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큰 돈(제게는)이 생겼습니다.
일 년 동안 제 월급에선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돈을 무리하게 적금으로 부어 내내 허덕이며 살다가, 이십 년 전쯤 들었던 종신보험이 기억 났어요.
저는 그런 사람 아닌 줄 알았는데.. 이십대 초반 그 어린 나이에도 저는 혼자 죽을 것 같았는지 동생을 수혜자로 비싼 종신보험을 들었더라구요.
내가 죽으면 장례 치를 돈은 있어야지, 조카도 있을 텐데 대학 등록금이라도 해줘야지 싶었나봐요.
동생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몇 년이 지난 며칠 전 보험회사에서 서류가 왔는데, 이제 2년만 더 넣으면 종신보험이 납입종료라고 하더군요.
엄마랑 보험하시는 친척 이모랑 상의해서.. 지금 해약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하에 해지하고 큰 돈이 갑자기 통장에 들어왔어요.
내내 마트에서 고기 살 때도 할인에 할인을 더한 거무죽죽한 걸 사고, 얼마 전부턴 너무 비싸 과일은 쳐다도 못 봤는데..
내일 오랜만에 연차를 내고 기분이 너무 좋아서 와인도 사구 우둔살도 끊어다가 육회 먹고 있어요.
분명히 행복한데..
나 내일 수요일 연차고 오랜만에 좋아하는 와인도 먹고 날고기도 먹는데...
이 껄쩍지근한 기분은 뭘까요 ㅎㅎ
내가 죽은 거고 네가 아직 살아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와인 한 병이 비어가는 걸 보니 취했나봐요 ㅎㅎ
가족을 잃은 분들이 참 많다는 걸 종종 깨달으면
저 혼자 내적 친밀감이 막 생깁니다.
미친괭이님도 오늘밤, 숨 좀 돌리는 그런 순간이길..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경험하니, 어떤 면에서는 삶과 죽음이 멀지 않다는 것이 이해가 되더라구요.
2년 남기고 해약인데 보통 해약하면 페널티 있지 않나요? 어떻게 더 이득이라고 판단하셨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