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이성으로 사람을 설득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짧은 글을 선호하고 길다 싶으면 읽지 않는다. 말이 길어지면 짜증을 낸다.
좋은 방법이 있다. 감정을 건드리는 거다. 가짜와 진짜를 섞어 분노를 유발하는 거다. 나치 선전장관 괴벨스가 즐겨 쓰던 대중심리전의 기술이다. 괴벨스는 하나의 문장으로 누구든 악마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보좌진을 수시로 짤랐다구? 보좌진 목숨이 파리 목숨이야? 고장 난 변기 수리를 지시했다구? 보좌진이 자기 집 집사야?
그 한 문장으로 충분하다. 거기에 '갑질'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면 가시 박힌 모자가 되어 벗어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게 아니라는 설명은 장황할 수밖에 없고, 해명이 장황하니 변명으로 들린다. 해명하다 트집이 잡히면 '거짓말' 프레임이 보태진다.
보수가 진보를 잡는 가장 좋은 기술은 '도덕성' 프레임을 씌우는 거다. 도덕성에 티끌만한 흠결이라도 있으면 진보는 참지 못한다. 순도 99%이상 이어야 한다. 2%만 모자라도 안 된다.
도덕성 미끼를 던지면 진보들이 몰려들어 추궁을 하고 돌팔매질을 한다. 보수가 진보를 잡는 데는 이만한 기술이 없다. 실패율 '0'의 성공을 보장한다. 손 안 대고 코 풀기이고 누워서 떡 먹기처럼 쉽다. 이이제이 차도살인, 미끼만 던져주면 그걸로 끝이다.
깨끗한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그 프레임에 갇히면 백약이 무효다. 그 프레임으로 손혜원에겐 '부동산 투기꾼' 낙인을 찍었고, 조국 부부에겐 '진보의 위선'이란 딱지를 붙였고, 윤미향에겐 위안부 할머니들을 앞세워 돈벌이를 한다는 '앵벌이' 프레임을 씌웠다.
그 프레임의 덫에 걸려 노무현을 잃고 노회찬을 잃고 박원순을 잃었다. 서울시장 박원순이 없었다면 2016년 겨울의 뜨거웠던 광장도 없었다. 이재명에겐 '사법 리스크'라는 프레임을 씌워 정치 생명을 앗아가려 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보수 쪽에는 그 프레임이 통하지 않는다. 술집에 가면 못 생긴 여자를 선택해야 안전하다는 망언을 하고, 집이 수십 채가 있는데 집값이 올라서 화가 난다고 하고, 보좌진을 개인비서 부리듯이 하고 욕을 하고 쪼인트를 까도 잠시 소란할 뿐이다.
핏대를 올려가며 성토해봐야 소용없다. 보수 쪽 그 사람들은 원래 그런 사람들인데 그걸 이제 알았어? 하며 핀잔을 듣기 일쑤다. 그러니 천지개벽할 일이 아니면 대충 그냥 넘어간다. 진보 쪽 사람이 그랬다면 바로 그 자리에게 생매장 당할 사안인데도.
그 부조리한 현실에 숨이 막힌다. 한여름의 폭염보다 그게 더 숨이 막힌다. 한국의 언론에는 괴벨스가 도처에서 활보하고 있다. 숨이 막힌다. 질식할 것 같다.
송요훈 페북 펌
물론 글을 꼼꼼히 읽는 분들은 마지막에 표시했으니 펌글이구나 하지만, 이미 아시겠지만 꽤 많은 사람들은 제목으로 그글의 성격을 판단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