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용보험은 사각지대가 크다는 게 특징이라고 OECD는 지적합니다. 아래 표를 보면 고용보험 가입 노동자(insured workers)는 전체 노동 인구의 48%에 그칩니다. 절반 이상이 사각지대 입니다.
우선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지만 가입되지 않은 집단이 14% (effective gaps)입니다. 비정규직이거나 소규모 사업체 노동자들입니다. 제도적으로 가입 자체가 배제된 집단은 38% (institutional gaps)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와 플랫폼 노동자처럼 근로계약을 체결하진 않지만 사실상 근로자처럼 일하는 '노무 제공자'와 자영업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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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코로나19를 겪으며 고용보험 사각지대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낀 바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경기가 침체되자 자영업자들은 매출 감소로 폐업했고, 노무제공자들은 일감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이른바 '소득 절벽'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은 없었습니다.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의 혜택을 받을 수 없던 겁니다.
OECD는 "한국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실업이 빈번하다"(OECD Economic Surveys : Korea 2022) "근속기간이 매우 짧다" (OECD 2023 Benefit reforms for inclusive societies in Korea)며,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용보험의 또 다른 특징은 실업급여의 하한선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은 짧다는 점입니다.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는 기본적으로 '평균임금의 60%'를 기준으로 책정합니다. 평균임금은 실직 전 3개월 동안 받은 총급여를 그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입니다. 다만 이렇게 해서 나온 금액이 일정 기준 이하일 때는 '최저임금의 80%'를 기준으로 책정합니다. 이게 바로 하한액입니다.
아래 표는 실업급여를 받던 저임금 노동자가 최저임금 일자리로 복귀할 경우, 금전적 손해가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OECD 자료입니다. 한국은 100%가 넘습니다. 즉, 실업 상태일 때 소득이 최저임금 일자리로 복귀한 후 받은 세후 임금보다 많다는 의미입니다. 100%를 넘는 나라는 한국뿐입니다. 전문가들은 하한액이 최저임금에 연동돼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봅니다.

한국은 하한액이 높지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은 매우 짧은 편입니다.
아래 표는 실업 기간의 소득대체율의 변화를 분석한 표입니다. 소득대체율이란 일할 때 받던 소득 대비 실업급여의 비율을 말합니다. 세로변은 소득대체율, 가로변은 실업 기간입니다. 파란색 부분은 다른 OECD 국가들의 소득대체율 분포를 의미합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소득대체율은 실직한 지 8개월이 넘어갈 때 크게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후 계속해서 파란색 부분 아래쪽에 위치하게 됩니다. 8개월 이후부터는 소득대체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에 속합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실업급여 수급 기간이 최대 240일, 즉 8개월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일본과 프랑스는 더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의 실업급여가 유지되는 모습입니다.
똑같이 1년간 고용보험에 가입했다고 가정할 경우, 한국은 수급 기간이 5개월인데 반해 독일과 이탈리아, 영국 등은 6개월, 아일랜드와 스웨덴, 핀란드, 프랑스 등은 10개월이 넘습니다.
OECD 통계로 볼 때, 한국의 실업급여 제도는 하한액이 높지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크고, 수급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전반적으로 소득대체율이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한액은 저임금 노동자 생계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현재 주 40시간 일하는 최저임금 노동자는 한 달 실업급여로 180만 원가량을 받습니다. 하한액을 적용받기 때문입니다.
하한액이 폐지될 경우엔 평균임금의 60%가 적용돼 120만 원 정도로 실업급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시가 조사한 2021년 1인 가구 월평균 생활비 161만 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특히 자녀가 있는 2인 이상 가구의 경우에는 구직 활동은커녕 생계 유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