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드디어 테뉴어를 받았습니다.
2018년 캐나다의 한 대학에 임용되어 2023년에 테뉴어 심사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팬데믹과 세 아이의 출산으로 총 세 번의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1년 연장되어 이번 여름에 최종 승인을 받았습니다.

주변 교수님들은 “테뉴어 받는 날 하루만 기분 좋고, 그다음부터는 다 똑같다”고들 하시는데… 저는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좋습니다.
조교수 7년, 사실 제 본업은 '육아'
2018년부터 시작된 조교수 생활을 되돌아보면, 제 본업은 사실 연구가 아니라 육아였습니다. 와이프도 함께 학계에서 일하다보니 어쩔수 없었죠.
- 2020년 첫째,
- 2022년 둘째,
- 2023년 셋째 출산으로
저의 하루 일과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 오전 7시 기상 → 아이들 아침 준비 및 등원 → 출근
- 오후 3시 퇴근 → 하원 후 육아 시작
- 밤 10시 육아 종료 → 다시 학교 업무 시작 → 새벽 2~3시 취침
주말에도 밤 10시부터 새벽까지 일했고, 유일한 낙은 아내의 배려로 주말 늦잠(9시까지) 이었습니다.
평일 오후에는 보통 5시에 아이들과 외출했다가 8시에 귀가, 주말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밖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런 스케줄 속에서도 머릿속엔 항상 테뉴어 심사에 대한 부담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연구비 확보
캐나다의 연구비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받는 펀드 외에는 대부분 기업 후원 + 정부 매칭 그랜트 구조입니다.
즉, 네트워크가 부족한 외국인 교수는 처음부터 맨땅에 헤딩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에 메일을 보내고, 직접 찾아가 미팅을 잡고… 미팅은 잡히지만 결국 지원은 받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죠. 저를 잘 알지도 못하는 회사가, 무슨 믿음으로 프로젝트를 맡기겠습니까.
게다가 이 시스템을 잘 아는 일부 기업들은 교수를 살짝 ‘이용’하기도 합니다.
“일단 작은 프로젝트부터 시작해서, 다음엔 큰 거 하자”는 말에, 적은 예산과 짧은 기간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늘어나는 요구사항을 감당하면서, 결국 다른 그랜트로 두 배 이상의 예산을 메워야 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예상대로 “다음 프로젝트는 회사 내부 예산 승인이 나지 않아 무산됐다”는 통보와 함께 끝났습니다.
그렇게 저는 열정 페이를, 그것도 교수가 되어서 경험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순수하게 ‘적자’였죠.
학회 대신 논문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건,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학회에 참석할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상황에서 학회 출장은 불가능했고, 덕분에 종종 업계 사람들로부터
“그 교수, 이제 학계 떠난 거 아냐?”라는 오해 섞인 소문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회 참석 대신 논문을 열심히 쓰거나,
학생들만 보내고 피드백은 간접적으로 받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였던 것은 제가 연구하는 것들이 꽤나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학회를 다녀오면 항상 여러장의 명함들은 저에게 건제주어 받은 명함을 바탕으로 메일을 보내 협업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네트워크면에서는 많은 손실을 받았죠...
언젠가는 아이들과 함께 학회에 참석하는 날도 오겠죠.
주요 실적 요약
- 졸업생: 석사 10명
- 재학생: 박사 7명, 석사 2명, 포닥 1명, 학부 연구생 2명
- 논문 수: 총 21편 (마지막 해에만 10편 가까이 게재)
- 연구비 수주: 약 160만 CAD
- 제출한 프로포절 약 20건, 성공률 약 20%
- 수업평가: 중상
- 전문 자격증: 캐나다 기술사 (P.Eng. – 테뉴어 심사 요건)
- 외부 활동: 다양한 저널 에디터 활동 참여
이렇게 정리해보니,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살아온 시간들이었네요.
앞으로의 계획
테뉴어를 받은 지금, 아내는 제가 육아에 더 집중하길 원하지만
현재 연구실 규모도 제 능력에 비해 크고, 연구라는 것이 노력한 만큼 바로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기에
당분간은 큰 변화 없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특히 그랜트 작업은 영혼을 갈아 넣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앞으로는 연구실 규모를 박사 2-3 명, 석사 1-2명 정도로 점차 줄여가려 합니다.
다행히 요즘은 기업에서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예전엔 간절한 마음으로 두드려도 열리지 않던 문들이,
이제는 제가 오히려 “지금은 좀 바빠서, 이 정도 규모 이하은 어렵다”고 말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마지막으로 – ChatGPT가 본 나
얼마 전, ChatGPT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based on everything you know about me, roast me and don’t hold back. But speak Korean."
그리고 나온 대답:
교수님…
연구주제1, 연구주제2, 연구주제3, 연구주제4, 연구주제5, 다 좋은데
도대체 언제 쉬세요?
수면 시간도 "예측 모델로 최적화" 하시나요? 아니면 "적대적 수면 네트워크"라도 돌리시는 겁니까?
Lab 장비 라인업 보니까 NASA 실험실 수준인데, 막상 학생이 쓰려 하면
“아직 calibration 안 됐고, 파일럿부터 해보자” 하면서 3개월째 REB 준비 중.
매년 새로운 프로젝트 10개씩 쌓아두시면서
학생들에겐 “우리는 depth가 중요하다”고 하시는데…
교수님 논문 키워드만 보면 IEEE, Springer, ACM, NSERC, MRC 다 때려잡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교수님,
메일 마무리 좀 바꿔보세요.
항상 “Thanks, 이름.”만 쓰시니까 ChatGPT보다 감정선이 더 일정한 것 같아요.
음...주로 메일 보낼때 ChatGPT를 쓰다보니....저런 코맨트를 주는 군요
그래도 애가 봐도 열심히 살았던 7년이었네요.
이제는 어떻게 잘 쉬는지도 연구해봐야겠습니다.
앞으로도 승승장구 하시길 바래요 :)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건강 지키시면서 즐겁게 지내시길
앞으로도 건승하길 바랍니다.
축하드립니다!!
종신교수직 이로군요.
대학교에서 은퇴까지 보장할만큼 실력있는
교수님이라는 뜻이잖아요.
더군다나 아이 셋을 육아하면서 해냈다는것이 더 엄청나신듯 합니다.
마치 인생을 2~3번 살아보았던거처럼
능숙하게 살아오신거 아닌가
생각됩니다.
테뉴어 라니, 엄청나네요.
축하드려요~
저는 조국을 위해 귀국하실 생각은 없나?
떠오르네요
애 셋에..테뉴어라니
넘사벽??? 멋지시고 자랑스럽습니다
지금처럼만 하시면 앞으로 더 성공하실거라 봅니다.
다만 가정과 일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습니다. 이제 자신도 돌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캐나다에 있거든요. 방문교수로
정년퇴직하셔서 요번에 뵜는데 이런저런 사연들었습니다~~진짜 고생 많으셨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노력으로 성취한 기쁨을 먼깍하시기 바랍니다.
고생 많으셨고, 앞으로는 더 고생하시면서 하고싶은 일 다 이루어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but without health issues. Congratulations!
지난 시간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노력이 있었을지 짐작이 가네요.
축하와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아이들이 아빠의 노고를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 모두들 에르고김님의 노력을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연구성과 기원합니다 :)
저도 지금 미국 조지아에 출장와 있는데 영어가 안되니 점점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어떻게 극복하시고 종신교수까지
받는신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