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아베노믹스를 어떻게 평가하나
"방향은 옳았지만 충분히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아베노믹스의 세 가지 화살(통화정책·재정정책·구조개혁) 중 첫 번째 화살, 통화정책만 시행됐기 때문이다. 두 번째 화살인 재정정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재정 확대 방안으로 (공공사업 확대, 추경 예산 편성 등) 여러 수단을 발표했지만, 그 대부분은 어차피 시행될 정책을 (아베노믹스라고) 다시 분류한 것에 불과하다. 유일하게 시행된 주요 정책이 (2014년 1차) 소비세 인상이었으니, 아베노믹스의 재정정책은 확장적이 아니라 긴축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일본 내부 목소리는 다르다. 재정 확대 정책으로 정부 지출이 낭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용하지 않은 재정 확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나오는 부작용이다. 일본은 거대한 규모의 공공사업을 오랫동안 시행했다. 그중 일부는 유용하지 않았다. 차량 통행이 별로 없는 곳에 고속도로를 만들었고,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교량을 건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쓸모가 없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재정정책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유용성, 다른 하나는 수요 증대다. 이런 공공사업은 유용성은 부족했을지 몰라도 수요를 늘려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 비슷한 문제를 경험했던 국가들과 비교해볼 때 일본은 대규모 실업을 모면했고, 따라서 개개인의 고통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것을 피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성공적인 정책이었던 셈이다. 오히려 일본 재정정책을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할 수 있을만큼 충분한 규모로 시행하지 않아서 실패한 것이다. 더 과감하게 재정정책을 시행했어야 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부채 때문에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 지출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고도 주장한다.
"최근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역사적으로 볼 때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다. 영국만 하더라도, 지난 두 세기 동안 부채비율은 지금보다 훨씬 높았던 경우가 많았다. 1930년대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 여파로 지금보다 훨씬 많은 부채를 가지고 있었지만, (당시 영국 경제학자였던) 존 케인스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여전히 영국을 신뢰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유로존도 마찬가지다. 5년 전 유럽은 재정 위기로 인한 급격한 부채 증가로 높은 차입 비용을 초래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유럽 채권 시장의 유동성 위기는 사라졌다. 중앙은행이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다면, 선진국의 부채 대처 능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정부 부채를 늘려 재정정책을 확대하는 것은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를 가진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 아닌가.
"반드시 다른 나라 통화로 차입할 필요는 없다. 과거 미 달러화로 차입했던 국가들도 이제 상당수는 자국 통화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최근 40년간 큰 규모의 경상 수지 적자를 기록했지만,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인 나라가 어디인 줄 아는가. 바로 호주다. 호주는 미 달러화가 아닌 호주 달러화로 차입해왔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 기축통화의 국제적인 역할은 흥미로운 연구 주제지만, 실제로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기축통화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한국은 빠른 고령화 진행 때문에 부채 문제를 더 우려하고 있다.
"어떤 점에서는 고령화 자체가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만들 수 있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지금부터 15년 후의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다. 지금 시점에서 약간의 재정 흑자를 더 만드는 것은 별다른 차이를 만들지 못할 것이다. 지금 (재정 확대로) 튼튼한 경제를 만들면 미래에 생산량도 증가하고 인플레이션도 상승해 실질 이자율을 내릴 수 있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데 훨씬 더 나은 정책이다."
―한국의 수출 중심 경제 시스템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서비스 분야가 극도로 비효율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내수에 더 중점을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 만약 국내 수요를 증가시키는 정책을 추구한다면, 시장은 이에 맞춰 변화할 것이다. 한국은 분명 GDP 대비 수출 비중이 높다. 그러나 이는 숫자가 주는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중간재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GDP 대비 수출의 부가 가치인데, 실제로 이것은 그렇게 크지 않다. 기본적으로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부가 가치 기준으로 70% 이상 고용이 비교역(non-tradable) 부문에서 창출되고 있다. 한국은 이 부분이 성장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일시적인 효과만 볼 뿐이라고 지적한다.
"난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이 정상적인 상황, 즉 명목 이자율이 제로(0)보다 충분히 높고, 통화정책이 언제나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면 물가가 상승하고 나머지 경기 부양 효과는 사라진다.
그러나 현재 같은 장기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긴축 정책은 디플레이션을 초래하고, 디플레이션은 부채 문제를 악화시킨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볼 때 '장기적으로 보면 (통화·재정정책이) 상관이 없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만약 재정·통화정책은 단기적이라는 생각이 일부 옳다고 하더라도, 케인스가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모두 죽는다'고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후략)
10년전이라 디테일은 많이 달라졌지만 통찰력이 대단합니다
단지 재정지출을 늘리면 가능하다고 하는게 얼핏들으면 그럴듯하지만 실체가 없는것 같아서요..
중국 버스기사와 미국 버스기사는 같은 일을 하는데 생산성은 미국기사가 몇배 높죠.
교역재 서비스인 정보통신 이런건 서비스업에서도 극히 일부니 논외고요.
정부부채 누적으로 재정지출을 줄여야하는 시점이 올 때 시장규모가 줄어드는것 외에 무엇이 남겠냐는거죠.
생산성이라는게 어느 척도로 측정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국의 버스는 다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단가가 비싸지 효율이 높다고 볼수는 없다 봅니다. 3천불 월급주고 월 수송객이 천명인거랑 3000위안 주고 만명 나르는거랑 생산성을 비교하면 미국이 높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