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최근 대만 경제는 반도체로 잘나가고 있지 않나.
“대만이 반도체 산업에서 최고 경쟁력을 갖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만의 전체 산업 구조를 놓고 보면 마치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다 넣은 것’ 같은 불안정한 상황이라 문제다. 반도체 산업이 대만 경제에서 워낙 큰 비율을 차지하는 만큼, 반도체 업황에 따라 대만 경제의 진폭이 클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더 나은 AI를 구현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이는 당분간 대만 경제에 청신호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의 전성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언젠가는 대만의 ‘최고 무기’가 제힘을 발휘하지 못할 순간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대만의 ‘반도체 의존’ 대안은 뭔가.
“산업 구조를 다각화하는 것이다. ‘반도체 일변도’의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만은 반도체 외에도 정보 통신 기술(ICT), 화학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 이런 분야에서 제2의 TSMC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현재 대만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붐’이 끝난 뒤에도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넥스트 반도체(다음 먹거리)’를 찾는 게 필수다. 쉽지는 않겠지만 대만 정부와 산업계는 모두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동감하고 고민하고 있다.”
(중략)
-대만 경제의 내부적 문제를 꼽자면.
“낮은 청년 임금과 저출산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대만 대졸자의 첫 월급(2022년도 초임 인원 임금 통계)은 3만1000대만달러(약 135만원)로, 한국(2022년 대졸자 초임 평균 284만7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같은 해 대만의 합계출산율도 0.89명을 기록하는 등 한국(0.78명)과 비슷한 처지다. 대만 청년들은 임금은 낮은데, 집값은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점점 결혼과 출산을 외면하고 있다. 대만 내에서는 청년들의 낮은 임금이 저출산 현상을 더 악화시킨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 다각화, 중국 의존도 탈피 같은 문제도 중요하지만, 대만의 미래 생산력과 직결된 저출산은 훨씬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