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끔씩 사무실에 도넛을 사갑니다. 팀장으로서 직원 사기 진작은 표면적인 이유고, 아침 사무실에서 저 혼자 도넛을 우적우적 먹으면 사람들이 보고 뭐라 할 것 같으니까 팀원 모두가 우적우적 먹게 만들면 되겠다는 것이 실질적인 이유입니다.
그래서 2025년의 첫 불량식품을 사러 출근길에 있는 크리스피 크림 도넛 가게에 갔습니다.

늘 사던 오리지널 글레이즈드 (설탕 피막을 입힌 그 도넛)가 식상했기 때문에 어소티드(assorted, 모둠) 12개 들이 박스를 달라고 했습니다. 어소티드에서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으면 직원이 알아서 다양하게 넣어 줍니다. 아니면 제가 개별로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직원이 저에게 질문합니다. "2불 더 내고 오리지널 글레이즈드 12개 들이 더 받을래?" 제 대답은 "어휴, 당연하지!" 그래서 원래 팀원들과 12개만 나눠 먹으려던 계획이 칼로리 두배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계산할 때 보니 그런 쿠폰이 뿌려졌었나 봅니다. 저는 쿠폰이 있는줄도 몰랐는데 직원이 알아서 쿠폰 코드를 적용해 주어서 알았습니다. 감사 감사.
그 직원이 오리지널 글레이즈드는 뜨거운것으로 넣어줄까? 하고 물어봐서 그것도 예스 했습니다. 매대 뒤에 있는 라인에 흐르고 있는 제품에서 12개 훔쳐서 박스에 넣어 줬습니다.

게다가 그 직원은 다른 직원이 도넛을 박스에 넣고 있는 동안 저에게 "기다리는 동안 따뜻한 공짜 도넛 하나 먹을래?"라고 물어봅니다.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직원이 라인에서 한개 집어서, 저에게 주려고 냅킨을 찾는 동안 저는 급한 마음에 맨손을 내밀어서 받았습니다. 손에 도넛 설탕 피막 좀 묻는 것이 대수입니까? 공짜라는데요. 사실 이 집은 방문해서 사가는 고객에게 라인에서 공짜 도넛을 하나 주곤 합니다. 아침에 돌아가는 라인 가동이 종료된 후에도 공짜 도넛을 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출근시간에만 가거든요.
이 매장은 저 말고 다른 손님이 매장에 있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새벽부터 도넛 집에 앉아서 커피와 도넛을 먹으면서 재잘거릴 사람들이 있기야 하겠습니까만은.


다들 아시겠지만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발효 반죽이라는 독보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도넛 모양을 만든 후 발효시켜서 빵처럼 부풀린 후에 튀기기 때문에 도넛 속이 부드럽습니다. 매장에 있는 도넛 발효실을 찍은 사진 두장을 붙여봤는데, 오른쪽이 발효실에 들어가는 도넛 반죽이고, 왼쪽이 발효실에서 나오는 도넛입니다. 발효로 부풀면서 중간 구멍이 작아진 것을 볼 수 있지요.

이 매장은 대로변에 있고, 매장 창문에는 3면에 아래 사진의 붉은 네온사인이 있습니다.

위 사진은 노출이 맞지 않아서 흰색처럼 나왔는데, 붉은색 맞습니다.

이 불이 켜져있는 동안은 도넛 라인이 돌고 있다는 뜻입니다. 계산을 기다리는 동안 저처럼 라인에서 갓 나온 도넛 한개를 공짜로 받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무실에 가지고 간 도넛은 절찬리에 팔렸습니다. 다 큰 어른들이라도 불량식품은 참을 수 없지요. 1인당 두 개씩 먹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1인당 하나였으나 재치있는 점원이 12개 한박스를 더 파는 바람에...
하지만 두 박스가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박스를 열은 지 1시간이 지난 후 24개 중에 이것 두 개만 남았습니다.

도넛을 여러번 사 갔던 저의 빅데이터에 따르면 사진 위쪽의 스프링클드(sprinkled)가 가장 비인기 도넛입니다. 가장 마지막까지 남습니다.
스프링클드의 비인기는 제 팀만의 특징이 아닙니다. 우연히도 다른 팀은 협력업체에서 회의를 하러 방문하면서 도넛을 사 온 모양입니다. 남은 도넛을 탕비실에 가지고 왔습니다.

그 팀홀튼 도넛도 시간이 조금 지난 후 마지막에 남은 도넛은 이것입니다.

항상 하루하루라뇨. 집사람이 제가 클리앙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가는 "당신 게시물을 봤는데, 또 먹었어요?" 할겁니다. 하하.
나중에 저를 모델로 한 드라마가 나오면 옛날에 클리앙에서 봤다고 유튜브 댓글에 적어 주십시오.
던킨이나 팀홀튼의 케이크 반죽 도넛과 뚜렷하게 다른 맛이지요. 제 팀원들도 크리스피 크림을 팀홀튼보다 좋아하더군요.
이가 녹을듯한 푹신함과 달콤함.
^^ 행복이느껴집니다
드라이브 쓰루로 간편하게 창구에 돈을 내고 한박스 받아오는 것은 빠르고 편하긴 하지만, 매장에 들어가서 직원하고 이야기하면서 "오늘 저녁에 눈이 온다면서,"등의 이야기를 곁다리로 하는 것은 제가 회사에서 성과창출기 X호 로만 대접받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맞군 하는 느낌을 줘서 행복해집니다.
아 그건 케이크인가요..?
갑자기 도넛이 먹고싶어졌어요...
커피라고 하시니, 저도 저 날 도넛 12개들이 두박스를 사면서 제가 먹을 블랙커피도 같이 사서 왔습니다.
I would like to have one medium coffee라고 하면 미국에서 기본형인 뜨거운 블랙 드립 커피를 줍니다. 블랙이라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되고, 다들 안 하지만 굳이 명확히 하고 싶다면 문장 뒤에 , black. 이라고 덧붙이면 되고요.
고딩때 학원 앞에 저게 있었어서 학원가는길에 빨간불 켜져있음 받아서 야무지게 잘먹었습니다..
은마사거리에 있는 크리스피 도넛이 이런 매장이라 좋았었는데 ㅠ_ㅠ
와~ 너무 달았...
그래도 도넛 자체는 맛있었어요.
이후로는 언갔지요.
저도 기억나네요. 요즘은 직접 만드는 매장을 찾아보기가 어려운듯
저도 이 도넛 좋아해서 서울에 매장 생겼을때 가끔 갔는데 네온사인 불 들어와있을때 줄서서 기다리다가 따끈한 도넛 시식했던 기억이 나네요. 명절에 고향갈때 고속터미널 매장에서 꼭 두박스 포장해서 가곤했습니다. ㅎ
20년전쯤 미국에 장기 출장 갔다가 회사 근처 매장(LA)에서 아침에 가면 1.99불에 (이렇게 싸다고 하면서 )커피 + 도넛 2개를 가끔 먹곤 했는데 요즘엔 얼마인가요? 작년에 아버지 모시고 오랜만에 미국 갔다가 오른 물가에 깜놀했습니다.
지금은 스타벅스 있는 고속터미널 그 매장이려나요? 정말 추억인데 없어진게 가끔 정말 아쉽더라고요 ㅠㅠ 그 동네 주변에 크리스피 크림이 전무하거든요..
창문에 네온사인 걸고 도넛 기계 돌리던 첫 방문 매장은 명동에서 가본거 같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네요.
그나저나 얼마전에 쿠팡? 인가에서 와이프가 주문해줘서 한번 먹어봤는데 옛날 그시절 맛이 안나더라구요.
도넛가게는 보통 새벽에 오픈해서 오전에 소진하고 끝내는 식인데 새벽에 가면 갓 만든 환상적인 도넛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구요
게다가 도넛 홀 같은 덤은 보너스죠
크리스피 크림을 포함해서 다른 도넛 집들은 제각각이고요. 크리스피 크림은 웬지 직영인 듯한 느낌이고요.
제 동네에도 새벽에 오픈하는 다른 동네 도넛집이 있는데, 그 집도 아침 늦게 가면 인기 도넛 종류는 매진되어 없지요. 제가 가는 그 집은 본점(이자 공장)은 낡은 건물인데, 본점에는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아침부터 오셔서 카운터석에 앉아 신문(!)을 펼쳐들고 커피와 도넛을 드시고 계십니다.
텍사스는 도넛 홀이 보너스라니 부럽네요.
거기 매장 단골이어서 그립네요.
언제나 느끼는 바 입니다만,
훌륭한 한국어 문장을 구사하시는 점에
다시금 감탄하였습니다.
저의 메모를 살짝 공개합니다.
"자동차 전문가, 한국어 문장가, 꿀팁 마스터, 미국 어르신"
1) 속에 커스터드 크림 채워넣은 도넛 : 항상 부동의 1위입니다
2) 더블 초코렛 (초코렛 반죽 도넛 위에 녹인 초코렛 씌운 것)
2위 동점) 스프링클인데 빨강, 청색, 흰색이 뿌려진 것 (미국 독립기념일 특제인데, 링크하신 동영상에서 언급하는 그 종류)
3) 핑크 프로스팅 위에 스프링클 뿌린 것 (본문 중 밑에서 세번째 사진에 남은 그것)
감사합니다. 일하기 싫었던 월요일 아침의 감정이 몽글몽글 해졌습니다.
오래전 공짜 도넛 받아 먹으며 기다리다 사먹었던 기억도 새록 새록 ㅎㅎ
덕분에 달달하게 하루 시작해봅니다 ^^
챙피했지만 배고팠기에 항상 여자친구와 사는 척 줄을 서고 고르다가 그냥 공짜 도넛만 먹고 나갔었습니다.
많이 달고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공복에 하나 먹으면 달달하니 좋았죠.
코엑스 한 귀퉁이에 크리스피가 있길래, 아이 도넛 하나 사주면서 커피도 같이사서 와이프에게 이 이야길 했더니
표정이 구겨지더군요.
그 때 여자친구는 와이프가 아니었단건 좀 늦게 깨달았습니다.
크리스피 간판 빨간불이 커지면 도넛 하나씩 주던게 생각 나내요 ^^
그냥 서 있으면 도넛 한두개씩 그냥 주고 박스 사면 더 주고...
그런데, 이걸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다 사라졌어요.
미국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고, 미국 자주 가보지만 아직 사람이 응대해주는 기분좋음이 남아있기도 하더라구요
제가 사는 미국 시골에서 부작용이 적은 이유는 이 동네는 도보 유동인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교통도 아주 드물게 다니기 때문에 차가 없으면 이 도넛 가게에 올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장 내에 앉아서 먹는 손님이 적은 단점이 있지만, 할일 없이 배회하는 사람이 방문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생겼습니다.
이제 한국은 아예 매장에서 안굽고 어디 공장에서 가져다가 팔더라고요
일상같은 일상을 나누는 편안한 글 본지가 언젠지 ..
그렇지만 일상 생활에서 사람 사이에 나누는 이야기 (입을 통한 이야기 및 글을 통한 이야기)와 미소가 가져오는 삶의 활력도 외면할 수 없지요.
가끔 자꾸 앞으로 돌아가서 한번 더 읽게 만드는 글도 있는데.. 아침부터 사람 사는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글이 참 반갑습니다!
9:00에 있는 상점 구성도를 보니 상점 내부 배치도까지도 제가 가는 상점과 일치하네요. 유튜브 영상에 나온 저 표준 상점 설계로 풀빵을 찍듯이 상점을 짓는 모양입니다.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바나나 우유 240ml의 당류가 27g이고, 크리스피 크림 도넛 1개의 당류가 10g이군요. 1/3이라는 말씀이 거의 맞네요.
바나나 우유 영양정보 : https://www.bing.co.kr/product/detail?PDT=123
도넛 영양정보 : https://s3.amazonaws.com/kkd-e1-images.kktestkitchen.com/ecomm/nutrition/11005-nutrition.pdf
그래서 제 팀원들이 도넛 두 개를 삽시간에 먹었던 것이군요. 다음에는 세 개씩 돌아가도록 사가야겠네요.
친구가 이거 진짜 맛있다며 먹어보자고 해서
줄 서서 기다리는데..
도넛 퍽퍽하고 기름지고 왜 먹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별로 안 내켰거든요
방금 만든거라며 하나 주길래 한 입 먹어봤는데
천국의 맛인가.. 싶을 정도였어요 ㅋㅋㅋㅋ
와.. 감탄하면서 먹고
먹어본 모든 음식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맛있더라구요
요즘 마트에 파는건 그 맛이 안나서 슬픕니다 ㅠㅠ
다만 만든지 몇 시간이 지나면 도넛 표면 설탕층이 공기중의 수분과 도넛 내부의 수분을 흡수해서 감촉이 저하됩니다. 끈적함이 생기지요.
그 때 그날
친구와 같이 줄 섰던 그 자리가 생생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행복한 맛이었어요 ㅎ
그립네요
오늘 마트에서 사서 딸래미랑 먹어야겠어요 ㅎㅎ
좋은 글 갑사합니다 !
근데 점심시간에 햄버거는 왜 시켜먹는겨?
제 회사도 누군가 마트에서 파는 공장제 도넛을 가지고 오면 그런 것은 인기가 없어서 퇴근 때까지 도넛이 남아있기도 합니다.
군생활 하다 휴가 차 나와서 신촌에서 처음 먹어본 크리스피 도넛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느낌에
작은상자 하나를 혼자서 다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고 휴가 때 마다 즐겨먹었지만 이젠 너무 달다는 느낌 때문에 손이 잘 가질 않네요.
물론 한번 맛보면 두어개는 쉽게 먹을 수 있을 것 같긴합니다.
재밌는 글 잘봤습니다~! ^^
오늘은 왠지 도넛 사먹고 싶은 기분이 드네요
그땐 온 몸이 팔팔해서 입가심으로 디저트 도넛 12개도 가뿐했는데 말이죠 ㅠㅠ
식었을 때는 크리스피가 더 말랑 쫀득이 유지된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는 맛볼 수 없다는게 아쉽네여
그리고 제 글을 읽고 공감해주신 77분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를 보내시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