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 일부 화물자동차에 안전운임제를 3년간 한시적으로 재도입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2020년 1월 일몰제(일정 기간 적용 후 연장ㆍ법제화 또는 자동 폐지)로 도입했다가 2022년 12월 폐지한 화물차 안전운임제가 2년 반 만에 다시 ‘3년 일몰제’를 조건으로 부활하는 셈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을 운송하는 노동자’를 위한 제도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반기지 않았다. 그 이유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21일 나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성명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안전운임제 일몰을 비판하고 ‘일몰 없는 안전운임제 재도입’을 당론으로 추진한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한달 반 만에 약속을 어기고 시한부 안전운임제로 후퇴했다. 사회적 대화를 이끌겠다더니 오히려 화물노동자의 목소리를 완전히 배제했다.”
이런 점에서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정치권과 화물노동자 사이의 갑론을박이 예전처럼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상황을 두고 누군가는 이렇게 비난할지 모른다. “가뜩이나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데, 노조가 함께 상황을 극복할 생각은 않고 또 밥그릇 타령만 한다.” “편하게 일하고, 돈만 많이 받겠다는 노조의 습관적인 주장일 뿐이다. 고약한 심보다.”
하지만 노조가 싫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화물노동자의 주장을 ‘변변찮은 생떼’로 여기는 건 곤란하다. 화물노동자들은 안전운임제 개정안을 반대할 만한 확실한 명분을 갖고 있다.
명분① 나쁜 연쇄효과 = 우선 화물차 안전운임제가 뭔지부터 따져보자.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들의 최저운임을 법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가격이 그렇듯 화물운임도 시장에서 결정하는 게 맞다.
하지만 지금의 화물운임은 수요와 공급이 아닌 ‘갑甲’ 위치에 있는 화주나 운수사업자가 결정하는 경우가 숱하다. 고용주가 임금 결정 과정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거다.[※참고: 애초 화물운송은 허가제였다. 1997년 외환위기로 대량 실업이 발생하자 정부는 이를 등록제로 바꿨다(1999년). 이를 계기로 화물차가 늘었고, 화물운임도 확 낮아졌다. 정부 정책이 시장 여건을 바꿔놓은 셈이다.]
이렇게 결정되는 화물운임은 갑과 을의 문제만은 아니다. ‘갑’의 입김으로 화물운임이 턱없이 낮게 정해지면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가 커진다. 예를 들어보자. 화물운임이 너무 낮으면 화물노동자는 이윤을 남기기 어렵다. 기름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화물운임이 그대로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럴 때 화물노동자의 선택지는 뻔하다. ‘더 오래 일하거나(과로), 더 빨리 달리거나(과속), 더 많이 싣거나(과적)’다. 화물운임 하나로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거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8월)까지 5년간 졸음ㆍ과속으로 인한 사망자는 259명이었는데, 가해차량을 유형별로 보면 화물차가 47.5%를 차지했다. 최저운임을 설정한 화물운임을 ‘안전운임제’라 부르는 이유다.
명분② 말 바꾸기 논란 = 이런 안전운임제는 언급했듯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0~ 2022년에 한시적으로 시행했다. 화물노동자들이 화물운임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게 2002년 화물연대의 출범부터니까 도입하는 데만 18년가량 걸린 셈이다.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걸까. 답은 별다른 게 아니다. 역대 정부의 ‘협상 후 말 바꾸기’가 장애물로 작용했다.
참여정부는 유가보조금 정책 외 별다른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안전운임제와 비슷한 제도를 시범 적용해본 후 법제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역시 안전운임제 도입을 약속했지만, 2018년 그 대상을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에 한정하고 ‘3년 일몰’이라는 제한을 뒀다.
어쨌거나 박근혜 정부 당시의 법제화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일몰 1년 전 성과 평가를 통해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선언했던 문재인 정부(국토교통부)에선 평가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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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③ 효과 = 안전운임제 효과가 그다지 좋지 않다면 역대 정부의 말 바꾸기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2022년 2월 한국교통연구원이 국토부에 제출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다.
가령, 안전운임제 시행 후 ‘12시간 이상 운행하는 화물차주’의 비율이 크게 줄었다. 컨테이너 화물차주는 29.1%에서 1.4%로, 시멘트 화물차주는 50.0%에서 27.4%로 감소했다. 노동위험지수 역시 62.3%에서 54.2%로 개선됐다.
노후 화물차 교체 시기는 단축됐고, 화물노동자들은 대부분 “안전운임제가 안전운행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컨테이너 66.0%ㆍ시멘트 73.3%). 시멘트 품목의 과적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소득 역시 증가했다. 시멘트 화물차주의 월평균 소득은 2019년 201만원에서 2021년 424만원으로, 컨테이너 화물차주의 월평균 소득은 300만원에서 373만원으로 늘었다.
그렇다면 안전운임제 폐지 후엔 어떻게 됐을까. 2024년 11월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컨테이너분과와 직접운수사업자협의회가 148개 운송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운송사의 98.0%는 “안전운임제 폐지 후 화주가 지급하는 운임이 줄었다”고 답했다.
‘화주가 삭감을 요구했다(45.5%)’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최저입찰제 부활(24.8%)’ 때문이라거나 ‘물량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26.9%)’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운송사의 86.5%는 “화주가 지급하는 운임 삭감으로 운송사가 차주에게 지급하는 운임도 줄었다”고 답했다. 95.2%는 “최저입찰제 부활로 일감을 잃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운임이 줄었으니 도로의 위험도 역시 예전처럼 높아졌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어떤가. 안전운임제의 효과가 분명한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이랬다저랬다 입장을 바꾸는 건 타당한 걸까. 화물노동자들의 주장이 과연 생떼일까. 현재로선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화물자동차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화물노동자의 목소리가 더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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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대통령 공약으로 나온 사안인지라 화물연대에서 안전운임제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여야 합의로 일몰제로 시범 운영한다고 하니 화물연대쪽 반응이 안좋은거죠. (적용범위도 컨테이너와 시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