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부른 상사가 중요한 발표를 시킨다면, 어떤가요? 발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찾아온 기회를 이용하려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그러니까. 살면서 100명은 커녕 50명 앞에서의 발표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제 의뢰인의 60% 가량이 어렵다며 찾아오는 상황입니다. 왜 불안한지 물어보면 답은 몇 가지로 추려집니다. 경험이 없다, 떨린다, 평가받는 자리가 싫다, 남들이 나를 보는 게 싫다 등이죠. 그들의 마음을 이야기로 들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는데, '청중이 나를 평가하는 듯한 그 상황이 두렵다' 라는 점이 그중 하나입니다.
심리학에서 소개하는 현상 중에 '스포트라이트 효과(조명효과)' 가 있습니다. 풀어 쓰자면, 다른 사람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는데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적 동물이자, 자기중심주의적인 동물의 본능에서 시작한다고 보죠. 사회적 동물이기에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고, 자기중심적인 본능에 따라 남에게 비치는 나를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이렇습니다.
"선생님은 회사에서 듣는 사람 입장이 되었을 때
발표자를 그런 시선으로 발표자를 본 적 있으세요?"
라고 질문을 던지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남에게 관심이 없다'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여기에 몇 가지 더 묻습니다. 회사에서 그런 자리에 참석자로 가면, 보통 무슨 생각 하나요? 점심 뭐 먹을지 라던가, 지금 닥친 당장의 실무에 골몰하거나 하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저처럼 돈을 받고 말을 하는 직업이라면, 모르겠지만, 보통의 상황에서 청자는 화자를 그렇게 까지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전합니다. 자기를 보는 자신을 투영해 남을 보니까. 그 시선이 더 부담스럽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셈, 그러니까. 말하기 기술의 문제가 아닌 감정과 생각의 문제라고 말입니다.
몇 년 전에 만난 특별한 의뢰인이 있습니다. 회사의 연말 행사 사회를 맡게 돼서 부담스럽다고 하더군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특이했습니다. 그분의 목소리가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는 개발자를 알아보듯이 저처럼 퍼포먼스를 펼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같은 사람을 쉽게 알아봅니다. 남다른 목소리와 발성이 놀라워서 '실례가 안 된다면 전공이 어떻게 되시는지' 물었습니다. 그녀의 대답은 '성악'이었습니다. 성악 전공을 했다면, 무대 경험이 많을 텐데 무엇이 두려운지,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를 때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었지요. 그녀의 대답은 '틀리면 안 돼' 였습니다.
그러니까 노래하기를 좋아해 성악을 전공한 사람이 무대 위에서 자신의 노래에 집중하기보다 바라보는 이들의 과하게 신경 썼던 것입니다. 그녀의 노래를 듣고 싶었던 사람들은, 사람들을 신경 쓴 나머지 눈치를 보는 듯한 노래를 듣게 되었고 말입니다. 그녀가 그녀가 말하길 결국 무대보다 코인노래방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는 걸 더 행복하게 여기게 되었던 것이죠.
그래서 주문하곤 합니다. 사람들을 신경 쓰기보다 당신이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 하고 싶은 말, 그러니까. 근본적인 것에 더 집중하라고 말입니다. 실은 제가 그렇습니다. 무대 위에 오르면 '이거 보여주고 싶다, 말해주고 싶다' 생각을 하지 '틀리면 어떻게 하지, 나를 이렇게 보면 어쩌지'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아니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메시지에 집중하고 그것이 태도로 드러나게 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에너지가 넘친다, 잘한다, 무대를 장악한다 등의 평을 내려줍니다. 녹화된 실제의 저는 틀리고 어색한 모습투성인데 말입니다.
타인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생각보다 더 말입니다.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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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 생각으로 발현된 감정과 내가 예상하는 현실상황이 같지 않다는 걸 이해하면 조절하기 쉬워집니다. 그러니까 내가 걱정하는 일들은 '감정'이고 내가 걱정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분리하고 보는거죠.
그리고 이걸 말씀하신 것처럼 '경험'으로 익숙해지면 됩니다. 저처럼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성향이 그럴 뿐이고, 남들보다 몇배는 더 그런 상황에 노출되서 익숙해진 것 뿐이거든요.
사족으로: 저렇게 걱정하는 사람들 중에 충분히 연습하는 경우를 본적이 없습니다. 걱정만 하지 연습(훈련)은 거의 하지 못합니다. 어떻게 훈련할지도 모르는 셈이랄까요. 말씀대로 자신감의 한 축은 지겨울 만큼의 연습량이 차지합니다.
백화점에서 고객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이 있습니다. 평생 밝게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고객님' 이라고 말해본적도 없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을 계속 사람들 앞에 세워 시킵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입은 충분히 벌리고 미소를 띄며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말이죠.
처음에는 그런 자신이 어색하고, 어디가 틀렸거나, 자세가 구부정하거나 하지만, 점점 익숙해집니다. 이윽고 누가 옆구리만 찔러도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고객님' 이라고 말하게 됩니다.
세상에 없는 그런 훈련이 필요한게 아니라, 익숙해질 때까지 몸에 익히면 됩니다. 이걸 심리학에서는 '습관화'의 범주에 넣습니다. 습관이 되서 지루해지게도 되지만, 습관이 되서 생각하지 않고 반사적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스피치 훈련은 선생님이 개발을 하는 능력을 얻은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그 정도의 연습을 쌓지 않고 '한 번에 잘' 하려고 하죠. 몸이 익숙해지지 않았으니 '될리가 없고' 말입니다.
사람들이 물어봅니다. 예전에 레크레이션 강사를 했냐? 전공이 뭐냐?
첫 회사 사장님은 저보고 개발자 때려치고 연예계로 나가라는(개그맨) 소리도 했습니다.
그때 전 딱히 저야 전문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니
실수해도 넘어가 줄 거고
돈을 받는 것도 아니니 큰 책임도 없으니
즐겁게 하는 것, 발표라면 발표 주제에만 집중 했습니다.
물론 저의 진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죠.
그따위로 하느냐 라는 말을 농담 삼아 던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럼 전 정중하게 답해 줍니다.
"그럼 니가 하시던지요?"
이러면 대부분은 조용 합니다.
실제로 피티 엄청 잘하시는 분들은 오히려 너무나도 좋았고, 다음엔 이렇게 해봐라 이런 것도 잘 할 것 같다 라며 너무 좋은 피드백을 쏟아내 줍니다.
마치.... 니가 내 다음 타자다... 라며 말이죠 ㅎㅎㅎㄹ
뭐 이제는 하라면 하겠지만 시켜주지는 않습니다. ㅋㅋㅋ
하고 싶지도 않...