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끔 변호사 일을 하면서 겪는 사건의 소회를 남기는 코지입니다.
제가 쓴 가장 최근의 글이 올해 2월 20일이었더라구요. 가끔 글을 남기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벌써 5달이나 지났다니 시간의 빠름과제 게으름의 콜라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소개드리고 싶은 사건 이야기는, 우리네 일반인도 어렵지 않게 겪을 수 있는 경업금지(전직금지)와 관련한 내용입니다.
경업금지(전직금지)란, 기존에 재직하던 회사에서 이직을 하거나 창업 등을 하기 위해 퇴직을 할 때 기존 회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어기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서 영업비밀 침해는 단순히 동종/유사 업계로 옮기거나 창업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기존 회사의 영업비밀을 공개하거나 사용하여 피해를 주는 것도 포함됩니다.
저는 상당히 다양한 형태의 경업금지가처분 사건을 경험해봤는데, 크게는 상장회사로부터 작게는 동네의 작은 학원에 이르기까지 경업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소송을 진행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거창한 기술부터 학원 수강생의 연락처까지 영업비밀의 형태도 다양한데, 이러한 경업금지가처분의 신청자를 "채권자"라고 부르며 그 상대방은 "채무자"라고 부릅니다. 채권자는 채무자와 체결한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함과 자신의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채무자가 이직(또는 창업 등)한 곳이 채권자 사업체와 동종/유사한 업종이어서 채무자로 인해 손해를 입었거나 입을 가능성이 있음을 주장하면서 법원에 경업금지가처분을 신청합니다.
법원으로부터 경업금지가처분 신청서 부본을 송달받은 채무자는, 신청서에 적시된 채권자의 주장에 대하여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존재하더라도 무효라는 사실(이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 기준이 있음), 채무자가 이직(또는 창업)한 업체가 채권자의 사업체와 동종/유사하지 않기에 채권자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 채권자가 주장하는 영업비밀은 영업비밀로서의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거나 독점적 가치가 없다는 사실 등을 항변하며 채권자의 주장이 이유없다는 답변을 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법원은 심문기일을 열어 채권자의 주장과 채무자의 항변에 대하여 심리를 통해 그 타당성을 판단하는데, 간단하게는 1회로 끝나기도 하지만 기술적 대립이 첨예한 경우 3회 이상의 심문기일을 열기도 합니다.
이후 법원은 결정(판결과 동일한 의미)을 통해 채권자의 주장을 인용하거나 기각하는데, 채권자는 결정문의 내용을 면밀히 확인하여 본소(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할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물론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한 이의도 가능하구요.
이러한 경업금지가처분 사건은, 해당 채무자는 물론이거니와 채무자가 이직한 회사 역시도 추후 본안인 손해배상 청구의 피고가 될 수 있기에 채무자와 협동하여 가처분 사건을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채무자가 알아서 하라며 회사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별로 현명한 판단은 아닙니다.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가 옅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직원이 가처분사건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얻게 되면 상대방은 이를 활용하며 그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의 본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직원이 채무자인 가처분사건부터 회사가 직원을 지원하며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올 3월에 결정문을 받은 경업금지가처분 사건은, 현재 상장회사가 채권자로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두 명의 전직 임직원을 상대로 한 것이었는데,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 여부부터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영업비밀들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이직한 회사를 동종/유사 업종으로 볼 것인지 등을 첨예하게 다투느라 무려 4번의 심문기일을 거쳐서 반 년이 지나고 나서야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가처분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지난 것에 해당합니다.
1차 심문기일에서 판사님이 "제가 기술적인 것을 잘 모릅니다. 쉽고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면 열심히 공부해보겠습니다"라고 하며 기술 문외한이시라고 밝히셔서 당황하기도 하였지만 동영상 시연까지 첨부하며 최대한 쉽게 설명한 것이 주효하여 결정문에는 저희가 주장한 내용이 상당부분 그대로 실려있기도 하였습니다.
이 사건을 진행하면서 4번의 심문기일은 물론이거니와 8회에 걸친 준비서면을 제출하였는데, 보통의 타 사건보다 2배 이상이 더 힘든 사건이었습니다. 그만큼 채권자도, 채무자도 할 말이 많았고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하다보니 그런듯 합니다.
다행히 이 사건 기각 결정이후, 상대방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채무자들은 이직한 회사에 잘 다니고 계시다는 소식을 최근에 들었습니다. 자신이 소송의 당사자가 되는 경험을 처음 해보신 분들이라 많은 걱정을 하셨는데, 잘 마무리가 되어 저 스스로도 기분이 참 좋았던 사건입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하거나 창업을 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입니다만, 혹시라도 퇴사를 앞두고 기존 회사에서 자신이 사용하던 자료나 결과물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를 자신의 이메일로 전송하거나 클라우드에 올리는 일, USB로 다운로드를 받아두거나 출력물의 형태로 반출하는 일, 자신의 부서 또는 경쟁력 있는 옆 부서의 공용폴더에 접속하여 괜찮은 자료들을 확보하는 일 등은 모두 기록에 남을 수 있으며, 회사는 이런 확인을 거친 후에 퇴사한 임직원을 상대로 경업금지가처분 신청을 통해 옮긴 회사를 퇴직하게 하고 영업비밀 침해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 정도 쯤은 문제없겠지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며, 혹시라도 경업금지가처분의 채무자가 된 경우에는 바로 인정하지 말고 채권자의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한지, 영업비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할 것입니다.
더 좋은 자리로 이직도 중요하지만, '잘' 퇴사하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소송의 승패를 떠나 전 사업주가 퇴사 직원 괴롭히기는 가능하겠네요.
전회사와 퇴사자간의 소송은 전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없이 일방적인 괴롭힘이 가능하지만 전회사vs새회사는 웬만하면 전면전까지 가는건 서로 부담이니까요.
일례로 예전 엘지vs스크의 회사 vs 회사의 싸움이 표면화되기 전까지 많은 수의 개인들이 소송으로 괴롭힘당했고 새 회사에서 보호받지 못했죠
그래서 내부통제시스템 (모니터링)으로 직원들의 액션(이직 전 행동) .... 읍 .... 읍 .... 읍 ....ㅇ .... ㅡ .... 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