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이면 경제신문 사설에 최저임금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올해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가 시작되기 이틀 전인 4월 20일부터 <한국경제>가 최저임금을 사설 주제로 다뤘다.
'인건비 탓에 年 100만 명 폐업, 최저임금 차등화 올해는 반드시'라는 제목의 이 사설은 "30초에 한 명씩 폐업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위기의 시대가 도래"했다면서 골목 경기의 심각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최저임금 고공비행"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골목 경기의 어려움을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는 것은 익숙한 공식이다. 그런데 이 사설은 상가와 오피스가 공실로 남아 있는 것도 최저임금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상가와 오피스 공실률 급등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시급은 2024년에 240원, 2025년에 170원 올랐다. 그것 때문에 강남권 오피스 공실률이 2배로 뛰었다고? 강남권이면 프라임급 오피스가 많을 텐데 대체 어느 '전문가들'이 그런 진단을 했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하지만 전문가 실명은 물론이고 그런 분석 자체를 찾지 못했다.
다수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상가와 오피스 공실률이 증가한 원인을 구조적인 데서 찾고 있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자영업자 폐업 증가, 온라인으로 수요 이동, 지방 인구 감소, 상가 과잉 공급 등이다. 특히 상가의 경우 신도시나 혁신도시, 일부 지방 도시에서 신규 상업시설이 대거 공급되면서 공실률이 급증했다. 2025년 1분기 기준 세종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25.2%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최저임금과 직접적인 연관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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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사설은 최저임금 때문에 일자리가 줄었다면서 직원 없는 '나홀로 식당'이 6년 새 30% 늘었다는 수치를 제시한다. 출처를 찾아보니 <매일경제> 기사에 나오는 내용이다. 통계청과 고용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나홀로 식당' 수가 2017년 22만4907곳-2020년 34만3037곳-2023년 기준 29만5998곳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사에 따르면 전국의 식당 수는 2017년 48만5737곳-2020년 56만2051곳-2023년 55만1657곳이었다. 2017년에서 2023년 사이에 나홀로 식당 수도 많이 늘었지만 전국의 식당 수도 늘어났다.
간단한 계산을 해보면 전국의 식당 중 나홀로 식당의 비율은 2020년에 61%였다가 2023년에 53%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2020년은 코로나 팬데믹 영향을 받으며 무인화나 직원 축소가 빠르게 진행되던 시기였고, 그해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9년보다 낮은 2.87%였다. 따라서 2020년에 나홀로 식당이 급증한 것은 최저임금보다는 코로나의 영향이 컸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정부가 '소상공인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이라는 명칭으로 키오스크 보급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모든 것을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면 편리하긴 하겠지만 논리가 빈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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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올해는 경제신문들도 최저임금 관련해서 할 말이 별로 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이 거의 안 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 될 줄 알면서도 최저임금 차등화 주장을 반복하거나 "과거 문재인 정부 때 오른 최저임금"이 아직도 부담이 된다는 논리를 편다. 아니면 범위를 넓혀서 "지난 8년간" 또는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매일경제> 기사에는 특이한 그래프가 등장했다.

그래프에는 '최근 10년간 최저임금'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그런데 그래프의 가로축이 2015년, 2018년, 2021년, 2023년, 2025년이다. 3년 간격으로 최저임금 변동을 표시하다가 2021년부터 2년 간격으로 바뀌었다. 3년으로 하든 2년으로 하든 간격은 일정해야 하지 않나? 1년 단위로 최저임금을 표시한 것도 아닌데 해당 연도의 상승률은 왜 표기했는지 의문이고, 그래프의 기울기가 정확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저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것만 느껴진다.
숫자와 팩트로 이야기하자. 다른 경제지표는 OECD 회원국들과 비교를 많이 하니 최저임금도 그렇게 비교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데이터 전문 기업인 스태티스타가 2022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의 최저임금을 비교한 그래프에 따르면, 한국의 최저임금은 28개국 중 15위로 OECD 중간 수준이다. 지금은 중간 아래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최신 통계를 원한다면 2025년 3월 13일에 OECD에서 발표한 <실질임금 회복세 계속Real wage continue to recover>이라는 보고서가 있다. 밑의 그림은 이 보고서에 수록된 그래프로서 각국의 명목 및 실질 최저임금 변화를 나타낸다. 2021년 1월이 기준점인 이유는 팬데믹 종료 후 물가가 급등하기 직전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래프를 보면 한국의 명목 최저임금은 2021년 1월 대비 2025년 1월에 10%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실질 최저임금은 상승률이 0에 가깝다. 한국보다 왼쪽에 있는 나라, 즉 실질 최저임금이 한국보다 적게 오른 나라는 미국(연방), 미국(지방정부), 이스라엘(전쟁 중), 슬로바키아(높은 인플레)밖에 없다. 요즘 경제신문들이 한국의 최저임금을 다른 나라의 최저임금과 비교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의 실질 최저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한 배경에는 당연히 정부의 의도가 있었다. 경제의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집권한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 임금 상승을 억제하고 수출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면서 위기를 돌파하려 했다. 2022년 6월에는 당시 추경호 부총리 및 기재부장관이 대놓고 "임금 인상을 자제"하라고 기업들에 요청했다. 물가와 임금이 연쇄 상승하는 악순환을 초래하면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는 논리를 그대로 가져왔다.
윤석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률만 낮게 묶어둔 것이 아니다. 앞의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사실상 거의 모든 OECD 국가들에서 실질임금이 오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실질임금 인상률은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2022년 –0.2%, 2023년 –1.1%, 2024년 +0.5%). 그 결과는 소매판매액지수의 3년 연속 감소로 나타났다. 특히 2024년에는 소매판매액지수가 카드대란이 발생했던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전국 17개 모든 시도에서 일제히 감소했다(통계청, '2024년 4분기 및 연간 지역경제 동향', 25.02.18). 이러니 지역과 업종을 불문하고 자영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노동자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동안 사회임금(시장임금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연금, 사회보험, 공공의료, 공교육 등 국민이 사회적으로 얻는 복지 혜택)을 강화했다면 노동자의 삶이 조금 덜 후퇴했을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대신 야당과 손잡고 부자감세를 시행하면서 각종 복지사업 예산과 공공주택 예산을 축소했다. 소매판매액지수 감소와 골목경제, 지역경제의 몰락은 그런 정책의 필연적인 결과였다. 설상가상으로 제조업의 위기까지 함께 진행 중이다.
사태가 이 정도라면 추경을 통해 일부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정도로 해결되지 않는다. 노동자 임금을 낮게 묶어둔다고 해결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생활 가능한 임금과 일자리 보장, 사회안전망 확충과 내수 선순환을 통해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모두 살 수 있는 새로운 판을 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