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일 것 같습니다.
너무 이쁩니다.
(백조 같기도 하네요)
White Peonies
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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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음의 花音] 에두아르 마네와 작약
플라워 디자이너 배윤음이 문화매거진에 [배윤음의 花音(화음)]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꽃(花)의 소리(音)’라는 뜻으로, 플라워 디자이너의 시선에서 꽃이 담긴 명화를 재해석합니다.
- 입력 2022.09.15
- 수정 2023.01.27
▲ 에두아르 마네, bouquet of flowers, 1882, 캔버스에 유채, 무라우치 미술관, 일본
[문화매거진=배윤음 작가] 요즘 때처럼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종종 걸려오던 전화가 있다.
“열흘 뒤 예식인데요, 작약부케가 들고 싶어요. 가능한가요?”
안타깝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아니요, 작약은 불가능해요 신부님”이었다.
봄의 여왕이라고 익히 알려진 작약은, 그 커다란 크기와 탐스러움, 녹진한 향기가 별명을 무색하지 않게 한다. 그만큼 매력적이기에 사계절 웨딩을 앞둔 신부들이 끊임없이 찾아오지만, 사실 나는 작약 들어간 부케를 선호하지 않는다. 꽃 얼굴 자체가 너무 거대한 바람에, 자칫 거대한 알사탕 다발을 들고 있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고, 온도에 굉장히 민감한 친구라 부케를 잡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만개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라 원하는 쉐입을 만들어내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안다. 작약은 아름다워도 너무 아름답다. 따뜻한 내 손 안에서 활짝 피어버린 사라 작약(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반적인 작약 중 하나)의 꽃잎은 마치 아기천사의 날개 같고, 코를 킁킁 하고 박아 냄새를 맡지 않아도 지독할 만큼 풍성한 향기가 내 주변을 뒤덮는다.
개인적으로 폭풍 만개의 리스크를 모르던 시절의 코랄 작약(홑 작약)은 그 몽우리의 모습이 굉장히 사랑스러운 아기의 주먹 같아서, 또는 무릉도원의 복숭아가 혹 이런 모습일까 싶어 시장에 갈 때마다 그 앞에서 살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게 만들다 결국 비싼 몸을 이고 지고 오게 만드는 꽃이었다.
그렇지만 작약은 계절의 구애를 심하게 받는 꽃 중 하나여서, 이 같은 계절에 찾는 사람들에겐 안타깝게도 이 아름다움을 공유해드릴 수가 없다.
오늘도 어김없이 가을의 신부님에게 작약 부케 문의를 받았다가, 나도 문득 작약이 그리워져 찾아보았다. 에두아르 마네의 ‘병 속의 작약’ 정물화.
에두아르 마네는 대표작인 ‘풀밭 위의 점심’과 ‘올랭피아’ 등으로 기성 사회와 미술계의 부조리, 규탄, 속물근성을 고발하며 저항적인 의미를 신랄하고 유쾌하게 시각화시켰다. 그런 그가 말년엔 꽃이 담긴 정물화를 그렸다. 여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마네는 매독으로 인한 합병증에 크게 시달렸고, 그로 인해 앉아서도 그릴 수 있는 정물화를 선호하게 되었다.
그 중 가장 즐겨 그린 꽃이 바로 작약이다.
오늘 이 글을 통해 소개할 에두아르 마네의 ‘병 속의 작약’은 그중 가장 아름답고 활력 넘치는 꽃 그림으로 손꼽힌다. 아기 천사의 깃털을 뽐내듯 만개하고 있는 몽우리, 정면을 바라보지 않는 수줍은 꽃의 얼굴들, 그에 반해 거칠게 우후죽순 뻗쳐있는 짙은 녹색의 이파리들과 물병 속 둥둥 떠다니는 황금색 부유물들. 살짝은 거친 듯한 터치에 그의 성급한 성미와 충동적인 에너지가 아주 잘 표현되었다. 그는 앓고 있던 병에 의해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꽃을 그리는 동안은 활짝 핀 꽃의 생기를 만끽할 수 있던 게 아닐까.
유경희 미술평론가의 글에 따르면, 모든 정물화는 얼마간 바니타스(vanitas: 허무, 무상), 즉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 속뜻은 “카르페디엠”, “이 순간은 지독히 즐기라”는 메시지라고 한다. 이러한 의미가 어쩌면 에두아르 마네의 작약 그림에 가장 잘 담겨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스쳐지나간다.
▲ 드라마 '서른, 아홉' 캡처
번외로 올해 늦겨울부터 초봄까지 방영한 드라마 ‘서른, 아홉’에 작약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 드라마 '서른, 아홉' 캡처
재미있는 점은 작약이 등장한 첫 장면 속 손예진의 눈길을 사로잡은 작약은 ‘살몬 작약’, 작약 중에서도 가장 비싼 몸값을 아우르고 있는 종이고, 그 후 선물 받은 남자 주인공인 연우진의 집 화병에선 살몬 작약이 아닌 ‘코랄 작약’으로 변해있다. 그리고 다시 컷이 바뀌어 이튿날 아침 손예진 눈앞에 꽂혀있는 작약은 맙소사 ‘사라 작약’이다.
▲ 드라마 '서른, 아홉' 캡처
아, 이놈의 전지적 플라워 디자이너 시점. 플로리스트 눈에만 보이는 컷마다 다른 종의 작약. 그래도 작약의 탐스럽고 예쁜 얼굴. 애청하던 프로그램 속에서 자주 볼 수 있어 좋았다.
출처 : 문화매거진(https://www.munwhamagazine.co.kr)
대체로 색과 모양이 촌스럽다고 생각해서 별로 안 좋아하는 꽃인데 흰색은 마음에 듭니다. ^^
근데 시간에 따라 취향이 바뀌기도 하더라고요. 동백도 촌스럽다고 생각한 꽃인데 제주도 여행내내 동백이 한가득 피어있는걸 본 뒤로는 좋아하는 꽃이 되었습니다. ^^
"오색빛깔의 울산동백은 꽃잎이 한꺼번에 떨어지지 않고 한 잎, 한 잎 흩날리는 것이 특징이다."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50725000022
피오니 향수는 조말론..이라는 향수가 대표적인가봅니다. 피오니 향으로 검색하니까 가장 많이 나와요.
유일하게 제 돈 주고 샀던 향수랑 비슷하게 중성적? 디자인 용기라서 더 맘에 드네요. 기회 되면 시향해 봐야겠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