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습니다. 멀쩡한 사람들은 넷플릭스를 봅니다. 가끔 병들기도 하고 때로는 멀쩡해지기도 하는 저란 인간은 넷플릭스를 켜봅니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못 볼걸 봤나봅니다. 갑자기 병이 도집니다. 이 병은 '베스트셀러 기피증' 이라고 불립니다. 천만관객 영화보다는 천명만 본 영화가 더 끌립니다. 블로그리뷰로 가득찬 화려한 음식점보다는 방문자리뷰가 더 많은 조그만 노포가 더 매력적입니다. 책에 대해 말하자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습니다. 네. 맞습니다. 병이 심하게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진짜'가 뭔지 알아보는 '진짜' 안목을 가진 '진짜' 흉내를 내고 싶었나 봅니다. '진짜'병에 걸린건지 아님 그냥 '찐따' 인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많이 아프네요. 혼모노?


천의 얼굴을 넘나드는 박정민 배우에게는 또 다른 직업이 있습니다. 바로 '무제' 라는 출판사 사장이지요. 이 배우의 진짜 모습이 뭔가 싶을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박정민 배우는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 출간 기념 북토크의 사회자로 나와 혼모노의 한 구절을 낭독합니다.
'하기야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 큭큭, 큭큭큭큭.' - <혼모노>
세상에는 훌륭한 베스트셀러도 있고 훌륭하지 않은 베스트 셀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훌륭함'에 대한 기준도 다 제각각이라 누구에겐 '명작'이 누군가에겐 '망작'이 되어버리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그럼 과연 '진짜'는 뭐지?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등등 온라인, 오프라인 모든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인 <혼모노>의 첫인상은 저에게 이렇게 다가왔습니다.
'베스트셀러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베스트셀러에 대한 묘한 거부감이죠. 출처를 알 수 없는 이 묘한 청개구리 기질에 대해 누군가 질문한다면 "아, 그건 바로 가장 과학적이라고 공인된 성격 5대특성 중 하나인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특징이지!" 라며 찐따 처럼 대답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어떤 대답이 '혼모노(진짜)' 인지 '니세모노(가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게 중요하기나 한가요? 뭣이 중헌디?
현재 모든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로 달리고 있는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는 '진짜'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단편소설집입니다.
개인적으로 픽션보다는 논픽션을 주로 읽습니다. 픽션에 대한 욕구는 이미지로 그려낸 영화로 충족시킵니다. 그냥 취향이 그래요. 어쨌든 제가 <혼모노>를 읽게 된 이유는 호기심입니다. 박정민 배우가 넷플릭스보다 재밌다는데 얼마나 재밌나 싶어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로 합니다. 도서관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갑니다. <혼모노> 검색. 근처 모든 도서관에서 대출중, 혹은 예약대기 라는 상태표시말을 봅니다. 클릭해봅니다. 예약자가 십수명입니다.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중 절대 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렇게 병든 인간이 많았나? 예약자가 그나마 적은 도서관에서 예약을 합니다. 기다립니다. 인고의 세월을 지나 '띠링~' 문자가 옵니다. 당신 차례가 왔으니 빌려가세요. 넵.

책은 성인 손바닥 크기로 아담합니다. 금요일 오후 도서관에서 책 수령후 아무데나 던져놓습니다. 불금을 보낸 뒤 숙취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로 맞이한 토요일 아침. 바람은 선선하고 '삐익~삐익~' 새는 지저귀고 속은 쓰립니다. 책이나 읽자. 단편소설집 <혼모노>의 첫 페이지를 펼칩니다.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제목 뭐 이래. 네. 베스트셀러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편협한 인간입니다. 책장을 쓱쓱 넘깁니다. 흐음. 좀 흥미로운데?. 다음편은 '스무드'. 이건 스무드 하게 건너뛰고 '혼모노'를 읽습니다. 흐음? 그리고 그 토요일 아침에 다른 작품들도 내리 한숨에 읽어버립니다. 왜냐구요? 넷플릭스보다 재미있으니까요. 그리고 찐따처럼 편협했던 저를 반성합니다. 이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진짜 '베스트' 였구나. 혼모노!
'스무드'를 읽을 때는 소위 '태극기 부대' 어르신들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기도 했으며,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를 읽을 때는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서늘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우호적 감정'을 읽을 때는 조직에서 능력없는(?) 누군가가 승승장구하는 장면이 오버랩되기도 했구요. '잉태기'를 읽을 때는 소위 '대치동 엄마'로 표현되는 부모들이, '메탈'을 읽을때는 학창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혼모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합니다.

넷플릭스보다 재밌는 소설 한편 추천드립니다. 작가의 섬세한 감성과 '빨강' 핏속에 흐르는 작가의 기질, 그리고 모두를 아우르는 그 따뜻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훌륭한 단편소설집 <혼모노>.
혼모노(진짜)?
진짜입니다. 혼모노.

이미지 출처 : 웹툰 - 익명의 독서중독자들, 영화 -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곡성
(참고로 '잉태기'의 시아버지 이름이 지중헌인데 뭣이중헌디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합니다.큭큭, 큭큭큭큭)
책의 권위를 버리고
SNS스런 메세지를 던지나보군요.
흠… 전 안사요.
책이 가성비 좋은 매체인 이유는 아무래도 단위시간당 습득 정보량이 가장 풍부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혼모노 저도 한달 넘게 기다려 읽었는데 요즘 책값이 만만치 않으니 기다렸다가 대출해서 천천히 읽으셔도 됩니다. 희망도서 신청이란 제도도 있구요. 즐거운 독서생활 기원합니다~*
훌륭한 단편보다 좋은 장편을 쓰는게 더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꼭 장편을 써야만 훌륭한 작가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레이먼드 카버처럼 단편소설로 유명한 작가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