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22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성장 전략’에는 서비스가 사실상 실종돼 있다. 정부는 매년 두차례씩 발표하는 ‘경제정책 방향’을 ‘경제성장 전략’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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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의 경제성장 전략은 AI 15개 프로젝트, 초혁신경제 15개 프로젝트다. 앞에 AI가 붙었을뿐 기존 제조업 기반 산업 프로젝트와 다를 게 없다.
AI로봇, AI가전, AI납세관리…. 이런 식의 작명법은 초혁신경제도 마찬가지다. 모두 기존 제조업에 기반하면서 초전도체·그린수소 등을 첨가했다. 기재부의 계획에는 오로지 상품 제조 대기업의 영역만이 존재한다. 스타트업 양성에 관해서는 모태펀드 확대 등 원칙적인 내용만 들어가 있다.
세계 각국이 AI에 승부를 거는 이유는 AI가 차세대 서비스 산업이어서다. 소프트웨어로서의 AI가 아니라 GPU나 데이터센터 등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하드웨어 자체가 핵심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기재부의 계획에 ▲서비스 기업 육성, ▲서비스 수출 증가 계획이 사실상 없다는 것은 AI를 하드웨어나 제조 대기업을 보조하는 정도로 인식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저성장의 원인을 자본이 대기업 등 고자본 기업으로 집중되면서 총요소생산성이 감소한 결과로 보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기술 위주 스타트업의 5년 내 생존율은 2022년 34.7%로 61.9%인 네덜란드, 51.9%인 미국, 50.8%인 프랑스보다 현저히 낮았다. 생산성이 높은 서비스, 기술 위주 스타트업에 가야 할 자본이 제조 대형 회사들에 간 결과다.
하지만 우리가 사지死地로 몰아넣은 디지털 서비스 위주 스타트업은 미국에서는 압도적인 경제력을 지탱하는 근간으로 발돋움했다.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매그니피센트7’은 애플을 빼면 창업자가 생존해 있고, 마이크로소프트(MS)까지 제외하면 모두 스타트업 창업자가 지금까지 직접 경영하는 회사들이다. 테슬라, 애플도 단순 제조업이라고 하기에는 소프트웨어 매출의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선진국들은 무형의 재화인 서비스 수출로 방향을 돌린 지 오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가 상품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할 날도 머지않았다. 미국의 서비스 수출은 1999년 2780억100만 달러에서 18년 만에 4배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조1527억4700만 달러까지 급증했다. 2위인 영국은 지난해 서비스 수출이 6492억7842만 달러다.
그러나 우리나라 서비스 수출은 1389억5270만 달러로 일본·싱가포르 등보다 훨씬 낮은 세계 17위권이다. 서비스 무역수지에서 우리는 세계 2~3위권 적자국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우리나라 서비스 수출 현황과 나아갈 방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서비스 수출은 2010년 이후 연평균 3.8% 증가해 주요국에 비해 성장세가 더디고,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2010년 1.9%에서 2023년 1.6%로 오히려 하락했다” 지적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서비스가 역성장하는 이유는 뭘까. 기재부의 성장전략과 동일하게 우리 서비스 수출은 기존 제조 대기업의 상품 수출을 보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다. 우리 서비스 수출의 대다수는 여전히 동일 재벌 그룹 산하 계열사 간 거래다. 제조업체가 해외에 진출할 때 현지법인이 본사의 기술 등을 쓰고 사용료를 내는데 이를 수출로 표기한다는 얘기다.
서비스 수출의 경쟁력도 없다. 원천기술이 없어서 해외 기업들에 단독으로 팔 만한 수준이 안 된다. 소프트웨어 수출의 46.3%는 게임에서 나오고, 멀티미디어 저작권 수출의 73.7%는 음악 저작권이다. 예를 들어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아무리 흥행해도 우리는 삽입곡 저작권 정도만 챙길 수 있다. 미국 넷플릭스가 지식재산권(IP)을 가지고 있어서다.
가끔 등장하는 주요 서비스 기업들은 모두 해외를 선택한다. 네이버의 라인, 웹툰 등 여러 서비스는 해외 기업에 지분 절반과 함께 경영권을 넘기거나, 본사를 해외로 이전해 현지 직상장을 선택했다.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 성장과는 큰 관련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까. AI를 소프트웨어로 접근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하는 정부의 경제성장 전략에 서비스 기업과 기술 스타트업의 구체적 목표를 적시하는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인터넷 서비스, 소프트웨어 기업의 매출 증가 목표치나 스타트업 5년간 생존율 향상의 구체적 숫자를 제시하는 게 그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기재부에게 뭔가 새거는 바라지도 않고,
그나마 잘하는 게임 산업이라도 좀 건들지 말 길 바랍니다.
위헌적 검열기관인 게관위 폐지시키는 걸 좀 해보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