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강 작가님의 글들은 흐름을 쫓아가기가 참 힘듭니다. 몇 권 읽다보니 좀 익숙해지는 면도 있는 것 같네요. 이번엔 아주 약간 수월했습니다.
2. 이분 글들을 보다 보면 사전을 찾게 되요. 제 어휘가 달리는 거겠지요. 우듬지를 비롯해 몇 단어를 새로 배웠네요.
3. 한강 작가님의 글들을 보면 너무나 슬프지만 그 통증 안에서 울부짖는 게 인간의 운명임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걸 거부하지 않고 온맘으로 끌어안고 매번 최선을 다하는 작가의 열정이 느껴집니다. 그런 노력과 열심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그와 같은 무게의 아픔을 다루는 일이 너무나 압도적일 것 같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걱정되기도 합니다.
4. 작별하지 않는다도 마음이 아픈 이들이 주인공인 글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개로 제주 4.3과 보도연맹을 다룬 접근법과 구성은 역시 명불허전, 정말 한강의 천재성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삶과 죽음이 뚜렷한 경계 없이 이렇게 연결되는 한강의 유니버스가 있다는 걸 발견합니다. 작가의 시점에는 죽음에 대한 그녀만의 심묘한 탐색이 돋보입니다.
5. 이번에도 폭력과 상처, 삶과 죽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본성을 다루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나 큰 외상과 심적 고통으로 인해 괴로왔던 세월을 살았습니다. 그렇게 몸부림치면서 가지게 되었던 의문은 치유라는 건 정녕 실존하는 건가였습니다. 마음이 다치는 건 한 사람의 일생을 지배할 수도 있지만, 그 고통에서 해방되는 건 쉽지 않다는 이해를 가지고 있지요. 그럼 무엇이 이 아픈 세상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걸까요? 한강은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직면하게 합니다.
6. 고통과 아픔 안에서 찢겨져 신음하고 있는 인간의 내면을 조명하다 보면 드러나는 것이 있습니다. 그토록 울부짖으면서도 놓지 못하는 통각의 뿌리는 사실 지극한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도무지 작별할 수 없는 그 강한 애착이 고통을 만드는 것이죠. 무디고 무정한 사람은 매정하고 애통함이 없지만, 극진하게 사랑하는 이는 이별과 죽음에 대해 오래 아파하고 쉬 자유를 얻지 못하죠. 한강의 작품들을 보면, 결국 이 잔혹하고 눈물 마를 일 없는 거친 세상에서 아픔을 느끼게 하는 양심은 사랑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 어두운 세상을 빛나게 하며 그 괴로움을 견디게 하는 동력도 바로 사랑이라는 통찰을 가져다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