셨지만
자존심 쎄고 승부욕 강하고
근데 저한테는 처음부터 완전 무장해제 되셔서 좋게 봐 주시고 말이죠
그 다음날도 그 다다음날도 할튼 교육 5일 동안 일과 끝나면
팀장님이랑 밤새 얘기를 나눴습니다
여러 가지 재밌는 얘길 많이 해 주셨는데 그건 다음에 또 한번 글 적기로 하구요
그렇게 마지막날 퇴소하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저: 아..이렇게 가시면 또 언제 보나
노: 인연이 닿으면 또 보겠죠..제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요
그러시는데 저는 좀 섭섭하더라구요
그냥 빈말이라도 조만간 밥이라도 한끼해요 라거나
연락 드리께요도 아니고 인연이면 다시 보겠죠란 말이 좀 그렇더라구요
그렇게 시간이 흐릅니다
중간 중간 팀장님이 긍금하기도 했지만 막상 연락하기도 그렇고
팀장님 부서랑 저희랑 딱히 일적으로 접점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소식을 알 수가 없었는데 한달쯤 지났을까
아침에 출근을 했는데 사무실에 노팀장이 서 있으신 게 아니겠습니까
저: 오오호....팀장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노: 김팀장..잘 지냈어요? 나 오늘부터 여기서 일해~~
김팀장 옆팀 팀장으로 왔어요
저: 에이 그러면 미리 언지를 좀 주시지 그랬어요..이거 완전 놀랠 노짜잖아요
노: 놀랬다니 서프라이즈 성공했네..앞으로 잘 부탁해요
옆팀 팀장님이 퇴직하셔서 그냥 부팀장하던 후임이 팀장 대행하고
팀장 자리는 공석으로 있었는데 거기로 오신거더군요
팀장님 말은 자기 객지 생활 오래해서
이제 가족들 하고 같이 지내고 싶어서 올라오셨다는데
근데 하필 제 옆팀으로 오셨다?
저를 보기 위해서 일부러 콕 찍어서 오시지 않았나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 보지만
그냥 거기에 대해선 둘 다 구렁이 담 넘듯 넘겨봅니다
암튼 그렇게 같이 지낸지 두달이 되었는데
길바닥에 타이가 떨어져 있길래 제가 주워서 만지작 거리고 있었는데
타이 줘 봐요
하시더니 저걸 만들어 주시더군요
제가 사진을 찍으니
노: 아주 맘에 드나봐..사진까지 찍으시고
저: 예~~팀장님이 이때까지 주신 거 중에 제일 맘에 드는데요 ㅎㅎ
노: 내 마음이에요....내 마음은 저 하트보다 훨씬 더 크지만 말이에요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겠죠..
찬찬히 이야기 해 드릴까 합니다
다음부턴 좀 거북한 이야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라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편한밤 되세요~~
왜 사진첩에 파일이 jpg 가 아니라
heic 파일이라고 하는지 ㅠㅠ
Heic 파일일때 카카오톡으로 나에게 보내기 하시고 다운 받으시면 jpg로 변환됩니다.
쌍수는 잘 자리잡으셨는지 ㅎㅎ
부장님 이야기 자주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