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클리앙에서 중고장터와 눈팅만 자주 하는 회원이지만,
제 전문분야가 군사 및 국방이라 가끔 모공과 새소식에 제가 쓴 기사가 올라오는 maxi(김민석)입니다.
민주당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국방과 안보를 걱정하며 스팀 게임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꼭 소개해야 할 새로운 민주당의 청년 정치인이 있어, 그를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그는 바로 해병대 1043기 김규현 변호사입니다.
내용이 길어서 죄송합니다. 서대문갑 지역에 출마를 선언한 그는
국방전문가, 게임 산업 전문가, 그리고 검찰 개혁 전문가였습니다. 천천히 읽어보시고, 그를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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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서대문갑 지역에 출마한 김규현 변호사를 만났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무언가 일을 해 본’ 사람을 만나고 싶은 욕구가 있었고, 그 중에서도 나의 전문분야인 국방과 게임산업에 대해 무언가 말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민주당의 일반 당원들이 선호하는 정치신인들은 ‘전문적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뭔가 사회에서 의미있는 성과와 일을 낸 사람들이, 일명 ‘정치 낭인’으로 기웃거리다가 한자리 얻는 사람들보다 신뢰가 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봉사활동이나 정치 출마 경험 자체는 소중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이 경험한 ‘조직생활에서의 목표 달성’과 ‘전문성으로 만든 결과’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정치적 기대를 걸긴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민주당은 국방전문가, 게임 산업 전문가, 그리고 검찰 전문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얼마 안되는, 그리고 사업 행적을 찾기 어려운 IT회사 경험을 했다는 이유로 게임과 온갖 ‘이대남’ 이슈에 관심을 둔다. F-22와 라팔을 아는 ‘밀리터리 매니아’라는 이유로 국방을 이야기하고, 정치적 메시지에 군사용어를 섞어 써도 인정받는다.
그래서 나는 민주당이 정치적 경력에 관계 없이, 이준석이 주눅들만한 진짜 게임 전문가, 진짜 국방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에 대해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한 이준석보다 진정성 있는 청년이 민주당에 없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정치인으로서의 이준석이 채상병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 보다, 실체적이고 정확한 진단으로 제2의 채상병을 막을 대책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서대문갑 청년전략지구에 출마 선언을 한 김규현 변호사가 있다.
그는 지금까지,
해병대에서 기름때를 먹으며 군 복무를 하다가,
게임회사 대표로 게임으로 성공과 좌절을 맛보고,
국회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을 문화예술로 바꾸고자 노력하고,
국회에서 방산비리를 찾아내 세상에 알리다가,
검사가 되어서 조폭들을 잡아내고 검찰개혁을 주장한 뒤,
지금은, 변호사로서 채상병 사건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아무도 모르는것 같은 것은 신기함을 넘어 약간 분통이 터질 지경이어서, 나는 급하게 만나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의 인터뷰를 죽 읽어본다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이 사람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반박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0.건담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던 청년, 창업에 뛰어들다.
게임산업이 커지고, 여러 대형 게임회사 CEO, 혹은 임원들이 정치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시도 중이라, 이제 국회에서 게임산업이 그렇게 마이너한 이슈는 아니게 되었다. 게임산업에 적을 둔 적이 없는 의원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서 나름 유명세를 얻은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진짜 게임 개발을 위해 코딩을 하고 기획을 하고 사업을 굴려본 사람은, 아직 없었다.
그런데 김규현 변호사의 경력 첫줄에는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뒤, 게임회사 스타트업 대표로 업무를 한 일이 있었다. 그가 정확히 왜 게임회사를 창업했는지, 어떻게 경영했는지 궁금했다.
“삼일회계법인에 들어가서 투자자 자문 업무들을 하면서, M&A의 세계를 접했습니다. 단순히 월급받고 사는 세계와 다른, 큰 돈이 오고가는 기업의 경영과 인수합병 과정을 보면서 기업가가 되어 창업에 도전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싹텄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스타트업의 대상이 게임회사였을까? 대답은 어떻게 보면 평범하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특이한 내용이었다.
“원래 사실 게임,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이런 서브컬처(Subculture)를 재미있게 즐기는 편이었습니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건담(Gundam)이 재미있었습니다. ‘역습의 사야’ 부터 보기 시작했고, 내가 좋아하는 건담이 나오는 게임이 있다고 해서 처음 시작한 게임‘슈퍼로봇대전’의 팬이기도 했습니다.”
원래부터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는 말, 게임회사 밖의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에 왜 호들갑이냐 할 수 있다. 사실 흔한 일이 아니다. 게임을 그저 ‘돈을 벌 사업 아이템’으로 접근하여 한탕 땡끼자는 잘못된 마인드로 시작하는 사업가들이 흔하다. 자신이 직접 게임을 좋아하니, 게임을 만들겠다고 다짐한거, 정말 쉽지 않은 결심이다.
1.게임회사 대표로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을 겪다.
그런데 게임이 망해서 게임회사 대표에서 내려왔을까? 망한건 맞는데, 정말 억울한 사연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창업 당시 스마트폰의 초창기이자 카카오톡이 확산된 시기였고, 모바일 게임으로 도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동료를 모아서 게임회사를 차렸죠. 쏴! for kakao라고 아마 들어보신 적이 있을것 같아요.”
“제가 만든 게임은 당시에 시대를 잘 탔다고 생각했어요. 모바일 시장의 초창기라 간단하게 즐기는 게임들이 주목받고, 카카오 게임하기 차트 인기순위 1위도 했었습니다.”
당시 김규현 변호사는 자신을 대표가 아닌 ‘사업왕’이라는 호칭을 붙였다. 장난스러운 호칭이었지만 야심찬 20대 창업가의 자신감이 들어간 호칭이었고, 실제로 카카오톡으로 게임의 참여를 독려하는 일명 ‘푸시’시스템이 들어간 카카오톡 모바일 게임들이 흥행하던 시기에 빠른 속도로 개발을 하여 시장을 선점한 그의 센스는 ‘사업왕’ 이라는 농담이 어울렸다고 할 만하다.
그런데 왜 망했을까.
“정부의 정책이 갑자기 사업을 가로막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산업기능요원 제도가 있어요. 군소 게임개발사들은 이 병역특례제도로 우수 개발자들을 모아야 했어요. 자금도 경험도 부족한 상황이라 능력있는 대학생 프로그래머들을 이 제도로 채용해서 개발을 해야 했는데 갑자기 이게 막혔죠.”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보니, 문제는 너무 황당하면서도 명확했다. 그때도 지금만큼 대통령 말 한마디에 수백명의 사업과 생계가 한꺼번에 흔들리던, 그런 시절이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때 마이스터고를 처음 만들었어요. 물론 실업계 고등학생들의 취업지원이나 인재 양성을 하는 의도에는 동의를 해요. 그런데 마이스터고를 키우자고 만든 대책이 산업기능요원을 마이스터고로만 TO를 채우고, 대학생 대상으로는 산업기능요원 TO가 뚝 끊긴 거예요.”
“그때 당시만 해도 마이스터고에서 게임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커리큘럼이 거의 없었어요. 그야말로 갑자기 인력난이 나온 것이라 눈물을 머금고 사업을 정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TO를 구할수 없어서 사업이 망했다는 말이 어색해 보이지만 그때 당시 스타트업, 중소 게임회사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심각한 문제였다. 사람이 전부인데 스타트업에서 고액연봉으로 대기업 개발자들을 고용할 수 없는 현실에, 코드 한줄 더 짜기 위해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일명 ‘병특’으로 불리는 산업기능요원이었다. 이걸 한 순간에 줄여버렸으니 버틸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사업왕’은 회사를 정리하고 차기작의 꿈을 접는다.
2.국회에서 게임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싸우다.
그런데, 그의 세 번째 직장은 엉뚱하게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이다. 김광진의원과의 인연을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국회에 연이 닿은건 아주 우연한 계기였어요. 평소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영화 ‘변호인’을 보는 모임에 참석했는데, 거기에서 민주당과 인연을 맺었고 국회의원 보좌관의 커리어까지 이어졌습니다. 아마 의원님이 제가 ‘정책 때문에 사업이 망해서 백수다’라는 이야기에 관심이 가셨던 것 같아요.”
국회에 입성해서 무얼 했는지 물어봤고, 당연히 자신의 게임회사 대표 경력에 관련된 것이었다. 언듯 보면 황당한 취직사유가 사실은 진짜 의미가 있었던 셈이다. 그가 가장 처음 했던 업무는 바로 그를 괴롭혔던 산업기능요원 문제였다.
“국회에 입성해서 저의 사업을 망하게만든 잘못된 산업기능요원 제도에 대해서 조사했습니다. 스타트업 사장일 때에는 병무청에 민원을 해도 잘 받아주지도 않았는데, 국회의원 보좌관 자격으로 정책을 검토하니 국장이니 과장이니 저에게 와서 설명도 하고 내용도 협의를 하는 경험을 하니 그 동안의 사고관이 바뀌었습니다. 정치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 것이죠.”
실제로 당시 산업기능요원 문제가 국회의 문제제기로, 이제는 신생 IT업체들이 대학생 산업기능요원을 뽑을 기회를 다시 얻었다. 김광진 의원은 또한 게임산업에 대한 의정활동도 활발히 했는데, 자신이 기여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당시 보수측의 신의진 의원이 게임중독 문제, 게임 중독을 질병코드로 부여하는 등 게임에 대해서 인식이 너무 나빠지고 있었어요. 게임을 좋아한 게이머이자, 게임회사 대표도 한 제 입장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었죠.”
“그래서 의원실 차원에서 게임을 문화예술의 한 장르로 포함시키는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 발의를 했습니다. 게임도 엄연한 문화의 하나로 바라보고, 게임 개발자들도 문화산업으로서 당당히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의 법안은 비록 19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이후 국회에서 계속 시도한 끝에 2022년 21대 국회에서 꿈을 이뤄냈다.
게임은 천박한 것, 저급한 문화, 애들 공부 방해하는 주범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그 노력에서 한 부분을 차지한 사람이 국회의원 보좌관 시절의 김규현 변호사였다는 것을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그가 출마 선언을 한 서대문갑 지역구의 경쟁자는 국민의 힘 이용호 의원이다. 그는 제작년 국정감사에서 게이머들이 기겁할만한 주장을 잔뜩 내놓았다. 게임물관리위 위원장과 마치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질의응답을 해서 게이머들을 분노케 했고, 한편으로는 게이머들이 기겁하는 ‘게임해서 돈을 버는’ P2E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한 사람을 민주당 서대문 갑 후보가 상대해야 한다.
그가 왜 청년전략특구인 서대문갑에 출마를 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가 서대문 갑에 공천을 받는다면 게임산업을 망치려고 하는 국민의 힘과, 게임산업에 종사했다가 부활한 민주당의 대결로 총선의 핫스팟이 될 법 하다.
단순히 지역 이슈가 아닌, 총선의 구도를 결정지을만한 대립이 되는 셈이다.
요즘은 게임을 열심히 하는지 물었는데, 검사 이후 너무 바쁘고 피곤해서 요즘 게임들을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하고싶은 말이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열심히 게임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데 노력하고, 게임도 열심히 만들어본 입장에서 볼 때 지금은 상황은 많이 안타깝죠. 확률형 아이템 이슈 등으로 게임산업의 과도한 BM(유료화)이 문제가 되는 현실이 개탄스럽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 입장에서, 특히 한국 게이머 입장에서 2023년은 악몽의 한 해였다. 성공작도 많았지만 오랜 기간 많은 사랑을 받은 게임들이 돈벌이를 위해 확률형 아이템 조작등 많은 문제가 드러나 게임회사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문제는 게임산업이 날이 갈수록 급변하고, 점점 게임의 구조와 내용이 복잡해져간다는 점이다. 이미 다른 국가들에서는 게임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책을 내 놨다가, 게임회사들이 규제를 무력화한 새로운 구조로 법률을 무력화 한 사레가 심심찮다.
게임을 만들어 본 사람, 직접 확률형 아이템을 만들어 본 게임사업담당이 국회에 진출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들자면,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3.방산비리를 잡는 국회 보좌관이 로스쿨에 입학한 이유
국회 국방위 활동 이야기도 물어봤다.
“통영함 방산비리를 파헤치는데 노력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군사전문가라고 하긴 민망하고요. 몸 건강히 군대 2년 갔다온 것이지 많이 모자라는게 많았습니다. 하지만 통영함 입찰 비리 관련해서 조사를 해야 하는데, 방대한 영어 제작사 자료와 실제 한글 입찰 및 비용 자료를 비교하는 일이 떨어진 거에요.”
“그래도 제가 영어를 좀 하는 편이고 회계업무도 지식이 많으니 제가 담당했는데, 사실 의원실 전체에서 그렇게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부품이 영어로 된 해외 가격과 실제 가격이 차이가 나는걸 발견하고, 이게 방산비리의 문제를 찾는 실마리가 되었죠.”
회계법인에서 일한 경험과 외국어 능력이 방산비리를 찾아내는데 능력을 발휘한 셈이다. 그만의 공은 아니겠지만, 그가 보좌관으로 일한 김광진의원이 4년연속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는 것에 분명한 역할을 한 셈이다.
보좌관 출신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시어머니’같은 스타일로 보좌진들에게 인기가 사실 떨어진다. 자신이 해 봤으니 일을 어떻게 시킬지 알고, 실수를 귀신같이 찾아낸다고 악평이 자자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악평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국회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물어보니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가, 별안간 보좌관을 그만두게 되고 갑자기 로스쿨에 들어간 뒤 검사가 되었다.
“을지로 위원회를 다녀보고, 법률 전문가들이 사회에 기여하는걸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서 나름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변호사님들 도움도 받고, 이야기도 하면서 어떤 벽을 느꼈달까요. 그래서 다음 도전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로스쿨입니다.”
국회의원 보좌관이 검사를 한다는 이야기는 사실 전대미문인데, 그럼 일부러 그런 ‘스펙’을 노린 것인지 물어보니, 김규현 변호사는 강하게 부정했다.
“사실 처음에 로스쿨 들어갔을 때, 검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습니다. 로스쿨 동기들은 적으면 5살, 많으면 8살 가까이 더 어렸는데 성적이 엄청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직장을 그만두고 로스쿨에 올인한 상태에서, 아내와 자식이 있었는데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덕분에 성적도 우수했고, 변호사 시험에서 성과를 내어서 검사에 임용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남들이 보기에는 놀라운 성취의 비결을 가장의 책임감에서 찾는게 너무 교과서적이지만, 사실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보면 납득이 가는 이야기였다.
4.검찰 개혁을 말하다가 ‘위에서 찍힌’ 검사 김규현
이러저러한 곡절 끝에, 그는 결국 검사가 되었다. 검사가 된 뒤에 무슨 일을 하고 살았는지, 특별히 말해줄 사건이 있는지 부탁했더니, 자신은 평검사로서 잡일만 했다고 하면서도, 정작 나온 말은 조직범죄 사건이라는 중범죄 이야기였다.
“부산에 있을 때 조폭 사건들을 맡았어요. 처음에는 조폭 사건이 아니었는데 이게 심각해져서 계속 캐내다 보니 조직범죄 사건이 되더라고요. 원래는 평범한 불법 게임장 단속이었습니다. 불법적인 도박게임 기계들을 갖춘 불법오락실을 단속해서 업주를 체포했는데, 업주가 상태가 너무 이상했어요.”
“마약중독자들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우고, 경찰에 잡혀가면 다시 또다른 중독자로 새 바지사장을 앉혀서 영업을 계속하는 식으로 사업을 계속해왔던 거예요. 꾸준한 추적과 수사 끝에 조직적으로 일을 꾸민 사람들을 기소할 수 있었습니다.”
특수부 검사도 아니고 지방검사가 쉽게 이루기 어려운 일들을 했다. 성과를 냈으니 출세를 기대할 만 한데, 왜 나오게 되었는지 물어봤다. 김규현 변호사는 이 질문에, 나가게 된 이유 전에 자신의 ‘선택’을 내게 이야기했다.
“사실 검사 생활을 하면서 남에게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일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대검에서 선정하는 우수수사사례에 4번이나 선정되었어요. 그래서인지 사실 특수통, 공안통으로 불리는 엘리트 선배들이 “너를 키워주겠다”면서 일종의 스카웃 제의같은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뭐 명시적으로 뭘 임명하기 보다는 ‘똘똘한거 같은데 우리 라인에 데려오자’뭐 이런 식으로.”
그런데 왜 나가게 되었을까? 그의 말 대로라면 결국 ‘민주당원’ 이자 ‘민주당의 일꾼’으로 일했던 과거에 부끄러운 선택을 하기 싫었다는 말로 요약된다.
“검찰의 좋게 말하면 뿌리부문, 나쁘게 말하면 말단 검사로 있으면서 힘든 것들이 너무 많았는데, 검찰 상층부는 그때당시 일명 ‘검수완박’에 지엽적인 내용만 강조하고 반발하는 것에 염증이 났습니다. 그러다가 검찰총장과 고위간부가 집단사직을 하더라고요. 제가 보기에 이건 국민을 완전히 적으로 돌리겠다는 선언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검찰직접수사 권한은 모두 내려놓자, 직접수사권은 국회에서 주장하는 중수청으로 이관시키자’ 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라는 것을 대놓고 썼기 때문인지, 글을 삭제하라는 압박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일명 ‘검찰주의자’들의 압박인거죠. 윤석열 라인을 비롯해서 검찰들의 권위와 역할을 한치도 뺏기지 말아야한다는 그런 사람들이 글을 지우라, 왜 그런 글을 올렸나 압박을 했습니다. 저는 그때 검찰수뇌부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해주는 직접수사권만 지키려 하고, 정작 90프로의 일반 평검사들이 일하는데 필요한 사법통제권한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었습니다. 대다수 검사들은 크게 관련이 없는, 극소수 엘리트 검사들만 가진 권한을 줬느니 뺏느니 한 것이었으니까요.”
검찰 조직이 무슨 특정 정당의 소유물도 아닌데, 정말 황당하고 분통이 터지는 이야기였다.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더욱 황당했다.
“그런데 그때 저에게 압박을 했던 선배 검사님들, 제가 검찰에서 나오고 나니 민주당사 압수수색하고, 이재명 당대표 압수수색하고 계시더군요. 기가막히죠.”
지금, 검찰들이나 국민의 힘 지지자, 얼룩소에서도 있는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지금의 검찰 수사를 ‘범죄자들이 범죄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 망발을 일삼는다.’는 식으로 포장하고 검찰을 옹호하지만, 그것이 궁색한 변명이자, 검찰독재를 가리기 위한 하찮은 인식이라는 것을 우리 국민 대부분이 알 수 있다. 검찰은 스스로 권력기관이 되고, 행정부를 장악한 뒤에 입법권력까지 먹고자 하는 것이 사실 지금 이 시점의 우리 한국의 정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검찰 독재에 대항하고자 한다는 사람은 차고 넘친다. 심지어 민주당 밖에서 당을 세운 사람들도 검찰 독재와 싸우겠다고 한다. 청년정치를 내세우면서 민주당에 문을 두드리는 민주당 밖 인사들도 변호사들이 넘치고, 검찰 독재에 대항하겠다는 사람이 넘친다.
하지만 검찰 독재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검찰 조직에 대한 속성과 생리를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성윤 전 검사장처럼, 검찰 깊숙한 곳에서 체험하고, 그 조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나온 사람들이 진짜 검찰 독재를 끝낼 수 있다.
전직 검사로서, 검찰개혁과 검사독재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서 물었더니, 의외의 말이 나온다.
“제가 검찰에 다녀보니 해결방향은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로 민생사건을 담당하는 검사의 숫자가 늘어나야 합니다. 일선 검사들은 의사들과 달리 검사들 늘리는것에 거부감이나 저항감이 없어요. 상당한 격무에 시달립니다. 검찰 지휘부는 민생사건보다 이재명 대표 사건 같은 정치적인 사건에만 관심을 갖고, 그런 일에 검사 수십, 수백명을 투입하고 있으니 실제 민생사건에 매달릴 검사들은 항상 부족하죠.”
생각해보면 검찰조직도 결국 월급을 받는 직종이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대통령을 노리는 짓 따위에 종사하는 사람은 검찰 내부에서도 극히 일부일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검찰 조직을 통솔하고, 그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검찰 조직이 노력한 결과 검찰의 진짜 목적이 소홀하게 된 것이 지금의 상황일 것이다.
검찰이 정치검찰로 있는 한, 검사들은 부족하고 범죄는 도망치기 쉬워진다.
“두 번째 해결방향도 이와 맥이 닿아있습니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미숙한 부분을 조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검찰의 전횡에 대해서 입법권력이나 다른 주체가 견제를 해야 해요. 앞에서 말했듯, 지금 이재명 대표 수사에 백 명 넘게 검사들이 몇 년째 수사중입니다. 반면, 김건희 관련 수사들은 몇 년째 개점휴업 상태죠. 이런 불공정한 인력 배분, 검찰 수뇌부들의 정치적 야심 때문에 수사개시, 수사인력투입이 자의적으로 이뤄지는 이런 전횡을 막아야 합니다.”
“공정과 상식을 말하는 윤석열 정부라면, 검찰도 공정과 상식에 맞춰 운용해야죠. 수사인력과 검사가 무한한 자원이 아니잖아요. 적재적소에, 누구나 납득될 정도로 일을 배분해야지 야당 대표 한명 잡자고 이러면, 전세사기나 생활형 조폭 등 우리 국민들을 실제로 괴롭히는 문제가 점점 해결하기 어려워집니다.”
첫 번째 대책이 ‘검사의 숫자’ 였다면, 두 번째 대책은 ‘검사의 배분’ 즉 게임으로 치면 자원 생산과 배분의 관점으로 검찰 조직을 수정할 수 있다는 대답을 들은 것은 매우 의외였지만, 논리적인 지적이라 할 수 있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지금의 검찰 독재는 없었을 것이다. 너무 당연하지만 본질적인 이야기이다.
5.그리고, 채상병 사건의 진실을 위해 싸우는 해병대 1043기 김규현
그리고, 검사를 그만둔 뒤 그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지금의 이슈는 채상병 사망사건이다. 그는 해병대 1043기로, 해병대의 일원으로 채상병 사건의 진상규명, 그리고 박정훈 대령의 명예회복에 앞장선 해병 중 하나이자, 해병대 예비역 병장이었다.
우선, 왜 해병대에 들어갔었는지 물어보았다.
“할아버지가 해병 15기로 6.25때 전사하셨습니다. 저도 고민 끝에 해병대 입대를 결정했죠. 2학년 마치고 1045기로 입대했는데, 이때도 나이가 많이 입대한 편이었어요. 1사단 공병대대 수송병으로 만기전역했습니다.”
채상병 사건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활동하는 해병들 중에서도 병장 전역자들은 특별하다. 자대가 다르면 사정도 다른 큰 육군과 달리, 해병대는 사단이 두 개 밖에 없어 전임자들이 후임자들의 생활과 어려움을 훤히 안다. 같은 병사 생활, 그것도 1사단 후배로서 채상병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그 자신의 해병대 생활을 물어봤다.
“다른 사람과 똑같습니다. 수송부에 배치되니 맨날 장갑 빨고 자키 들고 허브갈고 구리스 바르고 정비하면서 운전도 했죠. 기억나는데 앰뷸런스, 두돈반, 부식차, 덤프트럭 등 별별 차들을 다 운전하고, 운전이나 정비 안하면 또 공병대대니 노가다 하고 공구리 치고 그랬죠.”
대한민국에 2년, 혹은 1년 반을 군복무한 예비역들은 하늘의 별보다 많고 길에서는 어디나 보이는데, 정작 정치권에서는 이상하게 사회복무요원이나 면제가 많은 상황에서 병장 생활을 한 정치인의 군대 이야기를 들으니 리얼리티가 느껴졌다. 날이 갈수록 현역 비율은 높아지는데, 청년정치인들의 군 생활 이야기를 듣기 힘든 이상한 상황에서 정말 ‘남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 군생활 이야기를 들으니 생경했다.
1사단 선배로서, 1사단 후배 채상병이 겪은 일에 논평을 요청하자, 김규현 변호사는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제가 군생활 할때에는 사실 육군 등도 구타 가혹행위가 있었고, 저도 당했습니다. 천만 다행히 시대가 달라져서 구타나 가혹행위가 많이 줄어들었는데, 이제는 지휘관의 공명심과 진급에 대한 탐욕으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다가 억울하게 죽은 비전투손실이 바로 채상병 사건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육군 출신으로서 항상 이상하게 생각한 점이 있었다. 육군 출신으로서 해병대는 항상 별나고 또 끈끈했다. 육군과 다른 문화를 옆에서 지켜봤는데, ‘끈끈한 가족’의 해병대로서의 이미지와 이번 채 상병 사건은 너무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물어보니, 사실 그는 검사 시절 외압을 받고 고생한 이야기를 할 때보다 더 목소리를 높였다.
“해병대가 경직되어있고 권위적이라는 이미지가 많지만, 그만큼 가족적이고 상급자의 책임감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지금 채상병 사건을 덮으려다가 박정훈 대령을 항명으로 몰아가는 임성근 소장과 김계환 사령관의 태도는 전혀 해병대와 맞지 않습니다.”
“해병대원이라면 부하들의 잘못에 자신의 책임을 진다고 해야 정상아닙니까? 강화도 월북사건 당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2사단장 백경순 해병소장은 바보라서 자신이 자청했습니까?”
“임성근 소장은 저에게도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자료를 보내더라고요. 1사단장이면서 부하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발뺌하는게 너무 뻔뻔합니다.”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땅에 떨어진 해병대의 명에를 회복할 수가 없습니다. 해병대 지원자들이 요즘 급감해서 해병대의 존립이 위태로운데, 채상병 사건과 연관이 있겠죠.”
즉, 김규현 변호사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채상병이라는 젊은이가 억울하게 죽고, 박정훈 대령은 정당한 임무를 수행하다가 억울하게 재판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병대원들이 생각한 해병대의 자긍과 긍지, 그리고 연대의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심각한 사건인 셈이다. 그 어떤 적국의 간첩이나 무기들도 하지 못한 파괴활동을, 사실상 보수정부의 대통령이 한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대답 역시 해병대 예비역 병장으로서의 그와, 국방위원회를 준비하던 비서관으로서의 그, 그리고 검사로서의 그가 섞여있는 대답은, 분노와 안타까움의 강한 감정과 냉철한 이성이 뒤섞여 있었다.
“박정훈 대령은 지금 부당한 대우를 받고 외롭게 재판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사령부 건물에셔 몇 km 떨어진 허름한 방에서 홀로 자리를 지키면서 버티고 있대요.”
“제가 군 생활할 때에도 제 자대에서 초소가 갑자기 무너져서 출동하고 수습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군대에서 지휘관이 부대관리나 임무지시를 소홀하게 하거나 언론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이유로 명령을 내려서 죽고 다치는 일을 막아야 합니다.”
“제 2의 채상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투 트랙으로 가야 합니다. 사단장이나 지휘관들이 부대를 동원하고 통제할때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악용하는 이런 잘못된 관행을 바꿔야 합니다. 두번째로 제2의 박정훈 대령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수사 외압이 사건을 망치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수사의 독립성을 지키고 지휘관의 지시로부터 군수사기관을 보호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박정훈 대령이니까 그렇게 외압에 의연하고 사건이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그의 말에 대해서 그 누구도 반박하기 어렵겠지만,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사실 지금으로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우여곡절끝에 민주당은 서대문갑을 일명 ‘청년전략특구’ 로 지정해서 청년 정치인들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김규현 변호사 외에도 너도 나도 친명, 검찰독재 타도를 외치며 출마 선언을 하고 있고, 방송과 유튜버, 당직자들을 등에 업고 벌써부터 승리를 자신하는 청년 정치인들도 보인다.
다만, 민주당은 젊은 세대의 핵심의제인 게임문화산업에 대해서 이준석 대표나 하태경 의원보다 더 심도깊은 정책을 펼칠 사람이 필요하고, 국방을 날로 약화시키고 있는 보수정권에 대항할 국방 전문가가 필요하고, 검찰 독재를 종식시키고 나라를 바로 세울 검찰개혁가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정치낭인’이 아닌, 전문분야를 끝까지 파본, 정치적 경험과 전문지식이 필요한 사람이 필요하다.
김규현 변호사가 공천을 받지 못한다면, 결국 민주당은 청년 정치인 한 명을 잃는 것이 아니라 게임문화산업 전문가, 방산비리의 감시자, 검찰 개혁가, 그리고 해병대의 명예를 세울 수 있는 사람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그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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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긴 글 죄송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현재 언론들은 민주당의 공천을 악의적으로 폄하하고, 당대표를 공격하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공천에서 누가 떨어졌는지보다, 누가 들어가는지, 누가 도전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 민주당에서 검찰개혁을 할 사람, 채상병 사건을 책임질 사람, 그리고 게임산업을 바로잡을 전문가들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하여,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제발, 이런 사람이 민주당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 다뤄주셔서 감사합니다.
취미가 같은 분이라 무척 반갑네요.ㅎ
G식백과같은 채널에 나오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대문 갑 쪽에 사시는분들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네요.
건승하시길 기원하면서 이름 석자 "김규현" 기억해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