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현장을 뛰어다닌지도 10년이 넘었습니다. 종종 밝혔습니다만, 그간 만난 커플만 약 1천 쌍 정도가 됩니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부터 결혼식장을 돌아다녔으니 주 7일 일하고 다녔던 셈이죠. 다만, 제게 결혼식 현장은 일하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즐기는 자리였어요. 신랑 신부를 맺어주는 뜻깊은 자리, 행복한 기운이 가득한 자리, 그리고 그 일원 중 한 명인 자리. 즐기지 않을 수 없었지요.
개인적으로 의뢰를 받아 진행도 하고, 재능 나눔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특정 사업자와 계약을 하고 일하기도 했지요. 그렇게 인연을 맺은 웨딩홀 중에서 강남, 신사동 일대의 하우스 웨딩홀들이 있습니다.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곳들입니다. 규모가 크고 비용이 높은 곳이다 보니 유명인들도 종종 만났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은 국회의원 정세균 님이었습니다. 정치인이나 공직자 주례자를 종종 만났습니다만, 그들 중에서 가장 수행원이 적었고 감투쓴 사람이랍시고 거들먹거리지 않는 분이었거든요. 사회자인 제게 존대를 해주던 분이기도 했습니다. 유일하게 말이죠.
오늘은 제 자랑이 아닌 제 치부를 드러내려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저도 아직 덜 여문 인간이란 걸 다시 한번 느꼈거든요. 약 3주 전 결혼식 현장이었습니다. 봉은사역 인근에 있는 웨딩홀이었지요. 그곳은 제가 6년 정도 일을 나간 곳이었습니다. 매니저급 이상은 다 안면이 있는 곳이었지요.
현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담당 PD에게 식순을 건네받고 미팅을 갖습니다. 식순에 특이사항이 있는지, 신랑 신부 중에 예민한 고객이 있는지, 다른 어려운 점이 있는지 등을 체크합니다. 그날은 좀 특이했어요. 담당 PD가 처음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나이도 제법 어려 보였지요. 말하는 폼도 사회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 같아 보였습니다. 특히 제게 시시콜콜한 것 까지, 그러니까 제가 그 웨딩홀에 처음 나온 사회자인 것처럼 설명해 주더군요. 설명을 듣는 동안 내용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제게 그리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기도 했고, 무엇보다 왜 내게 이렇게 시시콜콜할 것 까지 다 설명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맴돌았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고민이 되었습니다. 미팅이 끝나고 내 이력을 소개할까 말까 말이죠. 냉정히 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해본들 '나 이런 사람이야 에헴'하는 격이니까요. 그래도 상대방의 말을 끊으면 예의가 아니니 끝까지 잘 듣고 미팅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습니다. 'PD님은 일 하신지 얼마나 되셨어요?'라고 말입니다. 그녀는 2년 정도 되었는데 본식 홀 올라와서 일 한지는 얼마 안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정말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했습니다. '저는 6년 되었어요' 라고요... 다행히도 그녀는 '어머 그러셨냐며 잘 부탁 드린다고' 제가 무안하지 않게 받아 줬습니다. 나이는 어렸지만, 응대 교육을 잘 받았구나 싶더군요. 반대로 저는 말 하고선 후회하고 부끄러웠고 말입니다.
제가 왜 가만히 있었어도 될, 스스로를 드러내는 그런 말을 했을까요?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그건 바로 제게는 끝을 알 수 없는 결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인정 받고 싶은 욕구'말이죠. 그러니까 고위 공직자들이 자신의 감투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내가 이런 사람인데'라고 거들먹거리게 만드는 욕구가 마음 깊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는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중간에 포기한 루저이니 더 더 그런 욕구가 발현된 거죠. '웨딩업계에 그래도 적지 않게 있었는데, 내가 여기 몇 년 나왔는데 날 몰라봐?' 였던 겁니다.
다시 한 번, 느낍니다. 내가 하는 행동 대 부분은 제 마음 심연을 대변한 다는 것을요. 특히 결핍에서 비롯된다는 걸 말입니다. 부끄러웠던 기억 이제는 옆으로 두고, 앞으론 그러지 말아야 더 대접받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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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에 올바른 어른이 되는 거죠
옳고 그름을 알면 되었습니다~
자기 반성을 하기 힘든 세상이 잖아요
본문과는 무관하게
실수의 부끄러움이 나를 제일 성장 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