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중심의 경제 발전이라는 길을 따라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주행하던 중 내비게이터가 수출 주도 성장을 통해 더 빠른 길로 가라고 조언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이 지시에 따라 기꺼이 경로를 변경했지만 갑자기 눈앞에 거대한 관세 장벽이 나타나 길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자 내비게이터가 막다른 골목에서 후진해 다른 길로 나가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며 비용도 많이 든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분노에 머리카락을 쥐어뜯을 것인가, 아니면 내비게이션을 버리고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인가.
이는 현재 여러 아시아 국가가 직면한 상황을 비유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세계 무역 현실의 민낯이 새롭게 드러났고, 아시아의 수출 중심 성장 모델은 장애물로 가득한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4마리 호랑이'는 수십년 동안 서구 경제학자들의 조언에 따라 개방경제와 수출주도 성장 전략을 채택했다. 반면 인도는 외국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자국 제조업을 장려하는 수입대체 정책을 선택했다. 오토바이부터 공작기계까지 모든 산업이 이 제도의 영향권에 놓였다.
하지만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이제 여러 아시아 국가는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정책과 중국의 자급자족 기조, 유럽의 자국 산업 보호 움직임 속에 더 이상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 부딪히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을 통한 성장도 더는 쉽지 않다.
이 모든 문제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동안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과도한 소비와 수입에 의존하는 시스템, 무역 불균형은 정치적·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이러한 상황에 급제동을 건 것이다.
"아시아의 수출 주도 성장 모델은 전례 없는 번영을 가져왔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이렇게 선언했다. 세계 경제 성장의 약 60%를 차지했던 아시아를 겨냥한 미국의 고율 관세가 집중되면서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재편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IMF는 또 "무역 자유화와 가치 사슬 통합에 기반한 이 지역의 성공적인 성장 모델이 점점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연 이 같은 성장 모델이 IMF가 주장하는 것처럼 정말 성공적이었을까? 과거 서구식민주의 국가들은 개발도상국을 원자재 공급지로 활용하면서 이 지역의 산업화를 억눌렀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은 영국과 유럽 대륙의 국가들을 사실상 파산 상태로 몰아넣었고 미국은 전쟁 피해 없이 더 넓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특히 일본을 통해 러시아(옛 소련)를 견제하려는 전략적 목적이 컸다.
산업화와 경제개발은 일본을 거쳐 동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됐고, 경제학자들은 이를 '기러기형 발전 모델'이라 부르며 '아시아의 경제 기적'이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보면 기적보다는 '착각'에 가까운 전략이었는지도 모른다.
수출주도형 개발은 수입국의 충분한 수요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보호무역으로 돌아섰고, 중국은 자국 내 수요를 자국 생산으로 충당하려 하고, 일본과 유럽은 중국의 공급 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수출주도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후략)
정말 이제 수출주도성장은 끝났슴니다.
엔비디아 대중 수출 금지에서 딥시크가 나왔듯이 아시아 역시 대안을 모색하고 살아남을 겁니다.
이걸 알고도 트럼프 옹호하는 사람들은 진지하게 대한민국인이 맞는지 의문일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