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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학문

2025-06-29 14:45:54 수정일 : 2025-06-29 23:16:48 61.♡.49.85
칼도

어제 사놓은지 거의 30년 된 책에 들어 있는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학문'이라는 유명한 글을 읽었습니다.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자연과학도 포함해 학문이 직업인 이들, 특히 교수인 이들은 물론이고 현대의 학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이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글입니다. 고교생도 읽어낼 수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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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사강사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일단 사강사 한 사람을 쓰게 되면 우리는 그로부터 다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물론 그가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가 여러 해 강사로 봉사하면 사람들이 자기를 고려해 줄 것이라는 데 대한 일종의 도의적인 권리를 가진다고 그는 생각하게 되며, 우리는 이 생각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는 또한 — 그리고 이것은 때로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 추가로 다른 사강사들에게 교수자격증을 수여해야 할지 여부의 문제에서도 자신이 이러한 도의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그 능력이 증명된 학자에게는 원칙적으로 누구에게나 교수자격을 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강의수요>를 고려해야 하는가, 다시 말하여 기존의 강사들에게 강의의 독점권을 주어야 하는가 라는 난처한 딜레마인데, 이것은 곧 논의하게 될 대학교수라는 직업의 이중적인 성격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기존의 강사들에게 독점권을 주는] 두번째 대안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해당학과의 정교수가, 비록 그가 주관적으로는 아무리 양심적이라 하더라도, 자기 자신의 제자를 선호할 위험을 증대시킵니다. 나 개인적으로는 - 이 점은 밝혀도 좋겠지요 - 다음과 같은 원칙을 따랐습니다다. 즉, 나에게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는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또 다른 대학에서 인정을 받아 교수자격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원칙을 따른 결과는 나의 가장 유능한 제자 중의 한 명이 다른 대학에서 거절당한 일이었는데, 왜냐하면 아무도 그가 그러한 이유에서 [즉, 나의 위에서 말한 원칙에 따라] 이 대학에 지원했다는 것을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3-204쪽)


"학문은 예전에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전문화 단계에 들어갔으며, 또 이 과정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외적으로 뿐만 아니라, 아니 바로 내적으로도 사정은 개인이 학문영역에서 진실로 아주 탁월한 것을 성취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매우 엄격한 전문화를 했을 경우뿐이라는 것입니다. 인접영역에 침범하는 모든 연구에는 — 우리는 간혹 이런 연구를 수행하며, 또 예를 들면 특히 사회학자들을 부득이하게 이런 연구를 자주 수행할 수밖에 없지만 — 우리의 이런 연구는 기껏해야 그 [인접영역의] 전문가에게 그의 전문적인 관점에서는 그렇게 쉽게 떠오르지 않는 유용한 문제제기들을 제공하는 것이며, 우리 자신의 연구는 불가피하게 극도로 불완전한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체념적 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실제로 학자가, “이번에 내가 성취한 것은 그 가치가 지속될 것이다”라는 만족감을 일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엄격한 전문화를 통해서뿐입니다." (210쪽)


"착상은 억지로는 안 됩니다. 착상은 그 어떤 냉정한 계산과도 무관합니다. 물론 계산도 역시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입니다. 예를 들어, 사회학자는 노년에 가서도 어쩌면 수개월간이나 아주 하찮은 수만 개의 계산문제를 머리 속에서 풀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에는 자신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해서는 결코 안됩니다. 어떤 결과를 얻고자 할 때, 그 작업을 기계적 보조수단들에게 맡겨 버리려고 하면 벌을 받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나오는 결과도 대개는 지극히 미미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계산의 방향에 대해서 그리고 계산하는 도중에 나오는 개개의 결과의 함의에 대해서 어떤 특정한 생각이 그에게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 지극히 미미한 결과마저도 나오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착상은 끈덕진 작업이라는 토양에서만 싹이 틉니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마추어의 착상이 학문적으로는 전문가의 착상에 못지 않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 큰 의의를 지닐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가장 탁월한 문제제기와 인식 중 많은 것은 바로 아마추어들 덕분에 획득한 것입니다.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차이점은 단지 — 헬름홀츠가 로베르트 마이어에 대해 말한 바와 같이 — 아마추어는 연구방법의 확고한 확실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착상의 의의를 사후검증하고 평가하거나 그 착상을 실현시킬 수 없다는 사실뿐입니다. 착상이 작업을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또 작업도 착상을 대신하거나 억지로 불러낼 수 없는데, 이것은 열정이 착상을 불러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둘[열정과 작업]이 — 특히 그 둘이 합쳐져서 — 착상을 유인해 냅니다. 그러나 착상은 자기 좋을 때 나타나지 우리가 원하는 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좋은 착상들은 책상에 앉아서 골똘히 생각하며 찾을 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 예링이 서술하는 바와 같이 — 소파에 앉아서 궐련을 피우고 있을 때라든지, 또는 헬름홀츠가 자연과학적 엄밀성을 가지고 자신의 경우에 대해 말하는 바와 같이 완만히 오르는 길을 산책하고 있을 때라든지, 아니면 그와 비슷한 경우, 어쨌든 그것들을 기대하고 있지 않을 때 나타난다고 하는 것은 사실 옳습니다. 물론 책상에 앉아 꼴똘히 생각하면서 대답을 정열적으로 찾지 않았다면,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것입니다."(211-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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