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클량 분들 중에선 이름 정도는 들어본 웃긴대학이라는 유머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사실 과거 2000년대 초반 전성기였단 것 외에는 잘 안 알려졌을 수 있는데, 2017년 이후 오유와 SLR 등 여러 대형 커뮤니티가 몰락하며 이들의 대거 이주 등으로 규모가 많이 커졌습니다. 과거 전성기 시절 오유 이상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유입이 유입이니만큼 전반적인 성향도 진보 성향에 가까운데 2030대 회원이 다수를 이루는 조금 특이한 지형이기도 합니다.
이 곳의 운영자로는 창립자 '김상유'가 잘 알려져있습니다.
야후 코리아 재직 중 웃긴대학을 설립했고, 2000년대 초반에 매각했지만 여전히 운영진 위치에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나무위키에도 정리가 잘 되어있습니다. https://namu.wiki/w/%EC%9B%83%EA%B8%B4%EB%8C%80%ED%95%99%20%EB%82%A8%EB%85%80%EC%82%AC%EC%A7%84%20%EA%B2%8C%EC%8B%9C%ED%8C%90%20%EC%A1%B0%EB%A6%AC%EB%8F%8C%EB%A6%BC%20%EC%82%AC%EA%B1%B4) 아래의 내용은 당시 사건을 실시간으로 본 제 기억에 의존하니, 디테일은 조금 틀리거나 다를 수 있으나 위키에 언급되지 않은 사항도 함께 보탭니다.
'남녀사진'이라는 셀카를 올리는 게시판이 있었는데, 그 곳의 한 여성 유저 A가 다른 유저 B의 친목 활동에 대해 비판했던 것이 시발점이었습니다. '왁자지껄'이라는 고인물 게시판의 특정 유저들이 정모라는 명목으로 자신들만의 톡방을 만들어 모임을 열었던 것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그러자 이 '왁자지껄 게시판'(이하 왁자)의 유저들이 몰려와 해당 여성 유저 A를 신고하고 단체로 조리돌림하는데 이릅니다. 어떤 유저는 쪽지로 직접 '정신병 있는거 아니냐'며 모욕적인 말을 일삼았고, 다른 유저들도 해당 여성 유저 A에게 성희롱을 비롯한 외모 비하와 조롱을 일삼았습니다.
추가로 밝혀진 사실이 있는데요. 그 '남녀사진' 게시판의 관리자가, 앞서 언급한 단톡 정모의 주동자 유저 B였단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건이 정말 커지게 된 것은 다름아닌 총장 '김상유'와 해당 게시판 유저들의 친목질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왁자 유저들은 10년 가까이 되는, 혹은 그 이상 김상유와 친목 관계를 이루며 자신들만의 고인 게시판(왁자)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유저 A가 왁자에서 성희롱과 갖은 조롱을 받는 도중, 김상유가 '(유저들이) 짱시름' 이라는 댓글을 왁자 게시판에 작성하며 해당 사건은 더더욱 불타게 됩니다.
김상유는 친숙한 이미지의 운영자이자 웃대의 얼굴마담과도 같은 사람이었는데, 그런 이가 고여 썩은 게시판의 유저들과 아주 막역한 관계였고 운영의 책임은 뒷전으로 했단게 밝혀진 셈이니까요.
남녀사진 게시판 운영 자체에도 문제가 많았지만 그 관리자를 자신과 친하단 이유로 임명한 것, 그리고 게시판이 고이고 썩어 타 유저를 조롱하고 조리돌림하는 상황에서도 운영진으로서의 역할은 손 놓은 채 '짱시름' 같은 말을 하고 있으니 반응이 좋을리가요.
이후 김상유는 무책임하게 도피를 택하고, 다시는 본인 계정으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한편, 해당 게시판에서는 친목질을 넘어 서로 돌아가며 연애하는 모습도 많이 보였는데요. 이를 본 한 유저가 '동물의 왕국'이라는 댓글을 남기자 해당 유저는 바로 차단당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유저 역시 조리돌림의 피해자였습니다.
이후 운영진이 사과문을 올립니다. 내용은 '왁자 게시판의 조리돌림 유저들은 차단 조치를 하였다'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2차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데요. 주범이 아닌 일반 유저들 중 차단, 정지 등의 조치를 당한 사람들이 왜 당하였는지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유저가 갑작스레 차단당한 것이었습니다.
운영자는 곧 해명하겠다 했으나 무책임하게도 잠적해버렸습니다. 그 어떤 해명도 제대로 하지 않은채로요.
수많은 유저들이 불탔고, 웃긴대학 게시판은 촛불 사진으로 뒤덮였습니다.
어떤 유저는 직접 사무실을 찾아가기도 했지만 사무실은 비어있었습니다.
촛불 사진과 해명 요구는 순식간에 삭제되었습니다. 단 몇 초도 되지 않아 수백 개의 게시글이 동시 삭제되었고, 베스트 게시판에는 그 무엇도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항의글이 계속 올라오자 아예 글쓰기 기능이 막히는 등의 막장 조치도 벌어졌습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 운영진은 입장문을 올립니다.
이번엔 완전히 바뀐 입장이었습니다. '유저들이 영업방해 짓거리를 하는데 고소가 가능하지만 넘어가드리겠다. 우리는 구글에도 지지 않은 법무팀이 있다. 유저가 줄어서 금전적으로 힘들어도 우린 운영할거다. 그 정도야 익숙하다.'
무슨 이런 글이 다 있냐고요? 놀랍게도 이게 실제 "입장문"이었습니다.
많은 유저들이 실망해 떠났고, 일부는 네이버 카페 임시대피소로 이주했다가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든단 말에 기대하며 이주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위트랜드라는 커뮤니티였으나, 부족함 많은 UI 및 이주 유저가 생각보다 적었단 점 등으로 결국 2023년 말 폐쇄되고 네이버 카페가 되었습니다.
이 이후 웃긴대학의 운영은 "절대 불통, 거슬리면 차단"으로 요약됩니다. 여전히 왁자 게시판은 그들만의 리그로 공고히 유지됩니다. 반면 일반 게시판(대기자료 게시판)에서 조금이라도 정치적이거나 시사적인 내용이 올라오면 바로 삭제당하며 정지 조치를 당하기도 합니다.
2018년의 사건에 대해 언급하면 어떤 식으로 언급하건 여지없이 정지당합니다. 심지어 그게 1대1 대화에서의 언급이라도요. 때문에 웃긴대학은 촛불이라는 단어가 금지된, 마치 박사모같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수 년이 흘러 유저들도 복귀했고, 무엇보다 2030대 온건진보 유머사이트 자체가 이젠 전무한 상황이라 어부지리로 나름 중대형 커뮤니티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단게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합니다.
클량 유저분들이 이 사건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두 가지라 생각합니다.
하나는 '운영진은 결국 하나이고 그들 자신의 생각이 우선이라는 것'.
이는 마치 정당과도 같습니다. 외부에서 지지자들이, 활동자들이 아무리 목소리를 내고 올바른 말을 하고 압박한들 결국 이들 대부분은 제 스스로의 안위가 우선이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을 찾으려 합니다.
웃긴대학은 이미지가 좋던 김상유를 내세웠고 유저들은 그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돌아온건 조리돌림 가해자와 호형호제하며 유저들을 귀찮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클리앙의 '사이퍼'에 대한 호의적인 인식이 참 의아했습니다. 운영진은 그 자체로 일심동체의 조직이고, 운영자A가 신입이건 말건 그의 행동은 일탈이 아닌 운영진의 의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량 유저분들은 운영자A의 만행에 대해선 비판하면서 사이퍼에 대해선 마치 완전히 다른 일마냥 여기곤 했습니다.
이는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운영자A의 만행이 개인의 일탈이라면 회사는 그에게 권한을 주지 말아야 하고, 사이퍼가 올바른 권위자라면 필히 그렇게 행동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항상 운영자A의 일탈로 치부하며 사이퍼는 뭔가 다르단 듯이 언급했지요.
클리앙 운영진이 3만 명도 아니고, 한 자릿수 운영진에서 일개 한 명의 일탈조차 막을 수 없는 권위자라면, 사이퍼는 그냥 무능한겁니다. 그저 신상조차 알 수 없는 '운영진A'라는 욕받이를 내세워 유저들을 농락하는 것이지요.
이미 여러 계정과 IP를 이용해 유저들을 농락해왔음은 이번에 밝혀졌지요. 과연 '운영진A'라는게 실체가 있는 "인간"인건 맞을까요? 그저 욕받이 유령계정은 아닐까요? 저는 의문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포기하는 순간 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이트 가면 되지' 라는건 결국 위트랜드의 실패에서 보듯 지리멸렬한 몰락만을 가져오게 됩니다.
정치판에 간단히 대입하자면 '윤석렬 뽑았지만 별로면 탄핵하면 되지' 수준의 짧은 생각입니다. 사실 적잖은 유저들은 모든 글과 활동, 익숙해진 UI를 두고 이주하느니 그냥 커뮤니티 활동을 관둡니다. 과거 오유, SLR, 그리고 펨베가 되기 이전의 펨코에서 활동하던 유저들은 뿔뿔이 흩어졌듯이 말입니다.
운영진을 이긴단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들은 (비록 방향은 다르나) 사이트를 지키는데 진심이고, 거기에 투자하는 자원 역시 일반 유저보다 훨씬 많습니다. 다중계정, 수치 조작, 글 삭제 및 계정 정지, 더 나아가서 이들이 사이트에 투자하는 시간 역시 막대하고요. 이런 유리한 고점을 점하는건, 특히 다중계정이 불가능한 클리앙에선 더더욱 그렇습니다. 바이럴하다 IP 걸려서 들킨거 보면 유저들보다 똑똑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만
그렇기에 더더욱 절실하고 절박해져야 합니다. 문 닫으면 갈 곳 없고, 진보 성향의 큰 커뮤니티 거점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오유가 사라진 이후 그 위치를 온전히 대체한 곳이 있나요? 심지어 클량과 공통점이 많은 곳임에도 말입니다. 결국 멍청한 운영진 탓에 진보 사이트 하나가 사라진 셈입니다.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말을 안 들으면 유저들이 죄 나가서 사이트 망한다는걸 각인시켜야 합니다. 어줍잖은 바이럴과 다중계정 짓, 욕받이 내세우는 짓으로 회피하는 것도 못 하게 하고요.
이번 싸움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총선 직전인 지금, 망하라고 고사 지내는 곳이 어디 한둘일까요.
그런 만큼 더더욱 절실하게, 더욱 강력하게 압박해 우리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