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경제위기가 닥치면 임금근로자인 직장인들이 기업 대신 총알받이로 쓰였다. 2000년 이후 취업자가 줄어든 건 2003년, 2009년, 2020년으로 3번이다. 취업자는 2003년 1만명, 2009년 8만7000명, 2020년 21만8000명 감소했다. 일반적인 시기에 연간 취업자가 20만~30만명씩 증가하는 것에 비교하면 대참사였다.
하지만 같은해 기업의 파산과 회생 신청 건을 평상시(2년 전)와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없다. 2009년 파산 신청은 226건, 회생 신청은 669건이었다. 2020년 파산 신청은 1069건, 회생 신청은 892건이었다.
그런데 법인 회생 신청 건수는 2007년 132건, 2018년 980건으로 경제위기가 왔던 당시와 큰 차이가 없었다. 법인 파산 신청 건도 2007년 248건, 2018년 806건으로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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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치우친 결과가 나오는 걸까. 기업들이 임금을 깎아서 지급하고 있어서다. 한 국가의 경제력이 기업에 점점 더 쏠리는 현상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심하다. 우리는 ‘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이라고 불리는 일본이나 불평등의 원조인 미국보다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이른바 노동소득분배율이 낮다는 거다.
한국·일본·미국은 1979년만 해도 임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1~62%에 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 발전, 자동화 등 영향과 함께 기업의 수익 독점 현상이 강해지면서 이 비율이 50%대로 떨어졌다. 2019년 기준 노동소득분배율은 한국이 51.72%, 일본이 56.36%, 미국이 59.70%다.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악화했고, 2010년엔 49.58%까지 떨어졌다(캘리포니아주립대학(데이비스)·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 조사).
우리나라는 다른 주요 나라들과 비교해도 GDP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하게 낮다. 2019년 노동소득분배율을 보면, 캐나다 65.48%, 독일 64.19%, 호주 57.98%, 이탈리아 52.24%다.
왜 우리나라만 유독 근로자의 몫을 챙겨주지 않는 걸까. 그 해답은 ‘어떻게’에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수요독점’을 최대한 활용해 근로자들에게 정당한 수준의 분배를 해주지 않고 있다.
수요독점은 독점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한개 기업(사람)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시장 상황을 독점(Monopoly)이라고 하고, 한개 기업(사람)만 상품을 구매하는 시장 상황을 수요독점(Monopsony)이라고 한다. 노동시장이나 원자재시장에서 노동력과 원자재를 구입하는 기업이 하나뿐이라면, 가격결정권은 수요자인 이 기업에 있다.
수요독점 관계는 기업과 근로자 다수간에만 형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원청과 하청관계에서 더 악독하게 작용한다. 책상 만드는 대기업이 하나가 있다면, 책상 다리만 만드는 여러 하청기업, 책상 상판을 옮기는 인력을 공급하는 하청기업은 임금결정권이 없다.
이런 경우 책상을 제조하는 대기업은 적정한 시장 노동가격에서 할인받은 가격으로 노동력을 공급받는다. 이를 마크다운(markdown)이라고 한다. 반대로 책상 시장에서 공급회사가 한곳이라면, 가격결정권은 다수 소비자가 아닌 공급회사에 있고, 이 회사가 적정 시장가격보다 더 할증된 가격으로 물건을 비싸게 파는 것을 마크업(markup)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요독점력은 공급독점력의 두배다. 기업들이 독창적인 제품을 비싸게 팔아서 수익을 내기보다는 노동력, 원자재 공급가격을 절감해서 수익을 내왔다는 얘기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수요독점, 소득분배와 총수요’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요독점력(마크다운)은 2011년 3.71, 2015년 2.95, 2017년 2.63으로 높았다. 기업들의 공급독점력(마크업)은 2011년 1.28, 2015년 1.39, 2017년 1.36에 불과했다. [※참고: 수요독점력과 공급독점력은 숫자가 클수록 강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임금의 GDP 비중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유독 낮은 이유는 노동시장의 수요독점을 공정거래법상 독점으로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선회사들이 상당 기간 호황을 누리면서도 근로자들 임금은 박봉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법이 수요독점을 처벌하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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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기업 합병을 허가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로 수요독점 문제를 반드시 따진다. 공급시장 점유율이 높은 여러 회사가 합병으로 노동시장에서 수요독점력을 높이면, 인건비를 과도하게 절감하는 방식으로 수익 극대화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서부지역 어민들은 2016년 해산물 가공업체 퍼시픽 시푸드가 동종 회사 오션골드를 인수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최종적으로 기각했지만, 여기서 주로 다뤄진 문제는 가공업체간 합병으로 해산물 공급자인 어부들의 가격결정력이 박탈당하는지였다.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의아하네요.. 조선업에 한정지어도 업체 수도 여러개고 근로자가 다른 업종으로 이동할 여지도 있을텐데요.
조선업체 조차도 중국이나 일본기업들과 경쟁하는 입장이기도 할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