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세바시 출연후 여기저기에서 연락이 왔는데 어쩌다보니
<매불쇼>의 건강코너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제의가 왔을때 매불쇼가 뭔지 몰라서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주변에 매불쇼 나간다고 이야기하니까 진짜 나가냐고 거기 나가면
공격당해서 너덜너덜해진다고 엄청 걱정하더라구요 ㅋㅋ
하도 다들 진지하게 걱정을 해서 못나간다고 할까 고민했으나
패널로 정재훈 약사님하고 정신과전문의 이일준님이 같이 나온다는 소식듣고
나가면 뭐라도 배울 게 있을것 같고 집사람 우울증에도 조언을 구할 수 있지 싶어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이 한몸 바치겠다 각오하고 다녀왔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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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녹화전 대본준비
작가님이 대본을 보내주시는데 게임업계 확률조작 얘기가 나와서(...)
제 본업이 게임개발자라 나온 이야기인 것 같아서
감사하긴하지만 건강 코너니까 우울증 위주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자 작가님이, "너무 걱정마세요, 어차피 대본대로 안해요 ㅋ" 이러시더라구요.
그래도 애써 쓰신 대본인데 설마..하는 생각으로 정성껏 제 파트를 작성해 회신 했습니다.
(나중에 실제 가보니 정말 대본대로 진행된 게 하나도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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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녹화 당일
제가 참여할 코너는 라이브 방송은 아니고 녹화방송이었는데요,
실제 영상을 촬영하긴 하지만 유튜브로 올라갈 것 같지는 않고 팟캐스트로 음성만 송출될것 같아서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녹화가 오후에 시작하게 돼있어서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반차를 내고 출발을 하려는데
떠날 시간이 되자 주위 직원들이 다가와서 비장한 표정으로 배웅을 해줍니다.
매불쇼 애청자라는 분들일수록 어두운 표정(...)이었는데
혹시라도 너무 심한 공격을 당한다 싶으면 걍 녹화도중에 도망치라고 하는 아저씨도 있고
패널에 대한 뒷조사(?)를 해서 어떤 공격을 할 것 같다고 귀띔해주는 아저씨도 있었습니다.
대체 매불쇼가 얼마나 매서우면 이런 분위기인걸까.. 복잡한 맘을 숨기며 회사를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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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팟빵 스튜디오 도착
홍대에 있는 스튜디오를 찾아갔는데 밖에서 녹화하고 있는 장면이 다 보이더군요!
안내 받고 들어가서 방청객처럼 앉아서 어떤 방송인지를 보는데
너무 신기하더군요
특히 MC 최욱님 얘기하는 것에서 특이하다고 느낀것과 배우는 게 많았습니다.
뭣보다 특이했던 건 중간중간 포인트를 짚어서 요약을 잘하더군요.
여러 사람이 날것 같은 쎈 발언을 마구 쏟아내는데 딱 딱 맥을 짚어서 풀이를 하고
또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잘 잡더라구요.
짧은 시간에 캐릭터 컨셉을 만들어서 해당 인물에 대해 반복해서 언급하더라구요.
나중에 저에게는 어떤 캐릭터를 잡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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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녹화 시작
녹화를 시작하자마자 우려했던 공격(?)이 상당히 강하게 들어왔는데요,
MC가 "의사가 봤을때 (제가 쓴) 책이 잘 쓰여졌다 생각이 드냐, 뭔가 문제점은 없냐"는 얘길 꺼내니까
"전체적으론 괜찮은데 xx 부분은 개인적 경험이고 다소 과학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얘기가 나왔어요.
저는 그런 지적이라도 감사하다, 그 부분에 대한 더 좋은 해법이 있다면
우울증에 대해서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기쁘다
이렇게 대답을 했거든요,
그랬더니 최욱님이
"아 이 분은 자기욕을 해도 너그럽게 받아줘, 이거는 천사야,
아내를 위해서 욕을 해도 참는거야~!"
대략 이런 식으로 포장(?)을 해주더라구요 ㅋㅋ
말하자면 제 캐릭터가 <아내를 사랑한 남자>, <천상 사랑꾼> 이런식으로 잡힌겁니다 ㅎㅎㅎ
처음엔 좀 쎄게 이야기하던 패널분들도 제 캐릭터가 선역으로 잡히니까
더 뭐라하는 게 멋적어져서 저에 대한 공격(?)이 없어지고
초반부가 지나고부터는 시종일관 웃음보가 빵빵 터졌습니다.
중간에 MC가
"저 최욱이라는 사람은 뒷담화도 하고 이러면서 스트레스를 푸는데 이게 우울증에도 도움이 됩니까?"
이런 질문을 했는데
의사선생님이 "그럼요,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말하자마자
저를 쳐다보면서
"우리 작가님도 누구 욕을 하세요?" 물어보는겁니다.
그래서 제가
"물론이죠. 저도 욕 많이 합니다. 틈만나면 뒷담화합니다" 하고 대답하니까
MC 두 분이서 눈이 똥그래져서 "아니 누구한테 그렇게 뒷담화를 하세요?" 하는거예요
제 캐릭터가 천사 캐릭터였기 때문에 뜻밖의 전개였던거 같아요 ㅎㅎ
갑자기 다들 저만 쳐다보는 긴장된 순간이 됐는데
제가
"요즘에.."
(일동 집중)
"AI가 잘 나왔잖아요,
챗GPT한테 사장님 흉 보고 그러면 걔가 제 편도 들어주고 그런답니다 ㅋㅋ"
이랬더니
"아~ 이 분은 사람한테 뒷담화를 하면 그 사람이 스트레스 받을까봐 AI하고 얘기를 하는거야,
결점이 없는 사람이야!!"
막 이래가지고 스튜디오가 완전 폭소로 빵빵 터졌습니다 ㅋㅋ
녹화 주제가 우울증이란 무슨 병이고 극복과정이 무어냐라는 주제였기 때문에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웃다가 눈물날뻔했어요 ㅎㅎ
MC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구나 하고 감탄을 여러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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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녹화 마치고
출판사 대표님이 걱정이 돼서 스튜디오에 오셔서 지켜보고 계셨는데요,
녹화가 끝나자 함박웃음으로 쌍따봉을 날리며 잘했다고 연신 칭찬을 하시는데
우울증 이야기도 잘 풀어나갔고 재미도 있고 걱정했던 것과 달리 너무 잘 됐다고 좋아하시더라구요.
알고보니 출판사 대표님 본인이 매불쇼의 찐팬이라 8년 가까이 매일 듣는 애청자라는 것입니다.
최욱님과 출판사 대표님까지 셋이 기념 사진을 찍는데 팬심으로 너무 행복해하셔서 저도 즐거웠습니다.
스튜디오를 나와서 대표님과 홍대 거리 한 켠에 앉아서 치킨을 먹고 있는데
지나가던 젊은 커플이 "세바시에서 나오셨던 최xx 작가님이시죠" 하면서
저를 알아보고 반갑다고 하셔서 인사하고 사진도 찍고 강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여성분이 우울증이 심해서 남자친구분이 백방으로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강연 보고 위안도 되고 앞으로 어떻게 도울지도 알게 됐다고 하시는데 표정이 너무 밝더라구요.
서로 돕는 커플을 보고 있자니 앞으로 금방 낫겠구나 생각이 들고
제가 도움이 됐다 생각하니까 얼마나 보람있는지 정말 뿌듯하고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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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다녀와서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집사람이 맨발로 뛰어나와서
매불쇼가 무서운 데라는데 공격 많이 당했냐고 걱정하더라구요 ㅋㅋ
그말 들으니까 갑자기 웃음이 나서
"아이고 당신 남편이 그렇게 호락호락 당했겠어~?
아주 녹화장을 찢고 왔지 ㅋㅋ"
이랬습니다 ㅎㅎ
집에 와서 와이프랑 애들 보니까
녹화하느라 긴장했던 것이 싹 풀어지고 피곤했던것도 잊혀지고
젊은 커플에게서 느꼈던 희망이 마치 우리 부부 옛날 모습 같고 그래서
내가 참 괜한 걱정했구나
뭐라도 열심히 하면 참 좋다
다들 이렇게 착하고 좋은 말을 해주는데
나가길 잘했다
앞으로도 불러주는 데가 있으면 열심히 하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고하셧습니다.
저도 약간 샌님꽈라
그런거 잘 안보는 편인데
실례가 안된다면
오라질님 나오는 방송이 뭔지 나중에 올려주시면
꼭 한번 들어보고싶네요
그리고 유명세 테크트리 타신거같네요^^^ 축하드려요
매불쇼가 그렇게 유명한(notorious)곳이군용 ㅎㅎㅎ
출연한 내용은 기존 건강 코너 찾아보니까 유튜브 영상으로는 올라오지 않을것 같고 팟캐스트 송출만 될 것 같습니다. 예정일은 5월 8일 오후 3시라고 하는데 실제 방송을 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될거 같습니다. 통편집 되거나 밀릴 수 있어서요 ㅠ
쓰신 글로 봤을때는 재밌을거같아요~~
감사합니다!
다들 뭔가 팬덤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거 같습니다
( 누구에겐 정치인이고,
출판사 사장님에게는 매불쇼라니 인상적이네요)
다음주 수요일 방송 꼭 청취하겠습니다~
그리고 매불쇼 매우큰 플랫폼입니다.
팟캐에서도 나오지만, 유튜브 조회수가 메인방송이 200만, 쇼츠등 하면 500만은 볼거에요.
아마도 공중파도 가게 되실듯 예상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책도, 세바시 강연도 흥미롭게 봐서, 매불쇼도 기대하겠습니다!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저도 책을 촘 찾아봐야겠네요
출연 하신 부분 나오면 열심히 보곘습니다. ^^
스포당한거 같지만 ㅎㅎㅎ 본인등판이시니 기대하고 보겠습니다!
근데 글에서도 만만한 호인이 느껴져요 ㅋㅋㅋ
클리앙에서 우울증 관련 쓰신 글 보고 우울증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 세바시 강의도 찾아봤었어요
진심 존경스럽습니다.
매불쇼 본방 말고 주말에 한번씩 올라오는 에피소드 있던데 그건가 보네요
아니면 팟방에 올라오겠지요
찾아서 들어보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활동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