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언젠가는 꼭 필연인가 싶을 정도로,
이러한 작품이 등장하고는 합니다.
회귀수선전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작가의 머리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략 그림은 그려집니다.
일곱 감정에 대비되는 등장인물들이 선협의 세계에서 활약을 그리는 것을
메인 주제로 삼고, 선협 장르의 여러 특징을 통합하는 설정을 만들어 낸 후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여기서부터 한국 장르계의 특징이 나타나는데,
이 소설을 쓴 작가는 제가 보기에 설정마니아가 분명합니다.
비교를 좀 해보겠습니다.
설정과 이야기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작품으로는
선협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범인수선전이 있고,
스토리에 보다 방점을 두는 케이스는
중국의 선협드라마가 있겠고, 이 쪽은 대부분 그러합니다.
범인수전전의 경우 워낙 방대한 스토리다 보니
설정 양도 상당한데, 이것은 스토리가 방대한 만큼 따라 오는 적절한 균형 상태라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제가 여러 번 추천했던 절대타경, 원제로는 대봉타경인의 경우
스토리 중심으로 배경 스토리를 포함한 설정의 양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주인공과 여러 등장인물과 사건이 얽힌 ...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이런 작품의 경우 선협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는 승급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요즘 인기 있는 웹툰 및 애니로 나온 '나혼자만레벨업'도 이런 류에 속합니다.
작품으로 치면, 좋은 작품의 대부분은 이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가 인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설정이 많다고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또 설정이 많거나 깊은 수준일 수록 마니아를 만들어 내기 좋습니다.
이것도 대표적 예를 들어 봅니다.
무한의마법사는 설정이 아주 과한 정도는 아니지만, 많은 편에 속하고,
그것을 이야기 속에 풀어 낼 때는 상당한 비중을 넣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 재미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적당한 흥행을 합니다.
(설정의 무거움을...아카데미 중심의 전개로 상쇄하는 전략을 씁니다)
문제는 작가가 이런 작품을 쓰려면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
그러니까 들인 공에 비해 성적은 따라주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럼에도 이야기 구조를 짜다 보면 그 자체로 작가에게 주는 만족감이 있는 경우가 있어서,
꾸준히 시도 되는 방법이고, 성공 케이스가 종종 나와 주고 있습니다.
중국 쪽에서 가장 흥행한...설정 마니아가 스토리까지 잘 쓴 케이스는
위와 같은 이유로 재미 이상의 평가를 받게 되는데,
작품의 제목은 바로 '신비의제왕'입니다.
방대한 설정은 스토리 전개에 많은 제약을 발생시킵니다.
이야기를 잘 꾸며내기 어렵다는 얘깁니다.
앞선 상상력이 뒤를 잇는 상상력을 제한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미 그런 작품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는
이야기 구조 자체가 워낙 깊이가 있어서 설정의 양이 그리 큰 비중이 아니지만,
여러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들이 재미의 한 축이 되어 줍니다.
설정이 재미로 이어지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작가가 이 설정의 중심컨셉을 어떻게 잘 잡는가 여부입니다.
전독시는 이런 중심 컨셉을 잘 잡았기 때문에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주는데 설정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신비의 제왕은 굉장히 방대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로 잘 풀어냈고,
이에 대비되는 한국 작품으로는 앞서 언급한 작품 외에 전생검신이 있습니다.
다양한 전설에서 모티브를 따온 에피소드,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회귀수선전의 방대한 설정은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상당히 넓고 깊은 설정을 갖고 있는데,
앞서 말했듯이 이야기의 시놉시스를 짠 후,
이야기를 풀어 나갈 컨셉을 잡고,
기존 선협의 영근이나 이런 기초적인 재료는
가져다 쓰되 (무협에서 구파일방 나오듯)
컨셉에 맞춘 한국형 설정으로 대대적으로 확장해 나갑니다.
월드 구성을 한 후 각 계의 디테일 설정을 할 때
한국신화 중국신화를 중심 컨셉에 맞추어 변형을 줍니다.
특히 한국형이라고 하는 이유는,
기존 중국 선협에서는 대략 넘어가는 부분을
굳이 해석해서, 분류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 작가가 봉신대겁에 대해 다루고,
그 이야기를 서유기까지 이어지게 할 때
마치 학자처럼 신을 창조형, 문명형...이런식으로 계통 분류를
하진 않는데,
한국 작가 중 일부는 여러 선협 작품에서 나온 특징을
아예 계통 분류를 해버리고, 나아가 각 계통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만드는 식으로,
정리하고 확장하곤 합니다. 이런 작가가 많지는 않은데,
유독 한국에서 재미있는 스토리로 만들어 내는 경우가
초반에 언급했듯이 필연인가 싶을 정도로 꾸준히 나타나고,
회귀수선전의 작가가 이러한 케이스입니다.
선협 설정 외에도 많은 전설에서 차용된 이야기를 정리하고 접목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무섭게 확장시켜 나갑니다. 그 확장 과정이 모두 이야기꺼리가 됩니다.
작품 내에서의 예를 들면,
초반에 천거현상으로 주인공은 경지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이것 때문에 많은 좌절을 하게 되며,
먼저 깨닫고 나중에 체화한다는 이론에 몰두하게 되는 이유가 됩니다.
(해법을 찾는 과정이 스토리에 녹아 들고, 해법 관련 된 인물과의 인연도 맺게 되는 식)
즉, 작가는 비승을 하는 과정의 계통 중 하나를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유형 하나로
정리해 버린 것이고, 이 말은 곧 다른 방법으로의 비승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실제로 작 중 고대 시대에는 수련 체계가 만들어지기 전의 원시 형태가 있습니다.
이것도 다른 예를 들면,
대봉타경인에서는 원시 수련 체계에 대한 언급이 몇 차례 나오지만,
구체적으로 스토리에서 디테일을 까진 않고 지나가듯 나오는데,
회귀수선전에서는 이마저도 자세히 설정한 후 풀어 버립니다.
고대에 이 수련 체계를 만든 이가 누구이고, 어떤 배경스토리가 있는지까지
모두 보여줍니다.
이야기가 좀 많이 길어졌는데요.
일반적인 리뷰와 달리 이 글은 회귀수선전이
설정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대개 설정 마니아의 작품은 흥행이 어렵고, 그 이유들을 따져보면
캐릭터의 서사를 중심으로 하는 것 보다 나은 점이 별로 없어 보임에도,
작가의 역량에 따라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 꾸준히 등장하는 원인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초반 전개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선협의 종합선물세트 1,2,3이 있다면 이 중 하나라고 할 정도로,
통합적이고 방대한 설정을 가진 작품이니,
전개 역시 초반을 벗어나면 많이 달라지고,
그 다음에는 또 전에 없던 이야기로 나아가고...
반복 되는 회귀 자체가 싫은 경우 외에는
읽고 후회할 것 같지 않은...
설정 마니아가 만든 나름 재미있는 선협(무협포함) 종합 확장 세트....
정도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모두 다 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