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재팬은 어떤 식으로 매출을 부풀리는가" 를 우선 읽는게 이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지난 글에서 일본의 컨텐츠 판매수출액 4.7조엔이
말도 안되는 어마어마한 헛소리라는 걸 살펴보았습니다만
진짜 의문은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누가 저런 거짓정보를 공들여 작성했고
왜 아무런 의심없이 모두가 받아들였는가

일본의 문화컨텐츠 수출액이 4.7조엔이라는 기사는
2024년 6월 5일을 기점으로 수많은 언론에서 보도됩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한국 기레기들이 자료를 오독해서 잘못된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라고 주장하는데요
기사에 나와 있는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 총리실 홈페이지가 나옵니다

2024년 6월 4일,
일본 총리실 산하의 지적재산전략본부는 지적재산전략본부회의를 개최하고
<지적재산추진계획 2024>와 <새로운 쿨재팬 전략>보고서를 발표하는데
바로 여기에서 문제의 4.7조엔이 처음 언급됩니다

<지적재산추진계획 2024> 8페이지와
<새로운 쿨재팬 전략> 20페이지에서 발췌한 그래프입니다
지전재산추진계획 2024에 따르면
일본 컨텐츠의 <해외전개규모>가 4.7조엔에 달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해외전개규모라는 단어에 대한 주석도 없고 비교군은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산업의 <수출액>입니다
일본 문화컨텐츠 수출액 기사마다 철강과 반도체산업을 언급한 것이 우연이 아닙니다
일본정부가 뿌린 보도자료에 나와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적은 겁니다
그래도 해외전개규모라고 워딩했으니 속인 건 아니라구요?
한국의 기레기들 말고
일본의 기자님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마이니치 신문정도가 기사본문에서 해외전개규모라는 표현을 쓰고 있을뿐
니케이나 교도통신에서는 각각 수출액과 overseas sales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그래도 일부 보고서와 몇몇 언론에서
시장규모니 해외전개니 하는 말장난으로 진실에 한발짝은 걸쳐놓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해외매출, 혹은 수출이라는 워딩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완벽한 거짓정보가 됩니다


급기야
2025년 일본의 경제산업성이 내놓은 산업전략 중간보고서에는
시장규모같은 애매한 표현없이 당당하게 해외매출로 표기되며
컨텐츠산업이 자동차 산업 다음가는 일본의 수출상품으로 등극합니다
처음 가졌던 의문이 조금은 풀립니다
일국의 총리실과 내각에서 뿌리는 공식적인 보도자료가 새빨간 거짓이라고 누가 의심하겠습니까?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쿨재팬의 매출을 부풀리는가

물론 총리실에서 인용한 자료이고
지난 이십여년동안 일본정부가 수차례 통계조작을 일삼아 왔습니다만
기존 통계조작은 자료누락이나 이중계상등
찾아내기도 힘들고 찾아내도 고의를 입증하기 힘든 방식이었던 반면
일본 문화컨텐츠 산업의 매출 부풀리기는
관심만 가진다면 누구라도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합니다
직에 목숨을 거는 공무원의 일처리가 아닙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4.7조엔을 처음으로 언급했던 보고서를 살펴봅시다

자료출처에 익숙한 이름이 나옵니다
<ヒューマンメディア> 휴먼미디어
지금까지 각 자료들의 출처를 꼼꼼이 체크하신 분이라면
지난 글에서 제가 문제삼고 지적했던 일본쪽 자료 전부가 휴먼미디어 출처임을 아실겁니다
예외라고 해봐야 온갖 관계산업의 잡다한 매출을 애니매출이라고 우기던 일본동화협회 자료인데
그 또한 휴먼미디어의 작품이었습니다

홈페이지를 가봤더니 정부기관의 의뢰를 받아 진행하는 사업이 대부분입니다
구린 냄새가 납니다
정책이나 사업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건 실적이고
사기업이라면 그 실적이 매출이나 자산규모증가로 이어지겠지만
정부 정책의 성패 판단은 보고서 한장에 달려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휴먼미디어는 바로 그 보고서를 이쁘게 마사지하기 위해 실적을 조작해서
정부정책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정책의 성과를 과대포장해 주는
전문업체가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듭니다

2010년 경제산업성 산하에서 출범한 쿨재팬은
정책기간 내내 이해할수 없는 방향성, 불투명한 예산집행과 방만한 운영등을 지적받아오다
든든한 뒷배였던 아베 전총리가 유명을 달리 한 이후,
비판기사가 쏟아질 정도로 실패한 정책이었습니다
그렇게 엉망진창이던 쿨재팬에서도
서브컬쳐 분야만큼은 성공적이라 평가받았고
일본의 전 문화컨텐츠 분야가 답보 혹은 퇴보하는 와중에도 꾸준히 시장규모를 늘려 왔습니다
아니,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수치를 만들어 왔던 건 일본동화협회의 보고서입니다

휴먼미디어는 오래전부터 일본동화협회 보고서 작성에 관여해 왔습니다
현재 다운로드 가능한 가장 오래된 2014년 보고서에도 그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일본동화협회에서는 온갖 관련산업의 매출을 전부 애니항목에 포함시켜 왔는데요
그렇다면 떨거지들을 덜어낸 순수한 애니매출은 얼마정도일까요?

TV와 영화, 비디오, 스트리밍만 집계해 선을 그어 봤습니다
이 정도로 잘라내야 다른 국제리서치와 비슷한 결과값이 나옵니다
2010년 이후, 스트리밍 산업의 발달로 전체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비디오시장은 축소되면서 전체규모는 2006년과 2021년이 비슷합니다
무려 15년간을 제자리 걸음한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애니산업을 고성장산업이라고 인식했던 이유는
2008년 빠칭코사업 진출과 쿨재팬 성과로 인정받는 해외시장 개척때문입니다
빠칭코는 터무니없는 개소리니까 집어치우고
해외판매는 분명 가파른 성장세를 보입니다만
이전 글에서 주지했다시피 게임매출이 상당부분을 차지합니다

일본의 애니제작업계는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임금은 일본애니업계 전반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그럴 수밖에 없는것이
매년 제작사의 40프로가 적자를 보는 씨~뻘껀 레드오션이며
자체 IP를 보유한 원청업체가 아니면 돈냄새도 맡기 힘듭니다
IP를 보유한 원청업체가 애니팔아 돈벌었을까요?
아니죠, 관련 캐릭터상품을 비롯한 각종 라이선스 수익이 주수입원일 겁니다
휴먼미디어는 저런 쓰러져가는 산업을 장밋빛으로 장식해주는 포장전문가였습니다
실제 애니산업은 수십년간 제자리걸음이었으나
애니캐릭터가 들어가는 상품, 광고, 게임, 공연, 심지어는 도박까지
관련업계 매출을 다 자기꺼라고 우겨온 겁니다

하지만, 그런 디테일은 전혀 중요치 않습니다
휴먼미디어가 포장술의 대가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덕분에 쿨재팬 정책이 그래도 서브컬쳐에서만큼은 성공적이었다 평가받아
목숨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겁니다
저런 휴먼미디어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아베 전총리의 죽음 이후,
쿨재팬은 업계와 시민사회 전반에서 폭격을 맞고 좌초가 확실시돼 보였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2024년 6월 4일, 지적재산전략본부회의를 거쳐 새로운 쿨재팬으로 부활합니다
2010년 경제산업성 산하에서 조촐하게 출범했던 쿨재팬 정책은
2025년 현재 전 내각이 참여하는 국가주요의제처럼 보입니다
휴먼미디어가 이 새로운 쿨재팬의 전면에 나섭니다
그리고, 예의 그 포장술로 분칠을 시전했더니 4.7조엔이 튀어나온 것이죠

이 시점에서, 지난 내용을 다시 살펴보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왜 애니산업에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 매출을 부풀리지?
그게 전문분야고 본업이니까
-왜 문화컨텐츠 산업을 5개항목으로만 나눈거지?
애니와 관련없는 건 잘 모르니까
-왜 TV방송프로그램 매출은 사기안쳤지?
뭘 알아야 사기를 치지
정리하면,
일본정부가 하고 싶은 거짓말을 휴먼미디어라는 업체가 대신해주면
일본정부는 그 거짓말을 인용하면서 공식화 해주는 관계로 보입니다
한나라의 정부가 직접적으로 거짓을 내뱉고 조작을 일삼는다고 하면
나중에 뒷처리가 감당이 안될테니
위험부담과 책임은 사기업에게 전가시키면서
마음껏 거짓말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 아닌가 싶어요

컨텐츠산업과 육성정책을 대하는 일본의 인지부조화를 볼 때면
항상 거짓의 대가라는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한류 드라마와 케이팝의 성공은 모두 국책이다
그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 쿨재팬을 출범시킨 일본입니다
일본의 문화컨텐츠가 수십조원을 벌어들인다
그 거짓말이 어디까자 가나 지켜보겠습니다
2줄요약>
자료 출처에서 휴먼미디어(ヒューマンメディア)를 확인하세요
확실한 거짓정보를 알려드립니다
이전부터 글에 인용하신 여러 자료에 대해 궁금해서 찾아보고 개인적으로는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됐는데, 제 생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 본문에서 ‘순수한 애니매출‘이라 언급한 통계의 경우, 애니메이션 제작사 매출의 통계라고 생각합니다. 마침 얼마 전에 새 통계가 발표되었는데 여기서도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네요. https://www.tdb.co.jp/report/industry/20250813-anime24y/
-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매출을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매출로 환원해서 파악하는 건 부적절한데, 일본 영상산업 특유의 제작위원회 구조 때문에 리스크도 수익도 이들이 대부분 나눠 갖기 때문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아래 리포트에서도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주 수입은 제작위원회가 주는 제작비이며, 지적 재산권을 활용한 사업 등을 펼칠 수 없는 현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https://www.jri.co.jp/page.jsp?id=108432
- 실제 빈곤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사정과는 다르게, 제작위원회에 참여하는 원작 출판사나 애니플렉스, 카도카와 등의 관련 기업들의 실적은 호조를 보이고 이와 관련해서 경제지에서 심심찮게 다루곤 합니다.
https://net.keizaikai.co.jp/70658
- 즉, 본 글에서 제시하신 통계에 대해서 제가 생각하는 해석은, 일본 애니메이션 매출이 근래 많이 늘어났지만 특유의 제작위원회 체제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은 돈을 벌지 못하고 있으며, 이권을 가진 대기업들이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 정도가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디까지를 순수한 애니 매출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리서치 기관마다 차이가 있습니다만
일본동화협회가 제시하고 있는 기준에는 광의와 협의 모두 동의하기 힘듭니다
애니매출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매출의 통계라고 생각하신다는 점에도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일본만 유독 애니와 IP를 구분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무엇보다 일본측 자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매출집계 항목이 아니라 시장규모, 그러니까 경제적효과를 매출액으로 속인다는 점입니다
-일본 애니업계가 IP와 애니구분을 분명하게 하지 않는 이유에 그런 사정이 있는지는 몰랐습니다만,
그게 이 글의 주제와 관련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지적하신 대로라면 오히려 이 글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애니산업은 관련상품을 팔지 못하면 자생 불가능한 것 아닌가요?
-본 글에서 제시하고 있는 통계자료와 주제에 대해 동의하고 안하고는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링크하신 사이트의 내용들과 관련해서 몇군데 더 뒤적여 보았습니다
제가 어렴풋 짐작했던 시장과는 매우 차이나는 기형적인 형태라는 것을 깨달아 적잖게 충격이었고
어떻게 이런 구조로 산업이 유지되는 것인지 이해가 안가더군요
한편으로는 왜 메구밍님께서 그런 결론을 내리셨는지 일견 이해가 가면서도
첨부터 관련산업을 전제하지 않으면 자생불가능한 산업이라는 기존의 입장에 더욱 고집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글, 그리고 지난 글의 주제는 아닙니다
일본이 문화컨텐츠 산업의 매출을 큰 규모로 속이고 있다는게 주제고
그렇게 속여온데에는 애니산업에서 기형적으로 매출을 집계하는 행태가 한축을 담당해왔다 정도겠네요
십분 양보해서
애니산업안에서는 그런 식으로 포장하더라도 전체산업규모를 논할때는 표준에 따랐어야죠
애니산업에서 매출규모를 재단하는 특이한 방식때문에 관련산업매출이 다 중복집계되고 있지 않습니까?
대단하십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글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