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역사 서술을 문자 그대로 다시 쓰려 한다
기술이 텍스트를 읽고 요약하는 능력은 이미 학술 연구에서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기술은 우리가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빌 와식 / 2025년 6월 16일 / 뉴욕타임스 매거진
잡지 편집자로 25년을 일하면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일은 언제나 작가들이 ‘이야기의 본질’을 찾아내도록 돕는 일이었다. 어디서 시작할지, 어디서 끝낼지, 무엇이 중요하고 새로운지를 함께 탐색하는 것 말이다. 그래서 올해 초, 맨해튼 서쪽에 있는 구글의 사내 식당에서, 내가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작가 스티븐 존슨이 그런 조언을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 으로부터 받고 있는 장면을 지켜본 건, 솔직히 말해 약간 굴욕적이기까지 했다.
존슨은 기술 저널리스트이자 역사가로, 해적 공격, 현대 경찰 제도의 탄생, 공중보건의 시작 등에 대한 대중 역사서를 쓴 사람이다. 그는 최근 19세기 중반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에 대한 책을 구상하고 있었지만, “무엇을 중심에 둘 것인지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내 반전(twist)이 뭔지 아직 전혀 감이 안 온다”고 말이다.
그는 자신이 도왔던 구글의 앱 NotebookLM 에 자료를 넣고 탐색을 시작했다. 이 앱은 일반적인 AI 도구처럼 인터넷 전반에서 정보를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선택한 소스들에만 기반해서 답을 생성하는 연구 도구다.
존슨은 골드러시에 관한 대표적인 역사서인 H.W. 브랜드의 《The Age of Gold》에서 발췌한 부분을 업로드했고, 요세미티 계곡에서 백인 광부들과 원주민들 간의 갈등을 중심에 둘 수 있을까 싶어, 당시 백인 민병대인 마리포사 대대 소속의 라파예트 버넬의 《Discovery of the Yosemite》도 추가했다. 그리고 원주민 시각을 반영하기 위해 퍼블릭 도메인 사이트에서 두 개의 1차 자료도 찾았다: 《The Ahwahneechees》와 《Indians of the Yosemite Valley and Vicinity》.
그는 자신이 작가 스티븐 존슨이라고 AI에 소개한 후 질문을 던졌다. “이 두 원주민 관련 책들에 담긴 내용 중 나머지 두 책에서 빠진 게 뭐가 있지?” NotebookLM은 “《The Ahwahneechees》는 요세미티 원주민들의 개별 전기를 담고 있어서, 집단적 존재로만 그려지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킨다”고 요약했다. 그리고 그 인물들 중 한 명으로 마리아 레브라도를 언급했다. 그녀는 요세미티 추장 테니야의 손녀였다.
존슨은 즉시 흥미를 느꼈다. AI는 그녀가 1851년 3월 마리포사 대대에 의해 계곡에서 쫓겨난 72명의 원주민 중 한 명이었다는 점, 이후 멕시코인과 결혼했다는 점, 그리고 1920년대 백인 역사가에 의해 ‘요세미티의 마지막 원주민’으로 불렸다는 사실을 전해줬다. 존슨은 “내가 찾던 중심인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녀가 노년기에 요세미티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타이타닉’ 식의 이야기 구조가 떠올랐다고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건 전부 30분 만에 얻은 결과야.” 존슨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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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은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나?
스탠퍼드의 프레드 터너 교수는 1970~80년대 뉴욕 예술계를 주제로 책을 준비하며 ChatGPT를 사용해 8장짜리 구조를 짰고, 자신의 복잡한 연구를 보다 대중적인 문체로 되돌려주는 AI의 기능에 감탄했다. “마치 내가 이 책을 서점에서 일반 독자들에게 들려줬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올지를 먼저 본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캐나다 윌프리드 로리에 대학의 마크 험프리스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18~19세기 모피 무역 기록 수만 건을 AI로 분석하여, 특정 인물들 간의 상호 관계를 빠르게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AI는 20초 걸리지만, 대학원생은 몇 주 걸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다수 역사학자들은 아직도 조심스럽다. 프린스턴의 아다 페레르 교수는 책 제목이 막히자 ChatGPT에 아이디어를 물어봤지만 마음에 드는 결과는 얻지 못했다. 밴더빌트대의 제퍼슨 카우이는 “AI를 쓰면 학생들한테는 쓰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나는 활용하게 되는 모순이 생긴다”며 윤리적 고민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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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성과 윤리, 그리고 AI 시대의 사료 인식
《1491》의 저자 찰스 C. 만은 AI가 잘못된 정보를 너무 쉽게 믿음직스럽게 만들어낸다며 우려를 표했다. “AI는 ‘말이 되나?’라고 되묻는 편집자의 기능이 없다. BS 감지기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구글의 NotebookLM은 AI가 답변을 오직 업로드된 자료 내에서만 생성하게 하며, 인용 오류는 줄이되, 원자료 자체의 오류까지는 검증하지 못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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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협력자 역할과 비판적 전망
AI는 단순한 도우미가 아니라, “다른 학과의 동료”처럼 저자에게 다른 시각을 제시해주는 존재로 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기 작가 스테이시 시프는 “AI에게 구조를 맡긴다는 건 속임수라기보다 스스로의 기쁨을 빼앗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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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조직, 그리고 디지털 도구의 이중성
역사기술서에서 AI는 인간 지식의 조직 방식의 최신 국면일 뿐이다. 인덱스, 듀이십진법, 디지털 검색, 그리고 이제는 AI 요약까지.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풍요는 ‘가용성 편향’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맥락은 상실된다.
2016년 피츠버그대의 라라 푸트남 교수는 “우리는 이제 어디를 찾아야 하는지 몰라도 찾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디지털 탐색이 현장 학습 없이도 연구를 가능케 하지만, 그만큼 오류도 잦아진다고 경고했다. 디지털 자료는 인쇄물, 제도권 자료, 영어권에 치우쳐 있으며, 디지털화되지 않은 수많은 비공식적 증언과 주변적 기록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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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역사책은 어떻게 바뀔까?
AI는 방대한 양의 사료를 정리해 인간 저자가 한 생애에 한두 권밖에 쓰지 못할 책을 여러 권 쓸 수 있게 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로버트 카로가 50년을 들여 존슨 전기를 썼던 그 집착, 그 사료에 대한 직접적인 손길 없이, 그는 더 이상 ‘카로’가 아닐 것이다.
존슨은 골드러시 책에서 시간 축을 10의 제곱으로 줄여나가는 구조(100만년 전 → 1000년 전 → … → 전쟁 전날)를 제안했고, NotebookLM은 각 단원에 들어갈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제안했다. 이런 구조는 AI의 종합 능력과 인간 창작자의 구상을 결합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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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AI가 정보를 도와줄 뿐 아니라 책과 함께 독자에게 계속 붙어 있을 수 있다면? 예를 들어, 역사책 전자책이 챕터뿐만 아니라 모든 1차 사료까지도 AI 챗봇으로 탐색할 수 있게 된다면?
존슨은 “그 책의 세계관 안에서, 독자가 묻고 AI가 언제든 답할 수 있는 상태”를 상상한다. 이것은 역사 기술의 미래인가, 인간 사유의 종말인가?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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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충격이 한번에 여러분야에서 오고있다고 봐야겠죠? 적어도 특이점을 넘기 전까진요
내러티브를 중개하는 측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어떻게든 반죽해낼 수 있는 세상이 왔다는 건 알겠습니다.
진정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세계가 오나 봅니다.
이런거 비슷하게 전 요즘 옛날영화볼때 챗지피티랑 얘기 많이 합니다.
주인공이 왜 저런행동을 했을까? 라든지... 저런 사례가 어떤 교훈을 줄까? 이런걸 물어보는데 정말 잘 대답해주더라구요
어짜피 AI가 더 나은 AI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니깐요...
예를 들어, 학생들은 AI와 한국사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을 하고, 작가들은 우리 설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창작하며, 어르신들은 복잡한 행정 절차를 AI의 도움으로 쉽게 해결하는 세상이 열릴 수 있겠죠.
정말 기술로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상'이 열리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