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작은딸이 만 다섯 살 쯤 되었을 때 이야기입니다. 온 가족이 장난감 가게에 가서 몇 가지 사온 품목중에 레고가 있었습니다. 레고 테크닉도 아니고, 어린이용 듀플로도 아니고 고전적 레고였지요.
일곱 살인 큰딸이 아빠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 레고를 조립하는 주역이었고 어린 둘째딸은 언니가 하는 것을 보고 옆에서 아직 사용하지 않은 블럭들을 가지고 따라하는 시늉을 내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둘째가 뒤에서 저를 천진난만하게 부릅니다.
"아빠, 안 나와요."
콧구멍에 이 블럭 한 개를 집어넣었더군요. 집어넣었는데 안 나온다고 아빠에게 이야기한 것입니다.

저는 저 블럭이 코 속 깊이 들어갈까봐,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흥! 해봐". 둘째딸은 아빠 말을 잘 듣고 흥 했더니 블럭이 푱 발사되었습니다. 콧물 묻은 블럭을 화장실에서 깨끗이 닦았죠.
어린이들의 호기심은 기상천외하더라고요. 유아용으로 나와서 블럭 하나 하나가 큼지막한 듀플로가 유아들이 잡고 끼우기 어려울까봐 크게 만든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다행히 제가 옆에 있었으니까 빼서 계속 가지고 놀려고 아빠를 불렀지, 제가 없을 때 그랬더라면 아이도 잊어버리고 계속 놀다가 콧구멍 깊숙이 들어갔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