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공원에 어제 올라온 글 중 부부싸움에서 부인에게 심정을 물어보는 적당한 용어를 잘못 사용했는지 물어보는 글이 있었습니다. 그 글 말고도 7월 30일에도, 7월 1일에도 다른 분들이 올리신 부부 갈등 이야기가 있었지요.
부부 갈등이라는 문제가 나 자신에게 닥치면 매우 답답합니다. 몇 년간 지속된 위태위태한 평온은 아이의 생각없는 말과 엄마의 호의없는 응답, 그리고 딸의 호의없는 받아치기로 인해 수십 초 만에 냉랭한 분위기로 빠집니다. 부인은 나에게 아이를 제압할 것을 기대하는 말을 건네지만, 내가 보기에는 엄마의 호의없는 응답과 과장된 구두 처벌은 합리적이지 않았습니다.
너 이틀 동안 외출 금지야 -> (말대꾸) -> 일주일 동안 외출 금지야 -> (말대꾸) -> 한 달 동안 외출 금지야!!!
그래서 제가 집사람이 어른이니까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말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면, 왜 지금 아이가 대꾸를 하는데 그게 옳은 것이냐는 논점으로 파고 들어옵니다. 나중에 아이가 화나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면 왜 부부가 서로 도와주지 않느냐고 저를 책망합니다. 어떻게, 말이 두세번 오가면 외출 금지 수준이 이틀에서 한달로 괘씸죄 가중처벌법의 영향을 받는 것을 보면서, 엄마가 맞다며 엄마 편에 설 수 있겠습니까?
그러다가 어느날 아이는 이렇게 사사건건 간섭하는 엄마와는 못 살겠다며 커터칼을 들고 침대위에 앉아 있는 날도 있었습니다. 중학교 친구 중 손목에 살짝 긁어서 마치 모기 물린 자국을 세게 긁을 때처럼 피가 나는 것을 핸드폰 대화방에 올리고 자기 신세에 대해 아이들의 동정을 사는 애가 있었거든요. 그 때는 마치 인질범과 협상하듯 위기를 넘겼지요. 제 딸이 손목을 긋고 자살할 배짱이 없고, 주 목적은 자살이 아니라 가족이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의미라는 것을 저에게 스스로 확신시키고 딸 아이와 대화에 임했지요.
부부 싸움이 왜 생겼는지 서론이 길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금요일 회사에서 잔업까지 하고 (미국인데도!) 돌아와 보니 집사람은 아이와 싸워서 둘이 말을 하지 않더군요. 집사람의 성숙함 부족에 진저리가 나서 그 날 저녁은 손님 오면 쓰는 방에서 따로 자겠다고 했습니다. 제 결혼 생활 중 각방에서 잔 적은 그 날 하루 뿐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토요일)은 원래 브런치 집에 같이 가서 신 메뉴로 나온 크레페를 먹어보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금요일 밤에 제가 짜증이 나서 각방에서 잔 것이죠. 토요일 아침에 안방에 가서 집사람에게 아침식사는 어떻게 하겠냐고 물어봤습니다. 집사람은 화가 나서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브런치 집에 가서 포장주문 해 오겠다고 했지요.
차를 타고 혼자 가서 딸 두명, 제것, 그리고 집사람 것을 사 왔습니다. 크레페 중에서 집사람에게 영양적으로 균형이 잡힌 것을 사 주려고 아래의 메뉴를 샀습니다. 치킨과 시금치가 들어 있습니다.

사 온 포장용기를 쟁반에 올리고, 식기와 냅킨, 물컵까지 쟁반에 올려서 안방 문을 열고 서랍장 위에 올려놓고 나왔습니다. 집사람은 제 쪽으로 돌아보지도 않고 뭘 사왔는지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딸들과 저는 다른 메뉴를 식탁에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1시간쯤 지나 집사람이 방에서 나오더군요. 저는 말 없이 방에 들어가서 싹싹 비운 크레페 포장용기를 쟁반째 가지고 나왔습니다. 제가 사온 크레페를 다 먹은 것을 보니, 성공입니다. 토요일 오전은 그렇게 해서 불완전한 평화지만 다시 서서히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 아이는 고등학교를 넘겨 대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취직해서 타지로 떠났습니다. 집사람은 그 일이 있은지 10년도 지난 지금도 그 크레페 이야기를 주말 아침에 커피를 뽑아 먹으면서 분위기가 아주 좋을 때 대략 2년에 한번씩 합니다. 집사람은 그 때 제가 기분을 맞춰주고, 끼니는 거르지 않도록 크레페를 사 온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크레페를 사서 쟁반에 담아 조용히 가져다 준 것과, 그것을 다 먹은 것은 무언의 대화였던 것이죠.
평소 선생님의 글은 존경하는 마음으로 특히 더 유심히 읽고 있습니다
제 메모장에는 ‘미국 사는, 아는 것 많으신 분’이라고 적어두었는데
그 지혜로움에서 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의 최소한은 챙겨 준다는 것이 꽤나 믿음을 주는 행동인 것 같습니다.
아, 맥머핀은 취향에 맞춘 것으로 주문을 해서 가져다 줬습니다.
만일 싫어하는 내용물로 주문했다면 오히려 역효과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다 독립해서 나가 살고 와잎이랑 둘이 있기 때문에
메뉴를 고를 때 매우 신경을 써야겠다 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