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로 유명한 천명관 작가의 영화 감독 데뷔작이 <뜨거운 피>였습니다. 평단의 평가나 관객의 호응도 모두 미지근한 작품이었죠. 웨이브 ott에 올라왔을 때 그래도 볼 마음을 가졌던건 25개국에 해외 수출된 원작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을겁니다. 큰 기대없이 본 <뜨거운 피>의 느낌은 이랬습니다. 뭔 말인지는 알겠는데 이걸 이렇게밖에 못 보여주나?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관계도를 너무 난잡하게 벌려놓고 절정으로 치닫는 전개와 구성이 좀 뜬금없이 느껴지더군요. 그래도 감독이 보여주고자 한 느와르적 세계관은 꽤나 준수하게 남아서 더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뜨거운 피:디 오리지널>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동일한 ott에 올라왔습니다. 전작보다 21분이 늘었는데 장면을 빼서 그렇게 산만했나?싶은 마음으로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뜨거운 피:디 오리지널>은 기존 영화에 삭제 장면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상영시간을 늘린 영화가 아닙니다. 감독이 아예 전작에서 부족한 구성을 거의 재편집에 가깝게 작업하였고, 전작에 없던 나레이션을 통해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적 관계망을 관객들이 좀더 편하게 이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음악과 음향까지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렇게 새롭게 재탄생한 영화는 전작의 느슨하고 산만한 전개에서 꽤 몰입감 있는 빌드업을 가능하게 하고 후반부 절정의 감정적 파고가 좀더 구체적으로 관객에게 전달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저는 새롭게 리뉴얼된 <뜨거운 피:디 오리지널>이라면 추천할만한 한국 느와르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영화<친구>이후로 한국 조폭 느와르 계보에서 부산성의 명맥이 새롭게 일신되는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편집'이 한 영화를 얼마나 다르게 만들 수 있는 것인지를 목도하게 된 건 이번 관람 경험의 가외소득이었습니다.(영화 전공 지망생들은 이 두 편을 교재로 삼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작가적 야심과 상업적 선택의 간극 속에서 분투하는 감독의 고심이 함께 읽혀졌는데, 두 영화가 그 양극단에 있다기에는 <뜨거운 피:디 오리지널>의 상업적 만듦새는 분명하게 차별화됩니다. 영화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찾아 읽는 영화애호가시라면 <뜨거운 피>와 <뜨거운 피:디 오리지널>의 순서로 관람을 추천드리고, 그런거 난 잘 모르겠다 싶은 분들은 <뜨거운 피:디 오리지널>을 권해드립니다. 웨이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뜨거운 피도 그런가 보군요. 오늘 밤에 봐야겠네요. 추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