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음악세계로 40여년간 밴드와 솔로를 오가며 락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호테이 토모야스의 첫 내한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90년대쯤 부터 그의 음악을 즐겨 들었는데 실제로 라이브를 보기까지 30여년이 걸릴줄은 몰랐습니다ㅎㅎㅎ 이런저런 프로모션 등등으로 한국을 몇차례 방문했음에도 정식 공연은 60줄이 다된 이제서야, 그것도 겨우 300석 짜리 조그만 공연장에서 하게될줄은 정말 정말 몰랐습니다. 아무리 오래된 아티스트라 해도 일본에선 전국 투어를 적어도 몇천석 규모의 공연장, 크게할때는 무도관등 1만석이상의 공연장도 너끈하게 채우는 정도니까요. 어쩌면 오히려 한국팬들에겐 정말 손뻗으면 닿은 거리에서 보는 행운이라면 행운이었겠지요(사실 맨앞줄은 대부분 일본에서 원정 온 팬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공연은 오랜 기다림을 보상이라도 하듯 호테이의 모든 것을 담은 셋리스트 였습니다. 얼마전 끝난 새앨범 투어나 그간의 다른 투어들에서는 아무래도 새앨범, 신곡 위주의 구성으로 하게 되었는데 이번 단 한번의 공연에선 "추억에 젖어 봅시다"라면서 새앨범의 4곡을 제외한 나머지 12곡을 1985년의 boowy시절 부터 complex, 그의 솔로활동중 핵심중의 핵심만 모아서 연주해주었습니다. 이정도 추억으로 가득채운 셋리스트는 몇년전 했던 그의 40주년 기념 공연에서도 없었던걸로 봐서.. 정말 작정하고 왔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첫 내한, 오랜만의 내한 이런거 해도 새앨범 홍보만 주구장창 하고 추억쏭 앵콜로 두곡 해주고 가는 밴드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정성 가득한 셋리스트에 정말 감동했습니다. Stereocaster를 들을줄이야..
원래부터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창법과 이제 피할수 없는 노쇠함, 그리고 어제 많이 마셨다는 막걸리덕에 (본인이 말함) 보컬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40년 짬에 닳고 닳은 능수능란함으로 전혀 감상에 방해됨 없이 즐길수 있었습니다. 매칠레스 앰프에서 쏟아지는 땅땅함 그 자체인 그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톤은 그가 왜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인지 알게 해주었습니다. 호테이도 양쪽에 인이어를 낀것으로 봐서는 분명 내가듣는 소리도 마이킹해서 PA로 나오는 사운드겠지만 거리가 너무 가깝다보니(제 자린 2열) 이거 혹시 앰프에서 바로 나오는 사운드 인가 싶을때도 있었을 만큼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톤이었습니다. 제마이티스, 조디악 등 그의 트레이드 마크같은 기타들을 곡마다 바꿔가며 보는 재미도 있었네요.
1열과 우즉사이드 블럭을 점령한 일본에서 따라온 팬들덕에 공연 시작전부터 이름을 연호하며 공연장이 달아오릅니다. 나이들어서 스탠딩 보다는 좌석을 선호하다보니 이번 공연장 고정 좌석이라 좋았는데 이거이거 처음부터 분위기가 올 스탠딩 삘입니다. 시작시간을 조금 넘기고 멤버들이 들어온뒤 글로벌 히트곡 battle without honor or humanity의 전주가 폭발하듯 시작됩니다. 실내인데도 상당히 과감한 볼륨과 악기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들리는 라이브 믹싱이 인상 깊었습니다. 짧은 인트로를 지나 호테이가 등장하고 아는데도 멋있는, 겁나 긴데도 안지루한 연주를 보여줍니다. 첫곡을 지나 바로 complex의 곡 Be my baby로 폭격, 객석은 뒤집어 지고 떼창이 터져나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인 떼창부심 부리는거 안좋아하는데 아.. 오늘은 예외로 두고 싶을만큼 살벌한 떼창입니다. 물론 원정온 일본팬들도 엄청났구요. "스릴"도 분위기를 이은뒤 간신히 멘트로 쉬는타임을 가졌네요. 추억의 곡 두곡 더하고 신보에서 4곡을 따왔는데 반응 밋밋할거라 생각했는데 제일 화려한 곡들만 골라와서 신나게 즐겼습니다. 그뒤로부턴 다시 boowy로 달리는 타임. 공연 시작후부터 아직 단한번도 앉아보지 못했습니다. bad feeling의 인트로를 그의 손맛으로 듣고 있자니 이게 꿈인지 생신지 싶었습니다. 80년대 노래 세곡을 들려주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곡 Stereocaster로 멤버 소개를 곁들여 들려줍니다. 오피셜한 마지막 곡은 공연 엔딩으로 자주 쓰던 장엄한 솔로를 담은 FLY INTO YOUR DREAM. 10여분에 달하는 솔로는 괜히 거장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약속된 앵콜은 다시 추억으로 돌아가 90년대 히트곡 두곡을 들려주고 끝났습니다.
사실 공연 직전까지도 표가 100석 가량 남아, 이게 호테이의 마지막 한국 공연이겠구나 싶었습니다. 홍대 롤링홀의 절반도 못채웠던 브라질 메탈밴드 히브리아의 두번째 내한공연이 자연스럽게 그들의 마지막 내한공연이었던것 처럼요. 관객수와는 별개로 공연은 최고였지만 아직도 무대에서 실망하는 그 눈빛이 기억이 나거든요. 근데 이번공연은 달랐던거 같습니다. 미리 뭔가 계약이 되어있는건진 모르지만 마지막에 "반드시 조만간 다시 공연하러 돌아오겠다"고 말하는 눈빛이 결코 거짓이 아닌것 처럼 보였거든요. 공연 내내 뜨거운 객석반응에 공연하는 아티스트 본인도 신난것이 느껴졌습니다. 급은 너무 다르지만 저도 가끔 무대에 섰던 경험을 돌이켜 보면 이렇게 관객 반응 터지는날은 객석빈자리니 공연티켓 수익 적자니 상관없이 너무 신나고 날아갈것 같았거든요. 그런 신남이 아티스트에게서 느껴지고 그게 자연스레 다시 객석으로 전해져서 참 좋았습니다. 다음 공연은 갈 기약이 없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상당히 무리해서 간 공연이었는데 정말 가길 잘했다 싶었습니다. 또 공연이 있다면 그가 더 늙기전에ㅎㅎ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최애곡 두곡 영상남겨두고 갑니다- 보컬 호불호를 주의하세요 ㅋㅋㅋ
내곡으로 공연 하지말라고 한것부터 몇년전에 호테이 공연에 나머지 두멤버만 게스트로 참여한것만 봐도 히무로랑 화해는 영원해 보입니다.
오마이갓
bad feeling 한번씩 그 뽕짝스러운 리프가 생각나면 며칠씩 흥얼거립니다 ㅋ
기타 연주도 연주지만, 곡을 참 잘 만드는 것 같아요. 보컬은.... 개성에 호불호라고 칩시다 ㅋ (저는 좋아해요 ㅎㅎ)
그러고 보니 밤비나도 기타 리프 벨소리 만들었었네요. 호테이 좀 좋아했었나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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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나
오면 온다고 홍보 좀 해주지…
다음에 또 온다니 가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