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연예인 관련 학폭 이슈가 뉴스에 나오길래 저도 최근 경험을 하나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학창시절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날 정도로 나이가 먹어가니 학폭은 남의 일 같은 느낌이었는데 자식이 생기니 이게 다시 나의 고민이 되어버리네요. 아이는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외국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인 또는 한국계 외국인들이 그래도 꽤 있는 지역이라 학교를 보내면 한국말을 하는 아이들이 한 학년마다 조금씩은 있어요.
여튼 학교를 보내놨는데.. 언제부터 학교가기 싫어하더라고요. 그냥 학교라는 곳이 원래 재미있지 않으니 그러려니 했어요. 어느 날 한국인인 학교 친구네 집에 놀러 갔더니 그 집 아이도 학교 가기 싫어한다고 하더라구요. 알고보니 다른 한국 아이 한명이 아이들에게 명령을 하고 마음대로 안되면 무서운 말로 협박한다는거였습니다. 그래서 너무 무서워서 학교에 안가고 싶고 했습니다. 알고보니 저희 애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다 설명하기 힘든 이러저러한 일들이 지나고.. 그 친구들에게 무서운 말을 하는 집 아이 아빠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아이들이 지금 어려서 그럴수도 있으니 크면 다시 친하게 지낼수도 있으니 부모끼리 마음 상하는 일 없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와이프들 잘 설득하고 별 일 아닌걸로 하고 넘어가자고.. 저희 아이는 새학년에는 최대한 마주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수업 시작 시간에 맞춰서 학교 데려다주고 방과후수업도 안듣고 그러면서 나아졌거든요. 그냥 그 일 이후로 친구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저희 아이에게 알려주려고 노력 중이었습니다.
근데 지금 상황이 웃기게 돌아갑니다. 그 집 부모들이 저희를 못 본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기들이 따돌림(?) 같은걸 당해서 피해자라고 주변에 얘기한걸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이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길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이런 일이 있었는지 다른 사람들은 모르거든요. 그 얘기를 처음 들은 사람들은 이제 저희가 가해자인 줄 알겠죠. 그 집 부모들은 이제 저희를 봐도 못 본척 지나가고 자기 아이에게는 한국 친구 몇명(우리 아이 포함)이랑은 놀지 말라고 얘기했더군요.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상황이죠.
재미있는건 그 집 아이가 우리 아이에게 사과하고 같이 놀고 싶어 합니다. 근데 그 집 부모가 놀지말라고 했으니 눈치보고 그 집 부모가 없을 때만 우리 애한테 오는거 같습니다. 저는 따로 놀지 말라고 얘기를 안해서 그 집 아이가 말걸고 그러면 가끔씩 저희 아이는 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길해줍니다. 아마 그 집 아이는 부모에게 비밀로 하겠죠. 놀지 말라고 했는제 우리 아이에게 말 걸고 했으니 혼날테니까요.
어느 날 학교에서 저희 아이를 데리고 오는데 내년에 그 아이랑 같은 반이 될까봐 걱정이라고 해서 제가 그냥 학교를 옮겨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집 아이 때문에 학교 가기 싫어했던 다른 친구는 이미 전학을 갔습니다. 아이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데도 이런 상황이 생겨서 좀 많이 당황스럽습니다. 거기다 피해를 본 입장에서 먼저 좋게 그냥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어느새 저희가 가해자처럼 되어있는 상황도 신기합니다. 마음이 좀 답답하지만, 안보면 되니까 하고 살아야죠. 안보면 제 마음도 편하겠죠. 마주칠 일 걱정안해도 되고..
가해 부모가 자기 아이에게만 얘기하고 분리했어야하는데 그게 주변에까지 알려진거라고 믿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