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을 평온하지 못하게 만든 사건이 떠오릅니다. 저희 아이들 때문이었죠. 그 때는 아직 아이들이 말을 하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기껏해야 옹알이에 손짓 발짓이 전부였죠. 다행히도 의사 표현은 분명했습니다. 그러니까 원하는 걸 달라고 할 수 있던 때입니다. 전날 먹고 남은 닭죽을 아침식사로 준비했습니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아이들을 각자 자리에 앉히고 죽을 줬습니다. 2호기는 전날처럼 맛있게 먹었는데 문제는 1호 였습니다. 무엇이 불만인지 짜증과 화를 내기 시작했죠. 1호는 식탁 한 켠을 가리키며 짜증을 냈습니다. 마침 그곳에는 아이의 애착 인형과 장난감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달라는 줄 알고 줬지만 허사였습니다. 인내심이 바닥나기 직전에 아내는 혹시 이걸 달라는 건가 싶어서 마침 그곳에 있던 참깨 통을 줬습니다. 1호는 짜증을 멈추지 않았지만 통을 집어던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내가 혹시나 싶어 참깨를 죽에 뿌려줬습니다. 그제야 1호는 거짓말처럼 태도를 바꿔 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딸아이의 의사표시는 '참깨 좀 뿌려주세요'였던 겁니다.
만약에 제 딸아이가 말을 할 수 있어서 '아버지 참깨를 뿌려주시겠어요?'라고 했다면 일요일 아침은 평온하게 지나갔을지도 모릅니다. 소통 과정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말의 내용만 가지고는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중심적인 판단을 하고 표현을 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표현과 판단의 기준이 다른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각자 주관에 비춰 해석하니 소통은 불통이 되기 마련입니다. 흔한 상황이 있다면 '내가 아는 걸 저 사람도 알겠지?'라는 생각을 바탕에 두고 대화하는 경우가 있겠습니다.
아내가 종종 제게 충전기를 달라고 합니다. 그럼 저는 아내에게 충전기를 가져다줍니다. 아내는 이거 말고 '충전 선'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아내 관점에서 충전기란 '전원 어댑터와 충전 케이블'을 통틀어 표현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제게는 충전기는 충전기고 케이블은 케이블입니다. 둘은 서로 다르고 상대가 '충전기'라 했으니 케이블을 제외하고 전달하게 됩니다. 이렇다 보니 아내에게 '구체적'으로 표현해달라고 주문하지만 '그걸 일일이 말해야 하느냐'라고 되돌아오기도 합니다. 가족끼리 꼭 그렇게 까지 구분해야 하느냐고 덧붙이기도 하죠. 아내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잘못도 아닙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서로의 판단 기준과 해석이 달라서 오는 문제이니까요. 저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표현해 줬으면 하는 제 욕심을 내려놨습니다.
직장 내에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기를 원하는 게 우리네 속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듣기 마련입니다. 사람의 가치판단의 기준과 해석 방법이 다 다르니까요. 그러니까 '내가 아는 걸 저 사람도 알겠지'를 바탕에 두고 대화를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만 보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오해를 줄이고 소통을 원활하게 이끌 수 있을 까요? 간단합니다. '물어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직장 상사가 '그것 좀 줘봐'라며 주어를 빼먹으면 '보고서나 기획서 어떤 거 말씀이신가요?'라고 되묻는 겁니다. 회의에서는 이렇습니다. 오해할 수 있는 용어에 대해 먼저 정의를 내리고 합의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겁니다. 물어보는 게 귀찮아서 추정한 채로 진행하다가 일을 그르치기 쉽습니다.
딸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마음에 안 들면 울면서 말하곤 합니다. 그럼 저는 단호하게 말해줍니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알아듣지 못해서 네가 원하는 걸 해줄 수 없으니까. 천천히 또박또박 말 하라고 말이죠. 다행히 잘 따라오고 있습니다. 더 좋아지겠지요.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덧.
만약 회사에서 개떡같이 말하는데 찰떡같이 알아듣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거리를 두시길 권합니다. 제 경험상 일 잘하는 사람들은 개떡같이 말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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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면서 못 알아듣는다면서 짜증내죠.
혹시 거시기를 원하는거면, 내가 거시기한게 거시기가 없거든.
있는거라곤 남들보단 조금 더 거시기한 거시기는 있지. 임자같은 거시기들 여럿 거시기하고 살았거든.
지금이라도 내 거시기를 돌려주면 그만할께.
안그러면 내가 임자를 거시기해서, 거시기해버릴께."
"그거 가져와" 수준으로 이야기해도 소통이 되려면 둘 중 하나죠.
바로 앞문장에 그거에 해당할 게 있거나, 서로 뇌가 동기화(?) 되어서 같은걸 생각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