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홀의 보홀 강은 꽤 큽니다. 물론 한강하고야 비교할 수 없지만 제법 깊고 크루즈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물결은 꽤 세다는데, 밖에서 보면 노로 저을 수 있을 만큼 잔잔하기도 해요.
보홀에서의 두 번째 날, 선상부페는 한 번 가봐야 된다길래 가족과 배에 올랐습니다.
기본 웰컴 멜론음료가 그다지 맛이 없어서, 추가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랑 코크를 주문해서 그냥 풍경을 보고 있었습니다.
배 위에서 펼쳐진 부페는 평범..이하였습니다.
그저 한 번 지나가는 관광객이 클레임을 걸지 않을 정도의 맛이었어요.
한국인, 중국인, 서양인들이 각자의 언어로 먹고 마시고 사진도 찍고 즐거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배가 갑자기 어딘가의 무대 같은 곳 옆에 정박을 했습니다.
작은 새같이 귀여운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인사를 합니다.
(제 앞에는 그 어린이들과 나이가 다르지 않은 제 딸과 아들이 신기한 듯 소비자로서 구경하고 있었고요.)
누가 들어도 녹음한 소리이지만 그래도 기타 같은 것을 들고 있는 청소년들의 약간은 익숙한 듯한 음악이 시작되고
작고 가벼운 몸들이 리듬에 맞춰 맨발로 전통 춤을 췄습니다. 리듬이 빨라지면서 아이고 저거 괜찮나 싶을 때까지 춤이
격해지더라구요.
한편 아직까지 기억나는 얼굴이 있는데 그 아이들 사이에 있던 한 여성이었어요.
분명히 성인이었지만 체구가 작고 말라서 어린이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더라구요.
(원주민들 체구가 원래 아주 작다더라구요.)
그녀는 춤을 거기서 제일 잘 췄지만 지루한 표정이기는 했어요. 일로 하는 것이었겠지요.
저는 나름 필사적으로 제 맞은 편 아이에게 니가 이 아이들과 달리 운이 얼마나 좋은지 잔소리를 하면서
작은 아이에게 오달러를 기부? 바구니에 넣으라고 전해 줬어요.
서양인들은 즐거워 하는 거 같았는데.. 사실 저는 순간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이게 맞나?? 이 세계가 이렇게 돌아가는 게 맞나?
저 아이들은 다 학교는 가겠지? 내 아이가 무슨 교훈을 받기만 바라는 내 생각이 너무 졸렬한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비극.
그냥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갔다 온 지 한 세 달 됐네요.
필리핀은 사람들도 멋지고 대자연은 정말 황홀했는데.. 자본과 기술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변하고 있더군요.
그냥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 자본과 기술 '쪽'의 사람이잖아요.
내가 아이보다 더 나은 식견과 통찰이 있을 수는 있어도 스스로 깨 닳을 수 있는 것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내 식견은 내가 애보다 나이를 몇 살 더 먹고 몇 년 더 살았기 때문이지 애보다 나은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죠. 때론 아이가 어른보다 나을 때도 있고, 아이 입장에서는 굉장히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글을 잘 못 쓴 탓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