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과도한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침체(great recession)를 겪은 미국과 유사한 경로를 걷고 있습니다.”
미안 교수는 가계부채·금융위기·경제성장·불평등 간 상호작용에 대한 선도적인 연구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경제학자다. 그는 2014년 출간한 저서 『빚으로 지은 집』에서 ‘레버드 로스(levered loss·빚을 내 증폭된 손실)’라는 개념을 통해 가계부채와 경제위기의 인과관계를 조명했다. 집값이 폭락하면 빚을 낸 사람일수록 더 큰 타격을 입고 소비를 급격히 줄이는데, 이는 결국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미안 교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민간 부문의 소비를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며 “‘부채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 ‘소비 주도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를 낮춰 쉽게 돈을 빌려주고, 이를 통해 주택 구매 등 수요를 창출하려 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그는 “한국에서도 주거비ㆍ생활비가 높아지면서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들이 집을 더 쉽게 살 수 있어야 보육 서비스, 문화생활 등 다른 분야에 대한 소비가 늘어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은 어느 정도 성장을 하면 경제 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비를 늘리는데, 한국은 소비 대신 주택 구매 등 자산을 축적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 주택 공급 확대, 주택 관련 세금 부과 등을 꼽았다. 그는 “과도한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토지세ㆍ보유세 등 주택 관련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억제할 수 있다”면서도 “이런 세금엔 항상 반대가 있기 때문에, 그 세수를 젊은 층의 소득세 인하에 활용해서 소비 여력을 늘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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