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읽은 장강명 소설 댓글부대 3장 제목입니다.
현재 클리앙 상황과 오버랩이 되어서 밑줄 그어가면서 읽은 인상깊은 구절을 그대로 적어봅니다.
"저희가 의뢰를 받을 때 그게 진보다, 보수다, 그런 생각은 안 했고
그게 다 개방형이 아니라 폐쇄형이라는 것만 생각했거든요.
개방형 사이트 중에도 오유나 클리앙처럼 진보 성향인 데가 있어요. "
"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세 개만 연속으로 달리면 돼요. "
"어디 스트레스 풀 데 없나 하고 인터넷을 헤매던 하이에나들이,
배운 여자 코스프레를 해보고 싶었던 상어 새끼들이, 저리 가라고 해도 알아서 몰려듭니다.
그런데 저희는 ***게시판 아이디가 열 몇개 있었잖아요. 그걸로 본격적으로 분탕질을 쳤죠"
"함정이 만들어진 거죠"
"가슴 후벼파는 거, 그리고 집요한 거, 그거 두 개면 다 됩니다"
"사실은 남자 셋이서 돌려쓰는 가짜 아이디인데"
"저희는 논쟁에서 안 져요. 저희를 어떻게 이깁니까. 보통 사람이?"
"인터넷 싸움은 정력과 멘탈로 하는 겁니다"
"댓글 싸움 할 때 제일 큰 무기가 '너 옛날에는 이렇게 써놓고 지금은 왜 말 바꾸냐"
"맥락이 하나도 안맞아도 상관없어요. 저희가 공격하려는 사람이 썼던 글을 보는 게 상당히 도움이 됐습니다."
"게시판 망가뜨리는 데는 얼마 안 걸렸습니다. 그렇게 게시판에서 진상을 피우니까
한달 사이에 게시판 사이트가 황폐해졌어요. "
"그 뒤로도 한 반년 정도 계속 작업했어요. 떠나갔던 이용자들이 다시 돌아오면 안되니까.
사람들이 ***게시판 거기는 완전히 죽었다, 잘난 척 하는 어린애들 병림픽하는 쓰레기장이 됐다고
완전히 인식할 때까지 있었어요"
"일단 올라오눈 게시물 자체가 확 줄었어요. 전성기 때의 반절 아래로.
평균 조회수는 처음에 잠깐 늘었는데 아마 싸움 구경 때문이었을 겁니다"
"저희 프로그램이 계속 그 용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거였죠. 그랬더니 이 사람들이 자중지란에 빠졌습니다.
용어가 뭐가 중요하냐, 해야할 일에 집중하자는 사람, 용어야말로 가장 정치적이고 시급한 문제라는 사람,
게시판에서 제일 사용빈도가 높았던 용어로 통일하자는 사람, 그거야말로 박근혜 식이라고 비판하는 사람...
아주 개판이었죠. 어떻게 하면 온라인에서 진보 사이트가 하는 일을 망칠 수 있겠다 하는 교훈을 그 일로 알게 됐습니다."
" 모든 세계에는 그 자신만의 약점이 있다. 작고 가늘지만 세계 전체를 떠받치는 중대한 고리가.
별 생각없이 풀어놓은 쥐 몇마리가 토착 동물들을 전부 굶어주게 만들 수도 있고.
그 쥐를 잡으려고 뿌린 소독약이 섬의 나무를 몽땅 말려 죽일 수도 있다...."
총선 기간만 아니면 털고 나갔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게시글만 남기고 다 삭제했고요.
그런데... 뭔가 너무 공교로워서 일단 머물러 지켜보려 합니다.
운영자가 잘한 건 없지만 정치적 검열이 강하게 들어온 건 아닙니다.
테라포밍은 은근하게 되는 거지 대놓고 되는 건 아니어서
누군가 이 상황에 쾌재를 부르고 있을 거 같다는 느낌이 쎄하게 드네요.
집주인이 나가라는데 방법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