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서식지 근처에 편의점이 두 개가 있습니다.
한 편의점을 주로 이용했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편의점 먹거리가 더 맛있습니다.
사장님이 연세가 좀 있는 분인데, 그냥 몇 번 보니 안면이 트였는지 말도 좀 걸고 그러시더군요.
원래는 그러면 안되지만, 봉투도 그냥 막 주시고...
보통 이렇게 아는 척 하는 걸 남자분들이 싫어한다고 하던데, 저는 여자사람인데도 불편하더라구요.
그래도 뭐, 잠깐이니까 그냥 저냥 넘어갔는데요.
어느 날 이 사장님이 선을 넘었습니다.
제 전신을 쓰윽 훓어 보더니
"애기 언제 낳아요?"
.......뱃살입니다만...
임신부로 보일 수도 있는 긴 스커트를 입은 제 죄입니다만, 짜증이 확!
그리고 설사 진짜 임신부라 하더라도 남의 부인 출산일을 왜 생판 모르는 할아버지가 신경 씁니까?
싫은 티를 분명히 내고, 임신부 아닌데 오해 받는 것도 기분이 나쁘고, 남의 신체를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 건 예의가 아니다. 그리고 지극히 사적인 질문을 하는 것도 불쾌할 수 있다. 라고 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안 갔습니다. 저는 옹졸한 사람입니다.
결국 다른 편의점을 갔는데, 여기는 중간에 사장님이 바뀌었습니다.
이분은 열의에 넘치시는지 이것저것 추천 (빵....같은거 이맛이 더 좋다 등등) 하시는 게 또 불편합니다.
이건 개인차라 내가 싫은 것일 수도 있으니 대충 후다닥 사서 나오는 걸로 넘겼습니다.
이분도 대화를 좀 좋아하시는 듯 합니다.
그러던 중 최근의 일입니다.
특정 될 수 있으니 대화의 디테일은 생략합니다.
아무튼 조금 긴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대화의 방향이 cctv로 갔는데, 매장의 cctv를 핸드폰으로 볼 수 있고, 자신이 말을 하면 스피커를 통해 나온다고 자랑을 하시더군요. 그럴 수 있구나, 와 기술 발전이 놀랍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근데, 이게 녹음이 된다고 자랑을 합니다.
말로는 야간에 자기 직원 보호용이라는데, (취객 등이 시비 걸거나 미성년자가 거짓말로 담배나 술을 사거나...)
이거 현행법 위반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적이야 본인 말대로 직원보호라고 하더라도 의도치 않게, 불특정 다수의 대화를 이 사장님이 들을 수 있다는 건데?
혹은 손님이 카운터 앞에서 한 사적 통화의 내용도 들을 수도 있고, cctv 커버 범위가 될지는 모르지만, 물건 사면서 투덜거리는 말도 들을 수 있고? 지극히 사적인 개인 간 대화도 들을 수 있고, 방금까지 나랑 나눈 대화도 녹음이 됐다는 건데?
유쾌하진 않더군요.
나름 편세권에서 지내지만, 편의점을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cctv가 특정 손님을 졸졸 따라다닐 수도 있다고 자랑하시면서, 보여주셨는데요.ㅎㅎ
아마 웹켐 같은 기능을 하는 걸 달아놓으신 모양입니다.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불법은 맞는데 심각성을 모르시는 듯 했습니다.
저는 지나가는 손님인데 몰라도 될 일을 왜 알았을까..싶어요. ㅎ
고정형영상정보처리기기운영자는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춰서는 아니 되며, 녹음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
네, 저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너무 당당하고 해맑게 자랑하시니..ㅎㅎㅎㅎ
저야 뭐 안가려구요. 근데 그걸 증거로 어쩌하려다 오히려 문제 삼으면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꼴 아닌가 싶습니다만...업주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죠.
통비법은 과태료나 벌금형 같은 처벌은 없고 최소 1년 이상 징역형부터 시작입니다. 처음 경찰조사 받을 때부터 변호사 써서 녹음되는지 몰랐고 도청할 의도는 없었다고 열심히 어필하고 전과 없는 초범이고 검사 잘 만나고 정말 운이 좋으면 기소유예 정도 나올겁니다.
아, 그리고 cctv 설치하려면 cctv 촬영중인걸 알리고 관리자를 표시하는 안내표지를 부착해야 하는데, 이 표지가 없으면 그건 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입니다. 대신 처벌은 좀 가벼워요.. 과태료 천만원 이하. 근데 문제는 만약 법에서 규정한 cctv를 설치해도 괜찮은 곳이나 설치 목적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3천만원 이하...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는게 cctv죠..
그렇게 해맑게 자랑하실 일이 아닌데, 자랑을 막 하셔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신고를 할 생각은 없지만, 좀 뜨악한 건 사실입니다.
저런 식으로 설치된 cctv가 본래의 목적으로만 사용될 지 그것도 참..
사장님이 몰랐을 리도 없고, 알면서 자랑까지 했으니..
이걸 참. 저는 몰랐으면 좋을 일을 알아버렸지 뭔가요.
법이나 제도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기 집에 설치하더라도 외부를 같이 촬영하면 고지도 필요하구요
요즘 릴스 같은 곳에 업장 cctv가 종종 올라오죠.
진상짓도 올라오고 미담이라면서 올라오고.
촬영 당한 사람이 동의한 게 아닐텐데 그렇게 맘대로 올려도 되나 싶습니다.
그러니까요.
제가 알기로도 불법인데, 너무 당당하게 자랑을 하시니..얼떨떨 하더라구요.
얼굴도 가리지 않은 채로 올라오는 cctv영상을 보면 저도 좀 갸웃했는데
만약 음성까지 나온다면 이건 거의 도촬수준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이 빨리 변화하는 만큼 법지식이나 도덕수준도 따라와야 할텐데, 편리함만 생각하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