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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총선 직후에 제가 남긴 글입니다.
저는 그 때 정의당이 예상외로 의석수를 건지고, 심상정 본인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데 성공했으나 21대를 끝으로 정의당의 생명은 거의 꺼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 이유를 4년 전에는 자세히 밝히진 않았고 심상정 말고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한 사람들이 함량미달이라는 내용만 적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다시 읽어보니 이들이 왜 함량미달인지도 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시계를 4년 전에서 더 앞으로 돌려서 2017년 정의당 당대표 선거 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때 1차 투표에서 노회찬 후보가 43%의 지지율을 얻어 넉넉히 1위로 결선 투표에 진출합니다.
그러나 결선 투표에서 심상정이 사실상 1차투표 때 노회찬 후보를 지지한 득표 정도를 제외하고 모조리 쓸어가면서 결선 투표에서 역전하여 당대표가 되죠.
이 때 심상정은 소위 그 잘난 페미니스트들과 손을 잡고 자신의 지지 기반으로 편입시킵니다. 이건 마땅히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질 않네요. 심상정이 페미 진영을 지지기반으로 편입했던, 페미들이 심상정을 얼굴 마담으로 내세웠던 뭐 큰 차이는 없습니다. 중요한건 심상정은 저 당대표 선거 때만해도 본인 역량만으로는 노회찬을 뛰어넘을 수 없었고 페미들과 손 잡는 승부수를 통해 당권을 거머쥐게 된다는 것이죠.
그 이후 물밀듯이 들어온 페미 진영 정치인들이야 입에 담기도 싫고,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눈에 들어오는게 싫으실테니 넘어가겠습니다. 문제는 페미진영이 심상정을 앞세워 힘을 휘두르는 동안 나머지 흐름은 그 명맥에 치명타를 맞습니다. 가장 큰 치명타를 맞은건 참여계일테고요. 노동계도 상대적으로 확 밀리게 됩니다.
그 동안 민주당 지지자들이 지역구는 민주당 찍어도 비례는 정의당을 찍었던 이유는 페미 때문이 아닙니다. 필드에서 민주당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유시민, 노회찬 등 결코 국민들 위에서 군림하는 정치인이 아닌 국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상태 혹은 가장 낮은 자세를 취하면서도 진보 진영 발전을 이뤄내는 희망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심상정 당대표 - 노회찬 의원 사망 - 21대 총선 이후로 정의당에서 그런 색채가 보이던가요? 혹자는 말합니다. 니가 관심 없어서 안본거지 다 하고 있었거든?
응 그게 늬들 수준이야..라고 대답해주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딱히 뭐 유시민에, 노회찬에 뭐가 꽂혀서 그들 행보를 일일이 찾아봤던게 아닙니다. 살다보니까 그들이 언제부턴가 우리 곁에 있었던 겁니다. 그러다보니 이 사람들 진국이네? 이 사람들은 진짜 믿을 수 있는 정치인이네? 하면서 응원하고 지지하고, 지켜봤던겁니다.
오히려 정의당에서 비례대표로 금뱃지를 달았던 사람 대부분은 믿고, 지켜보고 싶게 만들기 보다는 눈쌀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혹자는 여기서 또 한 수 거들지 모르겠습니다. "아닌데? 걔네들도 할 일 잘 했는데? 니가 그냥 페미가 싫어서 헛소리 하는건데?"라고 말이죠.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치라 할지라도 대중과 국민의 요구를 벗어나 뜬구름 잡는 소리 해봤자 눈길 안간다"라고 말이죠.
그 결과가 녹색정의당 0석입니다. 관심도 없었지만 사는 동네에 현수막 붙어서 지나가다가 한 번 읽어는 봤습니다. 노란 바탕에 첫 글자부터 기후 어쩌고 나와 있더군요.
진짜 감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기후가 안중요하다는건 아닌데, 유권자 대부분은 기후가 박살나고 지구온난화 때문에 미래가 위협 받는 것보다 당장 다음 달 이자 나갈 걱정인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이렇게 대중과 국민과 유권자의 마음을 몰라주는 정당이 어찌 지지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도망가는 겁니다.
성현 정의당 혁신위원 "혁신위는 심상정 책임 면피용... 사실상 실패"
근데 핵심은 페미건 나발이건 간에 민주당과 결별선언한다고 하고 사실상 자유당 2중대 놀이를 했던 것에 있습니다. 걔들이 페미를 하건 환경을 하건 아무 상관 없었어요. 중요한 것은 민주당과 얼마나 연대하여 일을 할 수 있느냐 였죠.
단지 이번 난장판에 선두에 섰던 것이 페미 한다는 애들이었던 것이고, 그 애들이 적극적으로 조중동이며 자유당 애들하고 온갖 친한척은 다하고 다녔다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그동안 민주당도 찍고 정의당도 찍어줬던 사람들의 마음을 잃을 수 밖에 없지요. 솔직히 우리 같이 커뮤니티와서 정치뉴스 매일 보는 사람들 아니면, 정의당에서 페미한테 1순위를 주든 당대표를 시키든 관심없어요.
그냥 하는 행동이 어디랑 가깝게 지내고 어디를 비난하는지만 볼 뿐이죠. 커뮤니티 여론은 그걸 세세히 보니까 페미 노래 부르던 애들이 문제였다고 하지만, 이번 정의당의 궤멸은 사람들이 느끼기에 정의당이 자유당과 잘 논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