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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공원

너는 조용한 모범생이었다.

2025-07-24 18:36:27 222.♡.26.66
solo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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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조용한 모범생이었다.

어딘가 늘 들떠 있던 나와 달리 마냥 가지런한 소년이었다.


 같은 반이었음에도 굳이 인사를 나누지 않는사이.

딱 그정도의 거리감이 우리 사이엔 당연하게 존재했다.


내 눈에 너는 잘 보이지 않았고,

나는 그걸 이상하게 여긴 적이 없었다. 너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여름날에. 나는 친구들과 계단에서 웃고 까부는데,

눈에 한번도 띈 적 없던 네가 불쑥 나타나 내 머리 위로 손을 드밀었다.


고개를 돌릴 틈도 없었다.


그리고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네 손에 맞은 농구공이 튕겨나갔다.

한 층 위에선 농구공을 떨군 남자애들의 사과가 들려왔다.

넌 내 눈을 빤히 보며 괜찮냐고 물었다.

당연했다. 농구공을 맞은건 내 머리가 아니라 네 손이니까.


얼떨떨하게 어, 하고 대답을 건냈다.


너는 그럼 됐다는 듯, 아무말도 더 하지 않고 계단을 내려갔다.

함께 있던 친구들은 장난스레 유난을 떨었다. 


뭐야, 오늘부터 1일이야?


그런 실없는 농담을 맞받아치는 와중에 든 생각이 있다면,

쟤가 저렇게 키가 컸었나, 왜 그전에는 키가 큰 줄 몰랐지.


 그랬다....


네가 계단을 내려가던 딱 한걸음 이후부터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보이지 않던 네가 보이기 시작한 걸 두고,

아니 좀 더 집요하게 내 눈이 너만 쫓기 시작한 걸 두고

시야가 넓어졌다 해야할지 좁아져야 해야할지 혼란스러웠다.


 너는 너처럼 조용한 몇몇 친구들과만 어울리기를 좋아했고,

그 중에서는 꽤 인기가 있는 편이었다.


 너는 수학을 좋아했다, 눈에 띄게 좋은 성적이 아니라 잘 몰랐는데,

수학 과학 만큼은 꼭 높은 점수였다.

너는 다른 애들이 다 싫어하는 수학 선생님 까지도 꽤 진심으로 좋아했다.


너는 나이에 안맞게 서태지 노래를 즐겨 듣는 듯 했고,

나이에 맞게 소년만화를 즐겨읽었다. 너는 스도쿠를 좋아했고,

샌님같은 모습과 달리 농구를 좋아했다.

나이 어린 여동생을 유달리 예뻐했다.


 너는 예쁜 귓볼을 가진 짧게 자른 머리가 잘 어울리는 소년이었다.

그러므로 너는 내가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나는 우리 사이에 당연히 존재했던 거리감을 좁힐 재주가 없었다.


나는 또래보다 덜 자란 구석이 있는 계집애였고,

너는 또래 여자애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조용한 소년이었으니.

여전히 데면데면하게, 

앞서가는 마음을 뒤따르지 못하는 성장의 속도만을 원망한채.

우리는 다른반이 되었고 졸업을 맞이했다.


그 텅빈 학창시절만이 나와의 유일한 접점으로 남은, 

너는 타인이 되었다.


가끔 네 생각이 났다. 누군가 남자친구에 대해 물을 때나,

주변의 연애를 볼때 그랬던것 같다. 정말 가끔이었다.


 너를 우연히 다시 본 것은 낯선이의 타임라인에서였다.

 너는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주 잘 부르는 건 아니었지만 꼭 너처럼 담백하게 불러낸 노래였다.

그리고 화면 속의 너는 그 노래를 낯익은 여자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아는 얼굴이었다.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던 여자애였다.

졸업 이후 동창끼리의 첫 연애라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네 첫 여자친구는 너만큼 가지런하고 조용한 애였다.


그러니까, 나랑은 많이 다른.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그 영상을 보고, 또 봤다. 

되게 촌스러운 옛날 노래였다.

네가 한껏 부끄러워하는게 느껴지는 노래였다.

나까지 부끄러워질 정도로 부끄러운 와중에도 영상을 또 돌려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네 생각이 가끔 났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내 책장에 꽃혀있는 수만은 퀴즈잡지엔 

스도쿠가 있는 페이지만 새까맣게 연필이 묻어있는데,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서태지 노래가 제일 많은데,

나는 아직도 농구공만 보면 그 날 그 계단 위로 돌아가는데.

어떻게 그게 가끔일 수 있나.


완벽한 타인이 주인공인 영상을 보고 또 보며, 

나는 청승맞게 울고 말았다.

묵은 감정들이 비소로 얼굴을 드러냈다.


참 오래도 끌던 첫사랑은, 

시작만큼이나 소리 없이 끝나고야 말았다.



https://youtu.be/12G8HRlkPqw





음악 : Gilbert O'Sullivan - Alone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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